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영혼 / 올가 토카르추크 / 어른을 위한 그림책 / 잔상이 되어버린 나를 되찾는 방법

┃ 도서 정보

『잃어버린 영혼』 삽화, 흑백에서 색채로 변하는 존재의 회복
제목잃어버린 영혼
저자글 : 올가 토카르추크 / 그림 : 요안나 콘세이요
번역가이지원
출판사 / 시리즈사계절 / Dear 그림책
출간일2018.10.24
페이지48p
장르그림책
국가폴란드
ISBN9791160944020
Original TitleZgubiona dusza(The Lost Soul)
Original AuthorOlga Tokarczuk / Joanna Concejo
Original Date2017

┃ 들어가며

201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올가 토카르추크의 『잃어버린 영혼』은 그림책임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다. 바쁜 현대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하여 앞만 보고 달려가다가 점점 속이 비어 빈 껍데기만 남았다고 여기는 이들에게 잔상이 되어버린 나를 되찾는 방법을 제시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사회생활에 찌든 성인이라면, 사회의 틀에 맞추기 위하여 언제나 자신을 뒤로 미루어 놓아 어느 순간 스스로를 잃어버렸다고 느끼는 이라면 깊게 공감할 것이다.


┃ 글 작가 소개

올가 토카르추크(Olga Tokarczuk)는 폴란드를 대표하는 소설가로, 201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심리학을 전공했으며 인간의 정체성, 기억, 신화, 이동과 경계의 문제를 독특한 서사 구조로 탐구해 왔다. 대표작으로 『태고의 시간들』, 『방랑자들』,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기묘한 이야기들』, 『다정한 서술자』 등이 있다. 『잃어버린 영혼』에서는 몸보다 느린 영혼이라는 간결한 비유를 통해 현대인이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과정을 그림책의 언어로 풀어냈다.


┃ 그림 작가 소개

요안나 콘세이요(Joanna Concejo)는 폴란드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림책 작가로, 현재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다. 연필과 색연필의 섬세한 선, 오래된 종이의 질감, 여백과 희미한 색채를 활용해 기억과 꿈을 닮은 장면을 그려낸다. 『빨간 모자』, 『백조왕자』, 『아무개 씨의 수상한 저녁』, 『과자가게의 왕자님』, 『바다에서 M』 등의 그림을 그렸으며, 『잃어버린 영혼』으로 2018년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특별상을 받았다. 이 작품에서는 흑백과 색채의 변화를 통해 글과 나란히 흐르는 또 하나의 서사를 완성했다.


┃ 줄거리

눈 덮인 공원
― 올가 토카르추크, 『잃어버린 영혼』 중에서

주인공 얀은 어느 날 자기가 누구인지조차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여권을 꺼내야 자신의 이름이 기억날 만큼. 자신의 상태가 심각함을 깨닫고 의사를 찾아간다. 그러나 의사는 주인공의 생각과 달리 약을 처방해 주지 않는다. 대신 의사는 말한다. 영혼은 몸을 잃어버린 것을 알지만 몸은 자신의 알맹이를 잃어버린 것을 깨닫지 못한다고. 그 이유는 몸과 영혼의 속도가 다른데 태초에 우주가 생성될 때부터 영혼의 속도가 더 느렸노라고.

그러니 이전에 다녀왔던 곳에 가서 기다리면 영혼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처방을 내려준다. 얀은 의사의 말을 따랐다. 모든 일을 그만두고 도시 외곽에 작은 집을 구해 하염없이 자신의 알맹이를 기다린다. 수염이 허리까지 길 정도로.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만신창이가 된 영혼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과연 얀은 자신을 되찾고 난 후에 어떻게 대처했을까?


┃ 작품 해석

자유 의지를 가진 사람의 몸은 어디로든 갈 수 있다. 고속 열차를 타고 도시를 가로지르고, 해외로 출장도 다닌다. 언제든 인터넷과 연결되고, 업무와 일상은 물 흐르듯 처리된다. 하지만 몸의 이동이 곧 존재의 이동은 아니다. 몸을 옮긴다고 해서 마음이 그곳에 닿는 것은 아니다. 올가 토카르추크는 어른을 위한 그림책 『잃어버린 영혼』을 통해 우리를 구성하는 두 존재의 속도 차이를 조용히 지적한다. 이는 단순한 지적이라기보다 몸보다 한참 느린 영혼, 그 느린 존재를 기다릴 줄 아는 삶이 필요한 시대에 대한 경고이다.

우리를 구성하고 있는 두 존재의 시간이 다르다는 말은 현실적인 의학의 언어가 아니다. 저자는 이 구절에서부터 문학의 언어로 독자에게 메스를 들이댄다. 영혼이 따라오지 못한 몸이라는 비유는 현대인이 겪는 정체성의 공백을 간결하게 포착한다. 너무 바빠서, 너무 많은 일을 해서, 남들만큼은 살기 위해서, 남들보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살다가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모르게 되는 감각. 이 책은 그 감각을 하나의 증상으로 명명하고 처방으로 멈춤을 제안한다.

