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쿠데타 / 클레어 프로보스트·매트 켄나드 / 그림자 권력 쿠데타의 실체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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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정보

소리 없는 쿠데타를 상징하는 세계지도 위 거대한 조종자의 손과 권력의 실체
제목소리 없는 쿠데타
저자클레어 프로보스트·매트 켄나드
번역가윤종은
출판사 / 시리즈소소의책
출간일2025.04.18
페이지364p
장르정치일반
국가영국
ISBN9791171650248
Original TitleSilent Coup: How Corporations Overthrew Democracy
Original AuthorClaire Provost · Matt Kennard
Original Date2023

┃ 들어가며

당신이 오늘 마주한 것들 가운데 진실은 얼마나 될까?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흐려지는 동안, 자유민주주의의 제도는 보이지 않는 권력에 의해 은밀하게 잠식된다. 클레어 프로보스트와 매트 켄나드의 『소리 없는 쿠데타』는 국가의 통치권을 비껴가며 세계를 움직이는 기업과 국제기구의 권력 구조를 추적한다. 이 책은 누군가의 발언보다 그 뒤에 놓인 이해관계와 이익의 흐름을 먼저 보게 만든다.


┃ 클레어 프로보스트 작가 소개

클레어 프로보스트(Claire Provost)는 영국의 탐사보도 기자이자 작가로, 기업 권력과 국제개발, 불평등, 젠더 문제를 중심으로 취재해 왔다. 비영리 언론 기관인 저널리즘과 사회변화 연구소의 공동 설립자이자 공동 책임자로 활동하며,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권력과 자본의 작동 방식을 추적하고 있다. 『소리 없는 쿠데타(Silent Coup: How Corporations Overthrew Democracy)』는 매트 켄나드와 함께 2014년부터 진행한 조사와 취재를 바탕으로 집필한 첫 책이다.


┃ 매트 켄나드 작가 소개

매트 켄나드(Matt Kennard)는 영국의 탐사보도 기자이자 작가로, 영국의 외교정책을 조사하는 탐사보도 전문 언론 〈디클래시파이드 유케이(Declassified UK)〉의 공동 설립자이자 수석 조사원이다. 런던 탐사보도센터의 회원과 이사를 지냈으며, 국가와 기업, 군사 권력이 결합해 작동하는 구조를 지속적으로 취재해 왔다. 주요 저서로 『비정규군(Irregular Army)』, 『부정한 돈벌이(The Racket)』, 『소리 없는 쿠데타(Silent Coup: How Corporations Overthrew Democracy)』가 있다.


┃ 목차

목차 펼쳐보기

ㆍ들어가는 말│만남

제1부 기업 사법
1│국가와 기업의 대결
뜻밖의 전화│퍼시픽 림 대 엘살바도르│금광에서 흘러나오는 유독 물질│독립기념일에 다시 독립을 위해 싸우다
2│세계은행이 만든 법원
통제 불능의 국제조약│기록보관소로│‘도쿄에서 나온 반대’를 무릅쓰고│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다
3│투자자들을 위한 비밀 보험
남아프리카공화국은 과연 승소한 것일까?│마리카나의 묘비들│진짜 승자는 누구였을까?│여기에 천사는 없다
4│‘숨겨진’ 자본주의 대헌장
1957년 샌프란시스코│특별 국제 법원│말뿐이 아니라 행동으로│새로운 세상을 위한 새로운 규칙
5│부메랑을 맞는 선진국들
바텐폴, 독일 정부를 제소하다│주권을 위협하는 조약│함부르크의 선택│납세자들은 까맣게 모른다

