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 / 윌리엄 셰익스피어 / 파국을 부른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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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히스토리퀸으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 도서 정보

| 제목 |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 |
| 저자 | 윌리엄 셰익스피어 |
| 번역가 | 김연수 |
| 출판사 / 시리즈 | 히스토리퀸/ – |
| 출간일 | 2025.06.02 |
| 페이지 | 220p |
| 장르 | 고전문학 · 희곡 · 비극 |
| 국가 | 영국 |
| ISBN | 9791199203617 |
| Original Title | Antony and Cleopatra |
| Original Author | William Shakespeare |
| Original Date | 1607 |
┃ 들어가며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는 사랑 이야기처럼 시작되지만 실은 전쟁과 패권, 정치적 명분과 권력 투쟁이 빚어낸 대서사이다.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는 서로에게 치명적이었고, 각자의 제국에 재앙이자 미혹이었다. 그들은 사랑했지만 서로를 믿지 못하였고, 감정에 눈이 멀어 이성적 판단이 불가능했다. 결국 두 사람은 연인이라기보다 파국을 부른 동맹에 가까웠다. 이 책은 그런 두 사람의 만남과 몰락을 건조하게 그려낸다. 즉, 로맨스가 아니라 몰락의 시나리오이다.
┃ 작가 소개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는 영국의 극작가이자 시인으로, 비극·희극·역사극을 넘나들며 인간의 욕망과 권력, 사랑과 질투, 야망과 몰락을 집요하게 그려냈다. 『햄릿』, 『맥베스』, 『오셀로』, 『리어 왕』 같은 비극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에서는 로마의 정치 질서와 이집트의 감정적 세계를 충돌시키며 사랑과 권력이 서로를 무너뜨리는 과정을 보여준다.
┃ 목차
목차 펼쳐보기
등장인물들 006
1막
나의 망각은 그대의 것 008
2막
환상 속 베누스와 같은 그대여 040
3막
사랑의 키가 영혼을 끌어당기다 088
4막
용서를 빌기 위한 눈물로 운명을 빛내리 142
5막
태양과 달이 땅에 빛을 뿌리리 188
옮긴이의 말 215
┃ 줄거리
카이사르 사후, 로마의 권력은 안토니우스, 옥타비아누스, 레피두스로 이루어진 삼두정치로 나뉜다. 즉, 이 작품에 나오는 카이사르는 우리가 아는 율리우스가 아니라 그의 양자인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옥타비아누스이다. 안토니우스는 유부남이었지만 클레오파트라의 치마폭에 싸여 헤어 나오지 못한다. 또한 카이사르 시대에 죽었던 폼페이우스의 아들 섹스투스 폼페이우스가 반란을 일으켜 해상을 장악한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동생과 아내가 옥타비아누스에게 반기를 들고 전쟁을 일으켰다가 결국 패하고 만다.
여러 번의 옥타비아누스의 도움 요청을 무시하다가 동생과 아내의 반란에 더는 모른 채 할 수 없어 로마로 돌아온다. 옥타비아누스는 그가 반란을 도모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며, 그의 친구들은 안토니우스와 옥타비아누스의 누이 옥타비아를 결혼시켜 혼인으로 화해를 도모한다. 그러나 점쟁이의 경고까지 더해지면서 결국 다시 이집트로 향하고, 그곳에서 클레오파트라와 카이사리온을 비롯한 자녀들에게 왕호와 영토를 나누어 주며 로마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이후 악티움 해전에 연인이 함께 출정하였다가 줄행랑을 치면서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는다.
┃ 작품 해석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는 조지 버나드 쇼의 클레오파트라와 카이사르보다 훨씬 전에 쓰였다. 그러나 작품 속 시대상은 후자가 먼저여서 읽는 순서는 반대로 읽어야 한다. 전작에 나왔던 이름이 이 작품에도 이어지는데,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를 제외하면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는 전작 인물들의 다음 세대로 이해하고 읽으면 된다. 이 작품은 카이사르가 남긴 ‘브루투스 너마저…’ 이후에 발생한 일들이다. 희곡의 형식을 띤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를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클레오파트라 : 정말 저를 사랑하신다면, 얼마나 많이 사랑하는지 말로 해줘요.
안토니우스 : 말로 다 할 수 있으면 사랑이 아니오.
클레오파트라 : 그럼, 제가 사랑의 한계를 그려볼게요.
안토니우스 : 그렇게 하려면 당신은 새 하늘, 해, 땅을 찾아야 할 거요.
― 윌리엄 셰익스피어,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 히스토리퀸, p.10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옥타비아누스는 우리가 아는 카이사르의 양자이며 그가 죽을 때 유서로 양자로 삼고 재산과 이름을 상속하게 한 아들이다. 카이사리온은 카이사르와 클레오파트라 사이에서 난 아들이라고 클레오파트라는 주장하였으나 카이사르는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아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리온을 카이사르의 진짜 아들이자 정통 후계자라고 내세운다. 이에 결국, 옥타비아누스는 카이사리온을 끝까지 추격하여 제거하기에 이르러 이집트의 멸망을 가져온다.