혼자 식탁 차리는 얀
― 올가 토카르추크, 『잃어버린 영혼』 중에서
사슴과 토끼가 찾아온 식탁
― 올가 토카르추크, 『잃어버린 영혼』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기법은 바로 그림의 구성이다. 책의 앞부분은 흑백이며 그림의 밀도가 굉장히 높다. 글을 전혀 읽지 않아도 무언가 공허하고 과도한 답답함에 숨 쉬기가 곤란할 정도이다. 하지만 영혼이 찾아오는 그 순간부터 그림에 서서히 색이 돌아오기 시작한다. 흑백 속에 묻혀 있던 그의 삶에 하나둘 색이 스며들며 화면이 따뜻해진다. 컬러가 돌아온다는 사실은 단지 시각적 요소의 회복이 아니다. 그것은 정체성의 회복이자 감각의 귀환이며 자기 존재의 온도감이 돌아오는 순간이다.

요안나 콘세이요의 그림은 그 감정의 미묘한 온도를 섬세하게 담아낸다. 대부분의 그림은 빈티지 느낌이 물씬 나는 종이에 연필로 그려져 종이의 질감마저도 삭막하기 그지없다. 이 텍스처는 마치 인류가 문명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동일한 문제를 겪어왔음을 말하는 듯하다. 그리고 이 정적인 장면들 속에서 변하는 것이 색채와 연필 터치의 밀도이다. 색이 돌아오고 숨 쉴 공간이 생긴다는 것은 존재의 회복을 뜻한다. 단지 살아 있다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듯한 감각을 되찾는 과정.

짧은 스토리이지만 읽고 나면 긴 여운이 남는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건 단순한 힐링이나 느림의 미학이 아니다. 오히려 속도 차이를 견딜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몸과 영혼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을 때 우리는 멈출 수 있는가? 기다릴 수 있는가? 아니면 얀처럼 영혼이 사라진 줄도 모른 채 텅 빈 삶을 계속 견딜 것인가? 이 책은 현대인에게 묻는다. 그리고 그 기다림이 결국 하나의 귀환을 낳는다고 말한다. 얀은 다시 자신의 영혼을 만난다. 지치고 더럽고 할퀴어진 채 그 존재는 헐떡이며 말한다. “나는 네 영혼이야.”

이 책은 그림책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결코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스스로를 잃어본 적 있는 어른들에게 더 깊게 와닿는다. 밀도 높은 연필의 흔적이 남은 페이지마다 현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묵직한 정서가 눌려 있고 각각의 문장마다 철학적 질문이 뿌리내린다. 영혼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삶의 속도에 대해 다시 한번 발걸음을 늦추게 만든다. 그리고 작가가 제시한 잔상이 되어버린 나를 되찾는 방법에 대하여 고민하게 된다.

영혼의 귀환과 함께 삶에 색채가 돌아온 장면
― 올가 토카르추크, 『잃어버린 영혼』 중에서
회복된 일상에 온전한 색채가 자리 잡은 장면
― 올가 토카르추크, 『잃어버린 영혼』 중에서

이 작품에서 기다림은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다. 몸보다 늦게 도착하는 영혼을 위해 자신의 속도를 낮추고, 비어 있는 자리를 그대로 남겨두는 선택에 가깝다. 우리는 대개 잃어버린 것을 되찾으려 할 때 더 바쁘게 움직이고 더 많은 것을 시도한다. 하지만 『잃어버린 영혼』은 정반대의 방법을 제안한다. 앞으로 나아가는 대신 멈추고, 채우는 대신 비워두며, 뒤처진 자신이 다시 따라올 수 있도록 시간을 내어주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되찾는 일은 새로운 것을 얻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너무 오래 뒤에 남겨둔 자신을 기다리는 데서 시작될지도 모른다.

『잃어버린 영혼』은 잔상이 되어버린 나를 되찾는 이야기이자 자기 자신에게 돌아가는 이야기이다. 오늘도 바쁜 일상을 달리다 문득 멈춰 선 당신이라면 이 책은 작은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너무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 빈 껍데기만 남아 공허함만 가득한 그 자리에 멈춤이라는 처방전을 따르면 당신의 영혼도 도착해 있을지 모른다. 당신이 좀비가 되어 몸부림칠 때 당신의 알맹이는 지금도 열심히 달려오고 있을 테니까. 필요한 것은 잠깐의 기다림일 뿐이다.


┃ 결론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올가 토카르추크의 『잃어버린 영혼』은 단순한 감성 위로가 아니라 존재의 결핍을 인식하고 회복하는 감각을 일깨운다. 텍스트와 이미지, 구조와 연출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이 작품은 문학과 미술이 만나는 지점에서 현대인의 속도와 정체성의 균열을 치밀하게 포착한다. 잃어버린 것은 단지 영혼만이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메시지. 그리고 그 나를 되찾는 길은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몸보다 느린 영혼이 도착할 때까지 잠시 멈춰 기다리는 일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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