제2부 기업 복지
6│저개발국 원조라는 비즈니스
이상한 축제│원조 자금이 향하는 곳은│마거릿과 마하티르│이 제국에서 저 제국으로
7│선진국 대기업들의 ‘개발’ 금융
제국에 투자하다│억만장자 수혜자들│IFC의 탄생│여왕의 다이아몬드
8│새로운 형태의 식민주의
잔지바르에는 양초가 없다│아프리카의 신동맹│자선단체인가, 기업인가│이제 우리 모두는 파트너입니다
9│그 돈은 어디로 갔을까?
식민주의자 기업│상위 1퍼센트에게로 가는 지원│샹그릴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유럽의 월마트로 흘러간 돈
10│개발 비즈니스의 신대륙
조용한 협력자│유럽부흥개발은행의 논리│빈곤 퇴치와 성형수술│우리는 반대표를 던졌을 것입니다

제3부 기업 유토피아
11│울타리를 둘러 특구를 만들다
지도처럼 설계한 독재│경제특구의 난민들│투자자의 권리는 보장되고 강화된다│경제특구의 승자는 누구인가
12│아일랜드의 발명품, 전 세계로
불굴의 오뚝이가 시작한 일│세상의 중심이 되다│섀넌에서 배우자│노동자의 권리가 없는 나쁜 일자리
13│아시아의 노동자 수용소들
선전에서 보낸 5일│노동 착취 도시│노조는 꿈도 꾸지 마세요│수면 아래의 움직임과 균열
14│기업이 만드는 도시
도시를 운영하는 억만장자 사업가│맑은 공기를 팝니다│민간이 만드는 미래│런던의 로열독스
15│금융이 왕이다
세금 없는 천국│그 천국은 불평등의 나라│IFC와 조세 회피│회사 정보는 공개하지 않습니다

제4부 기업 군대
16│‘스스로’ 보호하고 확장하는 기업들
초국가 기구가 필요하다│100년 전부터 시작한 일│기괴한 청사진│파리 떼의 독재
17│준군사조직의 만행
콜롬비아의 악몽│처벌받지 않는 가해자들│매일같이 살인이 벌어지는 곳│온두라스의 민병대
18│점령의 민영화, 국경 ‘사업’
팔레스타인의 점령 주식회사│실전으로 검증된 제품입니다│난민 관리도 기업이 맡는다│다국적 대기업의 구금 사업
19│정부를 대신하고, 유모가 되고
무기를 따라가라│경찰관을 압도하는 민간 경비원의 수│새로운 제국주의 혹은 신중세주의│유모가 된 경비원
20│핵 보안 사업도 대기업의 손에
비밀 도시│로스앨러모스의 사영화│GOCO│핵폭탄이 처음 터진 곳

ㆍ에필로그│추악한 진실과 희망의 불씨

ㆍ감사의 말
ㆍ옮긴이의 말


┃ 줄거리

『소리 없는 쿠데타』는 국제투자분쟁(ISDS), 국제 원조, 민영화, 국제금융과 로비 구조를 중심으로 현대 민주주의가 어떤 방식으로 흔들리고 있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엘살바도르의 채굴권 분쟁을 비롯해 여러 국가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을 따라가며, 글로벌 기업과 국제기구가 법과 계약의 형식을 이용해 국가의 정책 결정에 개입하는 과정을 추적한다. 총과 탱크가 아닌 계약서와 소송으로 이루어지는 새로운 형태의 권력 구조를 분석하며, 오늘날 민주주의가 직면한 또 다른 위협을 독자에게 제시한다.


┃ 작품 해석

『소리 없는 쿠데타』가 보여주는 가장 두려운 변화는 현대의 권력이 더 이상 총과 탱크를 앞세우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의 쿠데타는 군대가 정부 청사를 점령하고 기존 통치자를 끌어내리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정부를 무너뜨리지 않고도 국가의 선택을 제한할 수 있다. 계약과 소송, 투자협정과 국제기구를 이용해 정책의 방향을 바꾸면 민주주의의 외형을 그대로 둔 채 실질적인 결정권만 빼앗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저자들이 말하는 ‘소리 없는 쿠데타’의 실체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러한 권력 이동이 대부분 합법적인 절차의 모습을 띤다는 점이다. 국제투자분쟁은 법과 계약에 따라 진행되고, 기업은 정해진 제도를 이용해 손해배상을 요구한다. 겉으로만 보면 법적 권리를 행사하는 정상적인 과정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법이 누구의 요구를 중심으로 설계되었는지 살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법은 약자를 보호하는 장치로 인식된다. 그러나 거대한 자본이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 수단으로 법을 이용하는 순간, 그것은 오히려 국가의 통치권을 강탈하는 칼날로 둔갑한다.

