나오시마 예술의 탄생 / 아키모토 유지 / 장소가 예술이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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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RHK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 도서 정보

| 제목 | 나오시마 예술의 탄생: 인구 소멸의 섬에서 피어난 현대미술의 도전과 기록 |
| 저자 | 아키모토 유지 |
| 번역가 | 지소연 |
| 출판사 / 시리즈 | 알에이치코리아 |
| 출간일 | 2026.04.15 |
| 페이지 | 480p |
| 장르 | 대중문화 · 예술일반 |
| 국가 | 일본 |
| ISBN | 9788925569482 |
| Original Title | 直島誕生 ― 地域と芸術がつくるもの |
| Original Author | 秋元雄史 |
| Original Date | 2025 |
┃ 들어가며
『나오시마 예술의 탄생』은 예술의 섬 나오시마를 단순히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아키모토 유지가 나오시마 프로젝트의 탄생과 성장을 직접 따라가며 남긴 기록에 가깝다. 이 책은 예술이 어떻게 한 장소의 운명을 바꾸고, 그 장소와 함께 자신의 형체를 얻어 가는지를 보여준다. 다시 말해, 하나의 장소가 예술이 되기까지 사람과 기업과 지역이 쌓아 올린 긴 시간을 기록한 책이다. 완성된 풍경 뒤에 숨어 있던 시간을 마주하고 나면 나오시마는 더 이상 관광지의 이름으로만 남지 않는다. 그곳은 예술이 놓인 장소가 아니라 사람과 기업과 지역의 시간 속에서 끝내 예술이 현실이 되어간 하나의 공간으로 남는다.
┃ 작가 소개
아키모토 유지(秋元雄史)는 일본의 미술평론가이자 큐레이터로, 나오시마 프로젝트의 성장 과정에 깊이 참여한 인물이다.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 관장과 도쿄예술대학 교수 등을 역임했으며, 현대미술과 지역 문화의 연결 가능성을 꾸준히 연구해 왔다. 『나오시마 예술의 탄생』에서는 예술의 섬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과 그 안에서 예술이 지역사회와 맺은 관계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기록했다. 단순한 미술 해설을 넘어, 하나의 장소가 어떻게 문화와 공동체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가는지를 보여 주는 데 집중하는 저자이다.
┃ 목차
목차 펼쳐보기
PROLOGUE 나오시마의 시작
제1장 나오시마로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예사롭지 않은 구인 광고
‘좋은 삶’이라는 기업 철학
어린 시절 내가 만난 예술
예술의 세계에 빠져들다
끊임없이 그리며 터득한 ‘사물을 보는 법’
특별히 주어진 추가 시험
제2장 절망과 도전의 나날
사회인 신고식
베네세 추진실에서 보낸 날들
첫 업무
이색적인 아트 컬렉션
작품은 예술인가, 자산인가
첫 뉴욕 출장
홀로 선 뉴욕의 현대미술
사라지지 않는 온도 차이
회사에 현대미술을 들여오자
새로운 사내 전시
후쿠타케 씨의 호출
나오시마와 베네세 그리고
안도 다다오를 이어준 중요 인물
결재를 애타게 기다리며
나오시마의 지난날
제3장 어둠 속을 달려라
폭풍 속의 개관식
나오시마의 ‘이단’, 안도 다다오 건축
손님이 뜸한 갤러리
처음 통과된 전시 기획
밤을 새운 작품 제작
악몽의 네온관
갑자기 떨어진 금지령
잇따라 떠오른 묘안
경계를 벗어난 전시회
전시회가 우선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다
세계와 나오시마의 만남
세계를 무대로 한 전람회
‘베네세상’이라는 전략
나오시마의 예술을 만들다
상식을 벗어난 곳으로 눈길을 돌리다
