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세금 / 듀나 / 인간의 가치와 공리주의의 한계

┃ 도서 정보

인간의 생존 가치를 숫자로 평가한 LIFE LIST와 붉은 취소선이 그어진 이름들
제목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중 죽음과 세금
저자듀나
번역가–
출판사 / 시리즈자음과모음
출간일2011.01.20
페이지383p
장르SF · 현대소설
국가대한민국
ISBN9788957075357
Original Title–
Original Author–
Original Date–

┃ 들어가며

듀나의 『죽음과 세금』은 영생이 가능해진 사회에서 인간의 생존 가치를 사회적 효용으로 판단하는 세계를 그린 SF 단편이다. 죽지 않는 인간이 늘어나자 사회는 누가 더 살아야 하는지를 결정하기 시작하고, 그 기준은 결국 인간이 얼마나 쓸모 있는가로 수렴한다. 젊고 건강한 육체를 가지고 있어도 사회에 기여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는 순간 죽음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작품은 이 기묘한 역설을 통해 인간의 가치를 누가 결정할 수 있는지, 다수의 이익을 위한 개인의 희생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짧은 이야기지만 인간의 가치와 공리주의의 한계를 꽤 날카롭게 건드리는 작품이다.


┃ 작가 소개

듀나는 1990년대 초 하이텔 과학소설 동호회에 단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한국의 SF 작가다. 신원을 공개하지 않은 채 ‘듀나(Djuna)’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소설뿐 아니라 영화 평론과 칼럼도 꾸준히 써왔다. SF를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현실의 사회적 문제와 과학기술의 변화를 낯선 설정 속에서 풀어내는 작품을 발표해 왔다. 대표작으로 『나비전쟁』, 『면세구역』, 『태평양 횡단 특급』,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아르카디아에도 나는 있었다』 등이 있다.


┃ 목차

목차 펼쳐보기

동전 마술
물음표를 머리에 인 남자
메리 고 라운드
A, B, C, D, E & F
호텔
죽음과 세금
소유권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여우골
정원사
성녀, 걷다
안개 바다
디북

작가의 말
작품해설


┃ 줄거리

듀나의 죽음과 세금은 외계인의 침공으로 유입된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젊음과 영생을 부여한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인구는 계속 늘고 죽지 않게 된 인류는 지구를 감당할 수 없는 존재가 된다. 각국은 이를 통제하기 위해 기준 나이를 정하고 인간의 효용에 따라 수명을 가감하며 불필요한 이들을 비밀리에 제거한다. 이 임무를 수행하는 조직은 자신들이 대의를 위한 정의로운 시스템이라 믿고 있으며 채승우는 증조할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이 체계의 실체를 추적하게 된다.


┃ 작품 해석

듀나의 죽음과 세금에서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데 대표적인 내용은 인간의 가치와 공리주의의 한계가 아닐까 한다. 가장 먼저 생뚱맞으며 벤저민 프랭클린의 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다는 말부터 떠오르는 이 책의 제목부터 살펴보자. 넓은 의미에서 보면 벤저민 프랭클린이 말한 의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여기에서는 세금이 인간의 쓸모와 연결된다. 이 인간의 쓸모는 인간의 가치와 동일하게 측정되며, 이것이 사라지면 신체적으로 아무리 젊고 튼튼한 몸을 가졌더라도 죽음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직업의 생산성이 높거나 풍요로운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의 수명은 길어진다.
하지만 생산성이 떨어지거나 은퇴자인 사람들의 수명은 대부분 기본 수명에서 멈춘다.
만약 그 사람의 존재가 사회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만을 끼친다면 기본 수명보다 어느 정도 줄어들 수도 있다.

― 듀나,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자음과모음


이 모든 이유는 터져나갈 것 같은 한정된 공간의 지구를 그리고 이곳에 살아야 하는 인간들을 위한 공리주의에서 출발한다. 그러면 여기에서 의문이 생긴다. 과연 인간은 세금을 내기 위한 사회적 창출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생존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인가? 다수를 위해 희생되는 한 개인의 가치는 없는 것인가? 이것을 단순히 대의를 위한, 우리의 미래 후손을 위한 행위라는 것으로 포장하여 기준을 만들어 책 속 상황을 만든다면 이는 미래를 위하여 현재를 희생시키는 것은 아닌가?

