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클베리 핀의 모험 / 마크 트웨인 / 아이의 시선으로 본 문명의 위선

┃ 도서 정보

제목허클베리 핀의 모험
저자마크 트웨인
번역가윤교찬
출판사 / 시리즈열린책들 / 모노 에디션
출간일2024.03.25
페이지408p
장르고전 소설, 영미 소설
국가미국
ISBN9788932924007
Original TitleAdventures of Huckleberry Finn
Original AuthorMark Twain
Original Date1885

┃ 들어가며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단순한 소년 모험담이 아니다.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아이의 입으로 사회를 말하는 소설이다. 그 순진한 시선은 어른들의 위선과 폭력을 낱낱이 드러내며 미국 사회의 민낯을 폭로한다. 그러나 동시에 소년의 시선은 진실을 다 담지 못한다. 짐의 목소리는 침묵 속에 갇히고, 발화권은 끝내 백인 소년의 손에만 남는다. 아이의 시선으로 본 문명의 위선에 대한 풍자와 비판은 날카롭다. 그러나 동시에 그 한계도 함께 각인된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적 현실을 반영해 볼 때 혁신적인 작품임은 분명하다.


┃ 작가 소개

마크 트웨인(1835~1910)은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유머 작가로, 본명은 새뮤얼 랭혼 클레먼스다. 미시시피강에서 수로 안내사로 일했던 경험은 그의 작품 세계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재치 있는 풍자와 생생한 구어체, 인간과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시선으로 미국 문학의 새로운 흐름을 열었으며,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통해 자유와 성장, 인종 차별과 위선이라는 주제를 어린 소년의 시선으로 깊이 있게 그려냈다.


┃ 줄거리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 줄거리는 톰 소여와의 모험이 끝난 이후부터 시작한다. 헉은 이 모험으로 획득한 돈으로 다른 집에 양자로 들어간다. 그러나 어느 날 아버지가 돌아와 그를 데리고 간다. 폭력적인 아버지를 견디지 못한 헉은 자신이 살해당한 것처럼 꾸미고 집을 떠난다. 왓슨 아주머니 집에 있는 노예 짐은 주인이 자신을 팔아 가족과 떨어지게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도망간다. 각각 도망간 이들은 미시시피강에서 만나게 되고 각자의 꿈을 위해 모험을 떠난다.


┃ 작품 해석

아이의 시선으로 본 문명의 위선을 그린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1880년대에 출간된 작품이다. 당시 현실을 살펴보자면 1865년에 노예제는 헌법으로 폐지되었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상황이며 현실은 법이 없어졌다고 이러한 차별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교묘한 노예제의 변종으로 징벌적 계약제나 흑인 차별법이 생겨났다. 즉, 법적으로 노예제는 사라졌지만 사회적 인종 차별 및 경제적 억압은 여전했기에 트웨인은 현실보다 40년 전을 배경으로 법과 현실의 다름을 고발하는 작품을 썼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 의한 한계는 작품의 배경에 그려진 시대를 사는 사람에게만 적용된 것이 아니다. 작품을 쓴 작가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바로 그러한 시대에 백인 작가로서 흑인의 목소리를 문학 안으로 끌어온다는 것 자체가 사회적 매장과 직결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은 작품 속에서 주인공인 짐의 목소리보다 어린아이이지만 백인의 목소리를 가진 헉이 주가 되는 것으로 드러난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작품이었으며, 인종차별을 문학으로 끌어온 계기가 된 것에는 틀림이 없다.


“깨어 보니 니가 옆에 무사히 있는 걸 보고 눈물이 막 쏟아졌어.
너무 고마워서 무릎 꿇고 니 발에 입맞춤꺼정 할 수 있을 정도였어.
헌디 니가 생각한 것은 거짓말로 어떻게 이 늙은 짐을 골탕 먹이나 하는 거였어.
저기 쌓인 건 분명 쓰레기여.
쓰레기란 친구의 머리에다가 먼지를 덮어 씌워 그 사람을 창피스럽게 만든다는 뜻을 갖고 있는거여.