호텔 미술관 논쟁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멀어지다
안도 다다오 건축에 대한 도전
‘나오시마다움’의 핵심은 무엇인가
제4장 현대미술은 섬을 구할 수 있는가
나오시마라는 이상적인 사업 환경
나오시마의 기초를 쌓은 미야케 지카쓰구
나오시마를 만든 이시이 가즈히로의 건축
빈집 문제
일상과 맞닿은 예술
언젠가 만날 운명이었던 건축가
미야지마 다쓰오를 설득하기 위해 제네바로 떠나다
최고의 아이디어
‘가도야’가 바꾼 것
안도 다다오가 먼저 손을 내민 ‘미나미데라’
장소의 의미를 재조명하다
터렐의 ‘정밀함’
무사히 문을 연 ‘미나미데라’
세 번째 ‘집 프로젝트’
나이토 레이의 ‘치밀함’
‘집 프로젝트’가 낳은 것
‘집 프로젝트’를 진화시키다
예술을 통해 바라본 나오시마의 일상
예술을 통해 변화하는 사람들
제5장 그리고 ‘예술의 성지’가 탄생했다
주주가 던진 뜻밖의 질문
나오시마 사업이 폐지될 위기에 빠지다
새로운 사장의 경영 개혁
나오시마의 예술에 나타난 변화
인간의 근원을 묻는 대지미술
시간과 공간을 몸으로 느끼는 〈번개 치는 들판 〉
저드의 성지 마파
터렐의 민낯
예상치 못한 손님
모네를 나오시마에 둘 수 있을까
모네를 현대미술 안에 담기 위해
모네의 해석을 발전시키다
출발점이 된 공통의 물음
드 마리아와 터렐
모네가 생각한 공간
드디어 시작된 건축 프로젝트
장소 선정과 건축 오리엔테이션
안도 다다오 건축의 문맥 속에서
나오시마 프로젝트 최대의 임무
모네가 불러일으킨 시각의 혁명
하얀 캔버스
시작은 정삼각형
중력으로 세계를 헤아리는 드 마리아의 작품
과학과 예술이 교차하는 곳
시각을 뒤흔드는 터렐의 작품
개관을 앞둔 분주한 나날
그리고 지추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분명히 느껴진 나오시마의 변화
EPILOGUE 누구도 보지 못한 것을 찾아서
맺는말
안도 다다오의 특별 기고
참고문헌
┃ 줄거리
『나오시마 예술의 탄생』은 나오시마 프로젝트의 탄생과 성장 과정을 담은 기록이다. 숫자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기업 안에서, 예술가에서 아트 디렉터로 변신한 저자는 15년에 걸쳐 실패와 갈등, 그리고 성취의 시간을 통과한다. 공해와 쓰레기로 오염되고, 개발 실패에 지친 주민들마저 떠나가던 섬. 이 책은 그곳을 단순히 예술품을 전시하는 섬이 아니라 예술 그 자체가 되는 섬으로 바꾸어가는 과정을 따라간다. 그 안에서 이들이 무엇을 했고,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는지를 차근차근 펼쳐 보인다.
┃ 작품 해석
『나오시마 예술의 탄생』의 저자 아키모토 유지는 나오시마 프로젝트를 이끈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전형적인 실무자라기보다, 예술을 믿는 감각으로 움직인 사람에 가까웠다. 그는 기업 안에서도 주변부에 가까운 부서에 속해 있었고, 수익을 우선하는 조직 안에서 늘 자신의 자리와 프로젝트의 필요를 증명해야 했다. 불안정한 위치에 놓인 한 사람이 끝까지 예술을 현실의 언어로 번역해나가는 과정은 커다란 벽들의 연속이었다. 그의 15년은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안으로는 수익을 따지는 회사와 주주들을 설득해야 했고, 밖으로는 재개발에 지친 채 외부의 손길을 경계하는 주민들의 마음을 얻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작가들에게 작품을 의뢰하고 승인받는 일 역시 쉽지 않았다. 그러나 저자가 끝까지 밀고 나간 기준은 외부에서 이미 가치를 인정받은 작품이 아니라, 나오시마라는 장소에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여기에 가장 먼저 힘을 보탠 사람이 바로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였다.