그 칼날은 국가가 공익을 위해 내린 결정에 배상 책임을 물리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법을 만들었는데, 그로 인해 부담해야 할 배상금이 국가의 존속을 위협할 정도라면, 민주주의 제도는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국민은 선거를 통해 정부를 구성하고, 정부는 국가의 구성원인 국민의 요구를 반영해 정책을 수립한다. 그러나 국제적 계약과 소송은 정부가 국민의 요구를 실현할 수 있는 행동반경을 기업의 이익이 허용하는 범위 안으로 축소한다. 결국 국가는 존속을 위해 국민보다 기업의 눈치를 보는 법과 정책을 만들 수밖에 없다. 자유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국가의 행동반경이 기업 이익이라는 철창 안에 갇힌 셈이다.

이 철창을 만드는 것은 어느 한 기업의 탐욕만이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반복되는 글로벌 기업의 횡포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거대한 권력 구조와 연결되어 있다. 기업은 손실을 주장하고, 금융회사는 소송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며, 전문 로펌은 그 주장을 법률적 분쟁으로 전환한다. 국제기구는 국가를 보호하기보다 기업이 국가를 상대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정치인은 그 제도가 유지되도록 뒤를 받친다. 각각의 움직임은 서로 분리되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의 과정으로 연결되는 순간 국가의 결정을 제약하는 거대한 권력으로 작동한다.

그 과정에서 책임은 여러 주체에게 흩어지는 반면, 이익은 기업과 투자자에게, 피해는 국가와 국민에게 집중된다. 『소리 없는 쿠데타』가 특정 기업의 탐욕을 고발하는 데 머물지 않고, 그 탐욕이 권력으로 전환되는 구조를 추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표면에 드러난 기업 하나만 바라봐서는 그 뒤에서 움직이는 금융회사와 로펌, 국제기구와 정치권의 결합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 교묘한 점은 이러한 권력 구조가 언제나 노골적인 악의 얼굴로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데 있다. 때로는 개발과 구호, 빈곤 퇴치처럼 선한 목적을 내세운 채 작동한다. 국제 원조 역시 겉으로는 가난한 국가를 돕는 제도처럼 보이지만, 자금이 흘러가는 방향과 그 과정에서 권한을 얻는 주체를 따라가면 전혀 다른 모습이 드러난다. 이제 명분과 실제 작동 방식 사이에 간극이 나타나는 국제 원조의 사례를 살펴보자.

원조라는 말은 가난한 국가에 식량과 의약품을 제공하고, 교육과 기반 시설을 지원하는 선한 행위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원조 자금이 국제기구와 계약업체, 하청업체를 거친 끝에 원조 제공국 기업의 상품을 구매하는 데 쓰인다면 최종 수혜자가 누구인지 다시 물어야 한다. 원조를 받는 국가는 빚과 의존을 떠안는 반면, 원조를 제공한 국가와 기업은 새로운 시장과 영향력을 확보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 구조에서 가장 먼저 물어야 할 것은 누가 어떤 명분을 내세웠느냐가 아니라, 그 결정으로 누가 이익을 얻었느냐이다. 정치인의 발언과 국제기구의 선언에는 인도주의, 자유, 개발, 민주주의처럼 반박하기 어려운 명분이 등장한다. 그러나 선한 명분이 반드시 선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선언된 목적과 실제 자금의 흐름을 분리해 살펴볼 때 비로소 권력이 향하는 곳이 드러난다. 『소리 없는 쿠데타』는 말의 표면에 머물지 않고 계약과 자금, 제도와 이해관계가 움직이는 방향을 먼저 읽으라고 요구한다.