또한 카이사르와 내전을 벌였던 폼페이우스의 아들 섹스투스 폼페이우스는 이후 시칠리아를 중심으로 해상을 장악하여 옥타비아누스에게 대항했다. 이 과정에서 로마로 들어가는 식량선을 막아 로마에 대기근이 발생하게 만들었다. 이후 여러 번의 전투를 하였으나 폼페이우스가 계속 승리하면서 그의 자리가 확고해졌다. 그러나 끈질긴 옥타비아누스의 공격으로 결국 그는 처형당하고 만다. 이렇게 모든 것을 정리한 후 옥타비아누스는 로마 최초의 황제로 오른 뒤 우리가 아는 아우구스투스라는 칭호를 받는다.
카이사르 : 광장 안, 은도금한 집정관석에서, 그는 클레오파트라와 함께 황금 의자에 앉아 공식으로 왕 위에 올랐소. 발치에는 그들이 내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부르는 카이사리온이 앉아, 그들의 욕망이 그때부터 그들 사이에 자리 잡아 모든 불법적인 일을 자행했소. 그녀에게 그는 이집트의 왕권을 넘겼소.
― 윌리엄 셰익스피어,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 히스토리퀸, p.106
셰익스피어는 이 작품에서 안토니우스를 고뇌하는 인간으로 그린다. 그는 로마의 명예와 클레오파트라 사이에서 갈등하고, 그 혼란은 전쟁의 패배로 이어진다. 냉정한 전략가로 알려진 실존 인물과 달리 셰익스피어의 안토니우스는 흔들리는 인간, 감정에 휘둘리는 노장으로 표현한다. 전쟁과 사랑 사이에서 그는 선택을 망설이고 그 망설임은 전쟁의 패배를 가져온다. 패배의 결과는 사랑하는 연인에게 떠넘기기 바쁘며 이는 곧 파국이 된다. 클레오파트라를 향한 그의 사랑은 결국 제국을 무너뜨린 연료이다.
클레오파트라는 이 작품에서 요부로도, 여왕으로도 그려지지 않는다. 그녀는 인간적이면서 연약하고 동시에 권모술수에도 능하다. 그 누구보다 사랑을 원하면서도 사랑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계속해서 거짓과 시험을 반복한다. 그녀는 끝까지 안토니우스를 시험하고 죽음마저 연기한다. 옥타비아누스에게 항복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카이사르의 개선식에서 포로로 전시되고 옥타비아에게 조롱당하는 굴욕을 거부해 목숨을 끊는다. 셰익스피어는 이런 그녀를 미화하지도, 비난하지도 않는다. 단지 인간적인 존재로, 어쩌면 가장 인간적인 비극으로 그려낸다.
작품 내에서 그들은 서로의 사랑으로 인해 국가의 몰락까지 감수하지만, 조그마한 어긋남에도 서로를 탓하느라 여념이 없다. 사랑을 말하면서도 믿지 못하고 신뢰를 가장해야만 감정이 지속되었다. 전쟁도, 정치도, 제국도 결국 이 불신을 감당하지 못한다. 셰익스피어는 그들을 비극적 연인이라기보다 파국을 부른 동맹자처럼 묘사한다. 둘의 사랑은 숭고하지 않다. 끝까지 서로를 의심한 불신의 연속이었다. 결국 그들의 사랑은 서로를 구원하지 못한 채 가장 먼저 무너져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
안토니우스 : 내가 전쟁을 한 건 이집트 여왕을 위해서였다. 여왕의 마음이 내 마음이라 생각했고, 여왕도 내가 자기처럼 여겼다. 내 마음이 오로지 내 것이던 시절에는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데 이제는 모든 걸 잃게 되었구나. 에로스, 여왕은 이제 카이사르와 한 패가 되어 내 모든 것을 적에게 넘겨주었다.
― 윌리엄 셰익스피어,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 히스토리퀸, p.174
이 작품은 로맨스의 탈을 쓴 권력 비극이다. 셰익스피어는 이들의 사랑을 숭고하게 그리기보다 사랑에 기댄 무책임한 선택들이 초래한 파국으로 해석한다. 고귀한 죽음이 아닌 엇갈린 오해와 불신이 낳은 허무한 종말. 이 희곡은 사랑과 권력, 명예와 몰락이 얽힌 복합적 비극이며 인간이 만든 감정과 체계가 어떻게 서로를 파괴하는지를 보여주는 거대한 실험실이다. 그리고 이 싸움에서 패배한 클레오파트라는 승자의 서술 속에 요부로 박제된 채 2000년이 넘도록 그 낙인을 지우지 못했다.
┃ 결론
셰익스피어의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는 연인들의 비극을 넘어선 문명의 대결이자 감정의 붕괴를 따라가는 냉혹한 관찰록이자, 파국을 부른 동맹의 기록이다. 로마와 이집트, 명예와 욕망, 전략과 감정이 서로 충돌하며, 그 사이에서 인물들은 스러져 간다. 클레오파트라는 신도 아니고 요부도 아니다. 안토니우스도 영웅도 패자도 아닌 시대에 휘말린 한 인간일 뿐이다. 이 희곡은 파국을 운명처럼 그리지 않는다. 그것은 선택의 결과라고 말한다. 이 비극은 정치가들의 대단한 전략이라기보다 사소한 선택의 누적이 만든 결과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