출처 : Wikimedia Commons
미술사에서 받은 평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니 여기서는 제쳐두고, 현대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작품이 얼마나 생생한 가치를 지닌 채 사회와 공존하느냐다.
― 아키모토 유지, 『나오시마 예술의 탄생』, 알에이치코리아, p.101

출처 : Wikimedia Commons
안도 다다오와 함께 첫 전시를 위한 공간을 만든 뒤, 나오시마에는 구사마 야요이, 미야지마 다쓰오, 제임스 터렐, 월터 드 마리아, 야니스 쿠넬리스 등의 작품이 차례로 들어왔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현대미술을 나오시마 위에 올려놓는 일이 아니라, 나오시마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일이었다. 세상이 이미 높은 가치를 부여한 작품이 아니라, 이 장소와 가장 잘 맞는 작품을 선택하는 것. 그 결과 나오시마는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을 넘어, 장소 자체가 예술이 되는 효과를 만들어냈다.
특히 이 작가들의 작업은 그 의미가 남달랐다. 각각의 성향은 모두 달랐지만, 나오시마 안에 놓이면서 이들은 따로 흩어진 작품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처럼 이어졌다. 그 차이는 오히려 장소의 층위를 더 풍부하게 만들었다. 어떤 작품은 바다를 향해 공간을 열었고, 어떤 작품은 실내를 무겁게 닫았으며, 또 어떤 작품은 시간과 빛, 보이지 않는 감각을 끌어들였다. 그렇게 서로 다른 언어를 가진 작품들은 나오시마라는 장소 안에서 하나의 큰 서사를 이루었다.
작가가 현장에 있고 작품이 완성되는 시간을 다 함께 공유하는 것이야말로 나오시마다운 예술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아키모토 유지, 『나오시마 예술의 탄생』, 알에이치코리아, p.180
구사마 야요이의 〈호박〉은 바다와 하늘을 끌어들여 공간을 바깥으로 연다. 선명한 색과 반복되는 점은 멀리서도 눈에 띄지만, 중요한 것은 그 작품이 놓인 자리다. 호박은 단독으로 존재하기보다 부두와 바다, 수평선까지 함께 끌어안으며 나오시마의 첫인상처럼 작동한다. 반대로 야니스 쿠넬리스의 〈무제〉는 물질의 무게로 실내를 봉인한다. 그 대비가 나오시마의 공간감을 더 선명하게 만든다. 납과 사물의 묵직함은 공간을 닫고, 섬의 밝은 풍경과는 다른 밀도를 만든다.
미야지마 다쓰오의 〈시간의 바다〉는 숫자와 물로 시간을 흐르게 만든다. 깜빡이는 숫자들은 각기 다른 속도로 움직이며, 오래된 집 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을 떠오르게 한다. 제임스 터렐의 〈달의 뒤편〉은 어둠 속에서 보는 행위 자체를 흔들고, 월터 드 마리아의 〈보이는/보이지 않는, 아는/알 수 없는〉은 제목 그대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아는 것과 알 수 없는 것 사이에서 공간을 하나의 사유 장치로 바꾼다. 이 작품들을 따라가다 보면 나오시마는 단순한 전시장이 아니라, 예술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장소가 된다.

출처 : Wikimedia Commons
예술은 사람들에게 평생 남는 우주의 지각을 생각하게 만든다.
― 아키모토 유지, 『나오시마 예술의 탄생』, 알에이치코리아, p.325

출처 : Wikimedia Commons
저자가 단순히 작가와 작품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외부의 자본과 기획이 지역을 일방적으로 덮어쓰지 않도록 한 과정을 보여준 점도 인상 깊었다. 나오시마는 외지인이 들어와 일방적으로 바꿔 놓은 섬이라기보다, 지역민과 함께 호흡하는 방식 속에서 조금씩 예술의 공간으로 바뀌어 갔다. 그렇기에 이 책은 단순한 문화 프로젝트의 성공담이 아니라, 사람이 사라져 가는 지방이 어떤 방식으로 다시 자신만의 얼굴을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으로도 읽힌다.
15년 동안 프로젝트에 심혈을 기울인 그에게 회사의 회장은 다른 섬에서도 같은 성과를 만들 수 있는지 묻는다. 저자는 이때 보편성의 차이를 말한다. 공산품의 보편성이 어디서나 재현될 수 있다는 데 있다면, 예술의 보편성은 유일성에서 나온다고. 여기서 나오시마가 복제 가능한 성공 모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고령화와 빈집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오시마를 그대로 따라 해도 같은 효과는 생기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 지역의 시간과 기억, 사람과 풍경을 바탕으로 유일성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 결론
『나오시마 예술의 탄생』을 통해 아키모토 유지가 이끈 나오시마 프로젝트의 탄생과 성장 과정을 끝까지 따라가고 나면, 장소가 예술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선택과 설득, 그리고 포기하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는지 알게 된다. 세계적 관광지는 더 이상 완성된 풍경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수많은 사람의 의지와 시간이 겹쳐 만들어진 공간이다. 그래서 이 섬은 예술이 놓인 장소가 아니라, 예술이 현실이 되어버린 하나의 구조로 남는다. 책에 충분히 담기지 못한 작품 이미지와 공간의 모습은 베네세 아트 사이트 나오시마 홈페이지에서 함께 확인할 수 있다.
┃ 참고자료
나오시마의 미술관과 아트하우스 프로젝트, 주요 작품과 공간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아래 베네세 아트 사이트 나오시마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