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투스트라, 그에게 삶의 의미를 묻다 / 박찬국 / 니체를 읽기 위한 철학적 바탕

┃ 도서 정보

숲길 끝의 붉은 산과 그곳을 향해 나아가는 두 사람을 그린 일러스트
제목차라투스트라, 그에게 삶의 의미를 묻다
저자박찬국
번역가
출판사 / 시리즈세창출판사
출간일2020.11.25
페이지344p
장르교양 철학
국가대한민국
ISBN9788984119802
Original Title
Original Author
Original Date

┃ 들어가며

프리드리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문장을 읽는 것과 그 의미를 이해하는 일이 전혀 다른 책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초인과 신의 죽음, 선과 악, 평등과 정의에 관해 끊임없이 말하지만, 대부분의 내용을 비유와 상징으로 전달한다. 문장 하나하나는 읽을 수 있어도 그것이 니체의 어떤 사상과 연결되는지 알지 못하면 이야기는 쉽게 흩어진다. 차라투스트라의 말은 하나의 뜻으로 고정되지 않으며,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조차 작품 안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로 움직인다.

박찬국의 『차라투스트라, 그에게 삶의 의미를 묻다』는 이 난해한 작품을 간단하게 요약하거나 문장별로 번역해주는 책이 아니다. 니체의 생애와 기본 사상, 초인과 귀족주의, 평등주의 비판과 허무주의의 극복을 먼저 설명하며 니체를 읽기 위한 철학적 바탕을 마련한다. 해설서를 읽었다고 니체의 모든 문장이 곧바로 명료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무런 기준 없이 은유 사이를 헤매던 독자에게 무엇을 중심에 두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분명한 역할을 한다.


┃ 작가 소개

박찬국은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독일 뷔르츠부르크대학교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니체와 하이데거를 비롯한 실존철학을 주요 연구 분야로 삼아왔다. 저서로는 『원효와 하이데거의 비교 연구』, 『내재적 목적론』,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읽기』 등이 있다. 『차라투스트라, 그에게 삶의 의미를 묻다』에서는 니체의 사상을 단편적인 명언으로 소개하지 않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발언들이 어떤 철학적 토대 위에서 나오는지를 설명한다.


┃ 목차

목차 펼쳐보기

들어가며

Part 1. 차라투스트라를 만나기 전에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어떤 책인가
서양철학의 고전 중에서 가장 어려운 책
차라투스트라는 누구인가

니체의 생애, 자신의 운명을 사랑한 삶
꼬마 목사에서 적그리스도로
대학생 니체, 쇼펜하우어를 만나다
종합병원 니체, 사는 것 자체가 끔찍한 고통이다
광인 니체, 죽어서 신화가 되다

Part 2.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프롤로그: 인간은 초극되어야만 하는 그 무엇이다
차라투스트라의 하산
신은 죽었다
인간은 초극되어야만 하는 그 무엇이다
초인은 누구인가
말세인은 벼룩처럼 가장 오래 산다
광대의 추락과 죽음

Ⅰ부: 낙타와 사자의 정신을 넘어 아이의 정신으로 살라
낙타와 사자의 정신을 넘어 아이의 정신으로
나는 전적으로 육체다
열정의 승화, 사나운 들개가 사랑스러운 새가 되다
창백한 범죄자
국가는 냉혹한 괴물이다
이웃사랑은 그대들 자신에 대한 나쁜 사랑이다
이웃사랑이 아니라 우정을!
제때에 죽어라!
천재는 인류에게 자신을 선사한다

Ⅱ부: 거대한 고통을 흔쾌히 견디는 훈련만이 우리를 고양시킨다
창조하는 자는 산모의 고통을 겪어야 한다
동정은 왜곡된 권력 감정이다
평등을 떠드는 자들이여, 그대들은 타란툴라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힘을 추구한다
현대인들의 교양은 자신을 치장하는 것이다
과거를 어떻게 구원할 것인가

Ⅲ부: 영원회귀라는 뱀의 머리를 물어뜯으라
그것이 삶이었던가? 자! 그럼 다시 한번!
뱀의 머리를 물어뜯으라!
대도시에 침을 뱉으라!
세 가지 악덕
모든 위대한 것은 시장과 명성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 생겨난다
낡은 서판과 새로운 서판