저자는 이 짧은 단편에 이런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먼저 사회적 가치 창출을 하지 못하면 무쓸모인가에 대한 질문부터 고찰해 보자. 작중에는 100살이 넘어도 사회에 쓸모가 있으면 무한정 수명이 늘어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정해진 기준 수명인 60세까지 살지 못하고 제거된다. 작중 인물의 예로 전자는 능력 있는 과학자나 예술가가 해당하였고, 후자에는 무능력자나 범죄자가 속해있었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런 일을 행하는 공무원이라는 조직조차 65세를 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이들은 이런 일을 당할 때 기본적으로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승우의 증조할아버지는 이미 쌓아둔 재산으로 먹고 살 여력도 충분한 경우도 많았다. 즉, 세금을 축내지 않고도 생존이 가능하였지만 신체적 나이와 관계없이 사회적 가치 창출 즉, 세금을 낼 수 있느냐 없느냐로 제거 대상이 되느냐 마느냐가 결정된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승우의 결말이다. 분명 그는 늙고 있었다. 외모도, 마음도. 그러나 다른 이들과 동등한 결정에 의하여 제거된다.

즉, 이들의 결정 대상에는 므두셀라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영생을 사는 사람만 포함된 것이 아니라는 것. 예외 상황을 두면 복잡해진다는 공무원의 마인드를 이렇게 보게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 세금을 내지 못하면 살아야 할 이유가 사라지는 것일까? 요즘 사회적 추세로 보자면 점점 이런 마인드가 퍼지고 있다. 나이 많은 사람들에 대한 혐오가 언젠가부터. 인간은 시간을 역행할 수 없으니 누구나 죽음을 향하여 힘껏 달리는 것은 마찬가지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잔인하게 들리지만 우리의 행동은 철저하게 이성적이고 윤리적이다.
공짜는 언제나 위험하다.
자연이 원래 허락한 것 이상을 누리고 싶다면 당연히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 듀나,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자음과모음


다음으로 대의를 위한다며 개인의 가치는 안중에 없는 사회적 문제이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이루는 것은 세포 단위의 작은 개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들을 하나씩 떼어 놓으면 존재의 가치도 희미해지고 하나쯤 없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단적으로 나를 이루는 이런 세포 전체를 다 없애면 어떻게 될 것인가? 형태를 이루어 시각화된 존재 자체가 사라진다. 작중에서는 인구 증가를 막기 위해 이와 같은 일을 행하고 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소수의 희생은 정당하다는 공리주의의 딜레마.

사회적 문제에서 공리주의를 선택하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보게 된다. 그러나 이것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단적인 예로 여덟 명의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이들과 한 명의 뇌사자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여기에 공리주의의 칼을 들이대면 한 명의 뇌사자는 반드시 장기 이식을 단행해야 한다. 자신의 신체에 대한 권리보다 공공의 이익이 우선시되는 게 옳을까? 타인의 미래를 위하여 개인의 현재를 희생하는 것은 언제나 정당한 것일까? 저자는 이 짧은 단편을 통하여 이런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시체와 함께 우리가 그의 몸에 심은 나노봇 역시 사라진다.
그의 자리는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고 이틀도 지나기 전에 그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

― 듀나,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자음과모음


이것을 우리는 과거보다 더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사건이 있었다. 바로 팬데믹. 당시 영업시간, 인원, 백신에 따른 출입 제한을 당연하다는 듯이 시행했다. 이는 분명 다수를 위한 행위였고, 준비되지 않은 재난에 따른 나름의 방책이었다. 덕분에 다른 국가에 비교하여 사망자가 현저히 적었다. 그러나 당시에 문제점도 많았다. 부모님의 임종을 앞두고 만날 수 없었다거나,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백신을 거부한 이들의 퇴사까지. 과연 이때 희생된 소수의 인권은 어떤 방식으로 생각해야 할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기억에서 지우는 게 맞을까?


┃ 결론

듀나의 죽음과 세금은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에 수록된 매우 짧은 단편이다. 이렇게 적은 지면에 SF적 요소를 도입하여 그는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단편 이북으로도 볼 수 있지만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라는 책을 통해서도 만날 수 있다. 조만간 단편집을 만나볼 예정이다. 단 두 편으로 그를 정의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호감이 가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더운 여름 추리 소설도 좋지만 사회적 문제를 흥미로운 이야기로 접할 수 있는 SF 소설도 좋지 않을까 한다.


┃ 함께 읽기

북디코드 | Book Decode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