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편지 / 에드거 앨런 포 / 아몬티야도 술통으로 읽는 복수의 심리

┃ 도서 정보

에드거 앨런 포 『도둑맞은 편지』와 「아몬티야도 술통」을 표현한 메인 이미지
제목도둑맞은 편지
저자에드거 앨런 포
번역가김진경
출판사 / 시리즈문학과 지성사 / 문지 스펙트럼
출간일2018.11.05
페이지172p
장르고전문학 · 단편소설 · 고딕문학
국가미국
ISBN9788932035031
Original TitleThe Purloined Letter / The Cask of Amontillado
Original AuthorEdgar Allan Poe
Original Date1839-1846

┃ 들어가며

에드거 앨런 포는 추리소설과 공포소설의 역사에서 자주 언급되지만, 그의 작품을 읽다 보면 장르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인간의 심리이다. 이성과 광기, 죄책감과 집착, 욕망과 공포가 인물의 행동을 밀어붙이고, 사건은 그 내면을 드러내는 장치처럼 움직인다. 문학과지성사의 『도둑맞은 편지』 역시 이러한 포의 여러 얼굴을 한 권 안에서 보여준다. 사건의 구조를 냉정하게 해부하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인간의 어두운 감정을 끝까지 밀어붙여 불쾌할 만큼 깊은 곳까지 내려가는 작품도 있다. 이번 글에서는 그중 특히 인상적이었던 「아몬티야도 술통」을 중심으로, 복수라는 감정이 한 인간의 내면을 어떻게 잠식하는지 살펴본다.


┃ 작가 소개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1809–1849)는 미국의 시인, 소설가, 비평가로 공포문학과 추리문학의 형성에 큰 영향을 준 작가이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존 앨런 부부의 보호 아래 성장했으며, 이후 불안정한 생활과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시와 단편소설, 비평을 꾸준히 발표했다. 「모르그가 살인 사건」을 통해 오귀스트 뒤팽이라는 탐정 인물을 창조하며 근대 추리소설의 기틀을 마련했고, 「어셔가의 몰락」, 「검은 고양이」, 「고자질하는 심장」, 「아몬티야도 술통」 등에서는 광기와 죄책감, 죽음과 집착 같은 인간 내면의 어두운 영역을 집요하게 탐구했다. 시 「까마귀」로도 널리 알려져 있으며, 이후 보들레르를 비롯한 유럽 작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다.


┃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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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편지
아몬티야도 술통
어셔가의 몰락
고자질하는 심장
황금 풍뎅이

옮긴이의 말
작가 연보


┃ 줄거리

문학과지성사의 문지 스펙트럼 시리즈로 출간된 『도둑맞은 편지』는 에드거 앨런 포의 대표 단편 다섯 편을 묶은 작품집이다. 사라진 편지의 행방을 추적하는 이야기부터 오래 품어온 복수를 실행하는 이야기, 쇠락한 저택과 가문의 몰락, 살인 뒤 죄책감에 무너지는 인간, 암호를 풀어 보물을 찾아가는 이야기까지 서로 다른 사건들이 펼쳐진다. 겉으로는 추리와 공포, 모험과 복수처럼 장르가 제각각이지만, 각 작품은 인물의 선택과 사건의 전개를 중심으로 전혀 다른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 작품 해석

「도둑맞은 편지」를 비롯한 수록작들은 추리와 공포, 광기와 복수라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인간의 심리를 파고든다. 그래서 사건의 결말을 알고 읽더라도 인물의 욕망과 불안, 집착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따라가면 전혀 다른 층위가 드러난다. 그중 「아몬티야도 술통」은 한 인간이 실행하는 복수를 통해 증오와 집착이 어떻게 내면을 잠식하는지를 극단적인 형태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먼저 「아몬티야도 술통」에서 아몬티야도는 스페인산 셰리 와인의 한 종류이다. 작품 속에서는 진품 여부를 감별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귀한 술처럼 다뤄지며, 몬트레소르는 바로 그 점을 이용해 포르투나토의 자부심과 욕망을 자극한다. 그래서 작품 속 아몬티야도는 단순한 술이 아니라 몬트레소르가 상대를 유인하기 위해 선택한 미끼이자, 포르투나토의 허영과 욕망을 드러내는 상징으로 기능한다.

그는 와인 감별에 자부심이 있는 포르투나토에게 아몬티야도를 구했지만 진품인지 알 수 없다며 접근하고, 다른 사람에게 감별을 맡길 수도 있다는 말로 그의 경쟁심과 욕망을 자극한다. 그는 결국 포르투나토를 자신의 집 지하실 깊숙한 곳까지 끌고 간다. 그곳은 가문의 유해가 안치된 지하 납골당으로, 탁한 공기 때문에 횃불조차 제대로 타오르지 못할 만큼 음습하게 묘사된다. 몬트레소르는 그곳에서 포르투나토를 벽에 묶은 뒤 벽돌을 한 장씩 쌓아 올려 그대로 생매장한다. 그리고 이 끔찍한 사건을 화자는 무려 50년이 지난 뒤에야 담담하게 회상한다.