― 마크 트웨인, 『허클베리 핀의 모험』, 열린책들, p.119


이러한 한계 속에서도 미국 문학의 시작이라고 인정받는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조금 더 깊게 뜯어보자. 작품 속 주인공인 헉과 짐의 관계는 표면적으로 인종차별 구조를 드러내지만, 단순히 “차별 반대”라는 메시지로만 축소할 수 없다. 오히려 헉의 시선 속에서 짐은 때로 친구, 때로 재산처럼 취급되는 모순에서 우리는 당시 사회의 복잡한 민낯을 볼 수 있다. 심지어 거짓으로 자유주에 있는 흑인을 함부로 대하기 위하여 노예 소유주라고 거짓말을 하는 부분에서는 현대인으로 하여금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밧줄 풀고 떠나자, 짐. 이제 다 잘됐어.”
하지만 아무 대답도 없었고, 움막에서도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짐이 사라진 것이다.
나는 소리를 질러 댔다.
숲 속으로 가 여기저기 소리를 지르고 악을 써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가엾은 짐이 사라진 것이다.

― 마크 트웨인, 『허클베리 핀의 모험』, 열린책들, p.289


왜 이런 일이 자연스러운 것일까? 작품 속 시대적 배경과 맞물리는 영화로는 1839년을 배경으로 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아미스타드』가 있다. 작품 속에서 법적으로는 노예무역이 금지된 이후였지만 현실은 여전히 불법적인 거래와 억압이 지속되었다. 따라서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노예제가 여전히 존재하던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동시에 노예제 폐지 이후에도 차별이 지속되던 트웨인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즉, 법과 제도의 허울 뒤에 감춰진 사회의 위선과 모순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자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고발 형식의 풍자 소설적인 면은 단순히 흑인 인종 차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를 강렬하게 드러내기 위하여 대비의 효과를 여러 곳에서 이용하였다. 그 첫 번째는 헉의 거짓말이다. 그는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하며 살아가지만, 이 거짓말은 사실 사회 전체가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노예제를 정당화하는 거짓말과 다르지 않다. 개인의 거짓과 사회의 거짓이 겹쳐지며 위선의 구조가 드러나는 것이다. 또한 헉의 폭력적 아버지가 보여주는 부성의 부재는 도망자 신분임에도 헉에게 아버지로 자리 잡는 짐을 통해 대체된다.

다음으로 자유의 역설을 집요하게 드러낸다. 헉은 문명으로부터의 자유를, 짐은 노예제에서의 자유를 원하지만 이 자유는 미국 민주주의가 품고 있던 원죄와 맞부딪힌다. 자유를 찬양하는 나라에서 수많은 사람이 재산으로 취급받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종교와 도덕은 더 큰 아이러니를 만든다. 성서를 들먹이며 노예제를 정당화하는 종교, 노예를 신고하는 것이 도덕이라고 가르치는 교육은 자유와 정의의 가면 아래 감춰진 사회의 위선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런 대비는 문학적 장치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미시시피강 위에서 헉과 짐은 잠시나마 동등한 인간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배가 육지에 닿는 순간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위선과 폭력의 현실이다. 강은 자유의 환영을, 육지는 억압의 제도를 상징하며 두 공간의 대립은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긴장을 만든다. 이는 작품 속에서 짐과 헉의 행동, 심리, 언어를 통하여 그대로 드러난다. 결국 육지는 백인들의 공간이며, 강은 누구에게나 동등한 공간임을 대비시키면서 당시 사회를 풍자하였다.

저자는 수많은 사례와 왕과 공작, 대령이라는 극적인 존재를 등장시키면서 인종차별을 드러내는 동시에 단순히 차별 반대라는 구호에 머무르지 않는다. 헉과 짐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모순, 개인의 거짓말과 사회의 거짓말, 부성의 부재와 대체 부성, 자유의 역설과 민주주의의 원죄, 종교와 도덕의 위선, 그리고 강과 육지의 대비는 모두 미국 사회의 복잡한 민낯을 다양한 층위로 드러낸다. 이렇듯 작품은 풍자와 위선을 여러 겹의 장치로 해부하며 미국 문학의 출발점으로 자리 잡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증명한다.


┃ 결론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아이의 시선으로 문명의 위선을 폭로한 혁신적인 풍자소설이다. 그러나 짐의 침묵과 백인 작가의 시선은 여전히 작품 내부의 인종차별을 지워내지 못한다. 이것은 시대적 한계이자 어쩌면 사회의 지탄을 두려워한 저자의 현실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미국 문학의 전환점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바로 그 침묵의 자리에 퍼시벌 에버렛은 『제임스』를 세웠다. 짐에게 빼앗겼던 목소리는 2025년 퓰리처상으로 되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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