Ⅳ부: 나에게서 배우라! 웃는 것을!
가장 추악한 자는 누구인가
위에도 천민! 아래도 천민!
웃음은 신성한 것이다! 나에게서 웃는 것을 배워라

차라투스트라에게 여성과 정치를 묻다
여자에게 갈 때는 채찍을 들고 가라
새로운 귀족을 기다리며

마치며


┃ 줄거리

『차라투스트라, 그에게 삶의 의미를 묻다』는 니체의 생애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성격을 소개한 뒤,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주요 철학 개념을 해설한다. 책은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앞부분에서는 니체의 삶과 작품의 배경을 다루고 후반부에서는 프롤로그를 포함한 여러 장을 통해 초인, 귀족주의, 평등주의 비판, 선과 악, 허무주의의 극복을 설명한다. 개별 문장을 순서대로 해석하기보다 니체 사상의 큰 틀을 제시하고, 그 안에서 차라투스트라의 말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니체의 초인 사상이 나치에 의해 어떻게 왜곡되고 이용되었는지를 살피며, 그의 철학을 민족주의와 인종주의로 단순하게 연결할 수 없는 이유도 설명한다.


┃ 작품 해석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니체가 사용하는 단어와 독자가 알고 있는 단어의 의미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초인, 귀족, 천민, 선함, 평등과 같은 말은 익숙하지만, 니체는 이를 사회에서 통용되는 의미 그대로 사용하지 않는다. 독자는 자신이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한 의미를 바탕으로 문장을 해석하지만, 그 순간 니체의 사상과 멀어질 수 있다. 이 책은 먼저 그 익숙한 단어를 낯설게 만든다. 단어를 쉽게 풀이해주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의미를 잠시 내려놓고 니체가 세운 개념 안에서 다시 보게 한다.

니체의 귀족주의 역시 혈통과 재산, 지위에 따라 인간을 구분하는 세속적인 귀족주의와 다르다. 그가 말하는 귀족은 사회적 권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끊임없는 자기 극복을 통해 정신적으로 고양되는 인간에 가깝다. 반대로 여기서 천민은 단순히 가난하거나 배우지 못한 사람을 뜻하지 않는다. 박찬국의 설명에 따르면, 자신의 무력함을 극복하려 하기보다 타인을 끌어내림으로써 스스로의 가치를 확인하려는 태도가 문제의 중심에 놓인다.


평등을 떠드는 자들이여,
그대들은 타란툴라다.

― 박찬국, 『차라투스트라, 그에게 삶의 의미를 묻다』, 세창출판사, p.209


니체가 평등주의자를 타란툴라에 비유하는 부분은 그의 사상에서 가장 불편하게 다가오는 지점 중 하나다. 그는 모든 인간에게 같은 권리와 기회를 부여하려는 평등의 가치를 단순히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 평등과 정의를 주장하는 말 뒤에 무력감과 상처 입은 자존심, 시기심과 복수심이 숨어 있을 가능성을 살핀다. 스스로 성장하여 상대와 같은 높이에 도달하려는 대신,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을 끌어내려 모두를 같게 만들려는 욕망이 평등의 언어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개인적인 원한은 정의라는 보편적인 언어로 모습을 바꾼다. 자신이 상처받았기 때문에 상대를 미워한다고 말하는 대신, 상대가 불의하기 때문에 단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복수는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사회를 바로잡기 위한 의무처럼 제시되고, 상대를 처벌하는 행위는 정의의 실현으로 포장된다. 니체가 경계하는 것은 평등이라는 단어 자체보다 자신 안의 시기심과 원한을 감춘 채 심판자의 자리에 오르는 태도이다.


그들이 자신들을 ‘선하고 의로운 자들’이라고 부를 때,
그들이 바리새인이 되는 데 부족한 것은
오로지 권력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라!