“자네 가문의 문장이 어떤 것이었지?”
“푸른 바탕에 거대한 황금빛 인간의 발이 그려져 있어. 그 발은 몸을 곧추세워 자기 뒤꿈치를 물고 있는 뱀을 짓밟고 있지.”
“그리고 가문의 모토는?”
“누구든 나를 해하는 자는 해를 받는다.”

― 에드거 앨런 포, 『도둑맞은 편지』, 문학과 지성사, p.45


표면적으로 보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몬트레소르의 복수가 지나치게 매끄럽게 성공한다는 점이다. 그는 포르투나토를 아무런 방해 없이 지하 깊숙한 곳까지 끌고 가 생매장하고, 사건 이후 50년 동안 누구도 그 진실을 알아채지 못한다. 이처럼 모든 과정이 지나치게 완벽하게 닫혀 있다는 점에서 「아몬티야도 술통」은 현실적인 범죄의 재현이라기보다 복수와 증오에 사로잡힌 인간의 내면을 극단적인 이미지로 형상화한 작품으로도 읽을 수 있다.

그렇게 보면 작품 속 지하실은 단순한 범행 장소가 아니라 몬트레소르의 내면을 시각화한 공간처럼 읽힌다. 일반적으로 작은 불빛은 희망이나 구원의 상징으로 읽히지만, 이 지하실에서는 그 불빛마저 오래 버티지 못한다. 공기가 탁해 횃불조차 제대로 타오르지 못하는 공간은 미움과 복수심에 잠식된 인간의 마음을 닮아 있다. 희망을 상징하는 빛조차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에서, 이곳은 증오가 얼마나 철저하게 한 인간의 내면을 폐쇄하는지를 보여준다.

결국 이 작품은 누군가를 향한 지독한 증오가 상대보다 먼저 그것을 품은 사람의 마음을 지옥으로 만들 수 있음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지옥은 포르투나토를 가둔 벽이 완성되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다. 몬트레소르는 사건이 벌어진 지 50년이 지난 뒤에도 그날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벽은 포르투나토의 무덤인 동시에 몬트레소르가 복수의 기억을 계속 붙들어 두는 장소가 된다. 복수는 상대를 제거하는 행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증오하는 대상을 자신의 내면에 오래 남겨두는 일임을 이 장면은 보여준다.


​지난 반 세기 동안 어떤 인간도 그 뼈를 건드리지 않았다. 그가 영원히 평안하게 잠들기를!

― 에드거 앨런 포, 『도둑맞은 편지』, 문학과 지성사, p.52


이 지하 공간이 더욱 기괴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작품의 시작점과 정반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포르투나토는 축제가 한창인 카니발의 거리에서 광대 복장을 한 채 등장하지만, 그가 도착하는 곳은 빛과 소음이 사라진 지하 납골당이다. 축제와 죽음, 웃음과 공포, 술과 질식이 서로 충돌하면서 작품의 분위기는 점차 뒤집힌다. 이러한 대비는 포르투나토라는 이름에서도 이어진다. ‘행운’을 뜻하는 이름을 가진 인물이 가장 불길한 결말을 맞는다는 점에서, 그의 이름 자체가 작품 전체의 아이러니를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결국 「아몬티야도 술통」의 공포는 생매장이라는 사건 하나에만 있지 않다. 포르투나토를 지하로 끌어들이는 과정부터 벽을 쌓는 행위, 50년 뒤에도 남아 있는 기억까지 모든 장면은 복수심이 상대를 향하는 동시에 복수하는 사람의 내면에도 깊은 흔적을 남긴다는 점을 반복해서 드러낸다. 지하실과 벽, 제대로 타오르지 못하는 불빛과 오랫동안 남은 기억은 복수가 상대를 해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것을 품은 사람까지 가두어 버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아몬티야도를 둘러싼 잔혹한 사건을 넘어, 복수의 심리가 만들어내는 가장 어두운 내면의 풍경을 들여다보게 한다.


┃ 결론

에드거 앨런 포의 『도둑맞은 편지』는 추리와 공포, 광기와 복수라는 서로 다른 장르를 오가면서도 결국 인간의 심리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작품집이다. 사건을 논리적으로 해부하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인물의 불안과 집착을 끝까지 밀어붙이며 내면의 어두운 층을 드러내는 작품도 있다. 이번 글에서 살펴본 「아몬티야도 술통」 역시 잔혹한 복수극이라는 외형 아래 증오와 집착이 인간의 마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도둑맞은 편지』는 다섯 편의 서로 다른 이야기를 통해 포가 추리와 공포라는 장르를 넘어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집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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