책의 초반에는 이러한 일들이 개발도상국에서만 벌어지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다. 소개되는 사례가 주로 경제력과 외교력이 약한 국가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권력 구조 역시 약소국에만 작동하는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책은 한때 주변부 국가를 겨누었던 제도와 소송이 점차 프랑스와 독일, 미국 같은 선진국으로 향하는 과정까지 보여준다. 약한 국가에서 먼저 작동한 권력의 방식은 그곳에 머무르지 않는다. 한 번 만들어진 제도는 더 큰 이익을 찾아 움직이고, 결국 그것을 만든 국가의 통치권까지 위협한다.

이 과정에서 민주주의는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는다. 선거와 의회, 법률과 행정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정부가 실제로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의 범위는 기업과 금융, 국제기구가 만들어놓은 계약과 제도 안에서 점차 좁아진다. 국민은 정부를 선택할 수 있어도 그 정부가 무엇을 선택할 수 있는지까지 결정하지 못하게 된다. 결정권의 중심이 국민에게서 조금씩 멀어질수록 권력이 실제로 어디에 있는지도 흐려진다. 민주주의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외형을 유지한 채 보이지 않는 권력에 의해 은밀하게 잠식된다.

이 책이 고발하는 것은 비밀조직이 세계를 조종한다는 단순한 음모가 아니다. 민주주의의 제도와 절차가 그대로 유지되는 동안 실제 결정권이 기업과 금융, 국제기구로 조금씩 이동하는 구조적인 변화이다. 총성도 없고 정부가 무너지지도 않기에 시민은 권력을 빼앗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선거가 계속되고 법률이 제정된다는 이유만으로 민주주의가 온전히 작동한다고 믿는 순간, 그 외형 뒤에서 누가 정책의 한계를 정하고 있는지는 보이지 않게 된다. 『소리 없는 쿠데타』는 바로 그 보이지 않는 경계를 찾아내도록 독자의 시선을 권력의 표면에서 구조의 안쪽으로 돌려놓는다.


┃ 결론

클레어 프로보스트와 매트 켄나드의 『소리 없는 쿠데타』는 정치적 발언의 진위를 가려내는 책이 아니라, 그 발언이 만들어지고 실행되는 구조를 추적하는 책이다. 뉴스에 드러난 인물과 사건만 바라봐서는 권력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기 어렵다. 『소리 없는 쿠데타』는 그 뒤에 놓인 계약과 자금, 기업과 금융회사, 국제기구와 정치권의 연결망을 추적하며 민주주의의 결정권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묻는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몇몇 기업의 탐욕이나 비밀조직의 음모가 아니라, 합법적인 제도와 선한 명분을 통해 국가의 통치권을 조금씩 잠식하는 그림자 권력 쿠데타의 실체이다.

이 권력은 총성과 폭력으로 정부를 무너뜨리지 않는다. 선거와 의회, 법률과 행정의 외형을 그대로 남겨둔 채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의 범위를 좁히고, 국민에게 있어야 할 결정권을 기업과 금융, 국제기구의 이해관계 안으로 옮겨놓는다. 개발도상국에서 먼저 작동한 방식이 선진국까지 향하고, 국제 원조와 민주주의 같은 선한 언어마저 권력의 통로로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은 이 문제가 어느 한 지역이나 제도에만 머물지 않음을 보여준다.

권력은 반드시 눈에 보여야만 권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장 강한 권력은 합법과 상식, 일상의 얼굴을 하고 있어 더 이상 의심받지 않는 구조 속에 자리 잡는다. 그렇기에 『소리 없는 쿠데타』는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 무엇의 뒤를 따라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에 가깝다. 누가 선한 말을 했는지가 아니라 그 말이 어떤 계약과 자금의 흐름으로 이어졌는지, 그 결과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선택권을 잃었는지를 묻게 만든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독자는 정치의 표면보다 권력이 움직이는 안쪽을 먼저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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