― 박찬국, 『차라투스트라, 그에게 삶의 의미를 묻다』, 세창출판사, p.214


자신을 선하고 의로운 사람이라고 확신하는 태도는 그 자체로 위험할 수 있다. 권력이 없을 때는 자신의 신념을 주장하는 선량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권력을 얻는 순간 자신과 다른 이들을 단죄하는 심판자로 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니체의 비판은 특정한 정치 집단이나 평등주의자에게만 적용되지 않는다. 자신의 가치만을 선으로 규정하고 상대를 악으로 확정하는 순간 누구나 그가 비판한 바리새인의 자리에 설 수 있다. 문제는 어떤 이념을 지지하는가보다 자신의 원한을 선과 정의의 이름으로 감추고 있는가에 있다.

초인 사상이 나치에 이용된 과정 역시 하나의 철학이 원래의 맥락에서 분리될 때 어떤 왜곡이 발생하는지를 보여준다. 니체는 교육과 결혼을 통해 더 높은 인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고, 나치는 이 가운데 일부를 자신들의 인종주의적 계획에 가져다 사용했다. 그러나 책에 따르면 니체는 특정 민족주의와 국수주의, 인종주의를 배격했다. 나치는 자신들이 우월한 민족이며 초인을 만들어낼 자격을 가졌다고 선언함으로써 니체의 정신적 자기 극복을 혈통과 인종의 문제로 바꾸었다. 초인은 스스로를 넘어서려는 인간이 아니라 특정 민족이 독점할 수 있는 생물학적 이상으로 왜곡되었다.

이러한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단순히 독특한 비유로 쓰인 철학서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작품에 등장하는 말들은 니체가 평생 고민한 허무주의와 자기 극복, 기존 도덕에 대한 비판 위에 놓여 있다. 개별 문장의 뜻을 모두 해명하지는 않지만, 이 책은 차라투스트라의 발언을 해석할 수 있는 개념의 좌표를 제공한다. 독자는 무엇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어떤 개념을 먼저 살펴봐야 하는지를 확인한 뒤 원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완벽하게 이해시켜준다는 데 있지 않다. 작품을 읽기 위한 최소한의 기반을 제공한다는 데 있다. 아무런 배경 없이 본문을 읽을 때는 은유와 낯선 선언만 이어지지만, 이 책을 거친 뒤에는 초인과 허무주의, 귀족주의와 원한의 도덕이 서로 어떤 관계를 맺는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모든 문장의 의미를 알아내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무엇을 모르고 있으며, 어떤 개념을 더 살펴봐야 하는지는 확인할 수 있다.

좋은 해설서는 원전을 대신하지 않는다. 어려운 작품을 몇 개의 쉬운 문장으로 축소하여 이해했다는 착각을 주는 대신, 원전 안에서 붙잡아야 할 개념과 질문을 마련한다. 『차라투스트라, 그에게 삶의 의미를 묻다』가 제공하는 것도 니체에 대한 완성된 지식이 아니라, 니체를 읽기 위한 철학적 바탕과 그의 문장 앞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한 기본적인 지도에 가깝다.


┃ 결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해설 없이도 문장을 따라 읽을 수는 있지만, 니체가 사용하는 개념의 토대를 알지 못하면 그 의미를 쉽게 놓칠 수 있는 작품이다. 초인과 귀족, 평등과 선함처럼 익숙한 말이 기존의 뜻과 다르게 사용되고, 각각의 발언은 니체의 허무주의 극복과 도덕 비판 안에서 서로 연결된다. 일부 문장만 떼어 읽으면 니체의 철학은 강자를 찬양하거나 평등을 거부하는 사상으로 축소될 위험도 있다.

박찬국의 『차라투스트라, 그에게 삶의 의미를 묻다』는 이 복잡한 사상을 모두 해결해주는 책은 아니다. 대신 본문을 읽기 전에 필요한 개념의 바탕을 깔고, 차라투스트라의 말이 어떤 철학적 구조에서 나오는지를 보여준다. 해설서를 읽은 뒤에도 모르는 것은 여전히 남지만,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는 이전보다 분명해진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펼쳤으나 은유와 개념 앞에서 방향을 잡기 어려웠던 독자에게 본문으로 다시 들어가기 위한 기본적인 길을 마련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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