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 퍼시벌 에버렛 / 허클베리 핀 속 짐의 진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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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문학동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 도서 정보

미시시피강가에 남겨진 노예의 족쇄와 증기선
제목제임스
저자퍼시벌 에버렛
번역가송혜리
출판사 / 시리즈문학동네
출간일2025.09.04
페이지400p
장르영미 문학
국가미국
ISBN9791141612795
Original TitleJames
Original AuthorPercival Everett
Original Date2024
Awards2025 Pulitzer Prize for Fiction

┃ 들어가며

해문 클럽 첫 선정작은 퍼시벌 에버렛의 『제임스』이다. 이 작품은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 헉의 동행자로만 남았던 짐에게 발언권을 돌려주고, 그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다시 써 내려간다. 독자는 원작에서 들을 수 없었던 허클베리 핀 속 짐의 진짜 목소리를 따라가며, 노예라는 이름 뒤에 가려졌던 한 인간의 생각과 감정을 마주하게 된다. 2025년 퓰리처상을 거머쥔 화제작으로, 유니버설 픽처스와 영화화 계약까지 체결되어 머지않아 스크린에서도 만나게 될 예정이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1부에서는 원작의 흐름을 따라 짐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2부와 3부에서는 원작을 비틀어 에버렛만의 시선을 펼친다. 따라서 1부는 원작과 두세 장씩 교차해 읽으면 두 인물의 시선이 맞물리며 더욱 선명한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


┃ 작가 소개

퍼시벌 에버렛(Percival Everett)은 미국의 소설가이자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명예교수이다. 1956년 미국 조지아주에서 태어나 마이애미대학교에서 생화학을 공부한 뒤 문예창작으로 방향을 바꿨다. 1983년 『Suder』로 데뷔한 이후 20편이 넘는 장편소설을 발표했으며, 풍자와 철학, 미스터리, 서부극 등 장르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그의 작품은 인종과 정체성, 언어와 권력의 관계를 날카롭게 탐구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Erasure』, 『The Trees』, 『Dr. No』 등으로 미국 문학계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James』는 2024년 전미도서상과 커커스상, 2025년 퓰리처상(소설 부문)을 수상하며 퍼시벌 에버렛을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려놓은 대표작이다.


┃ 줄거리

퍼시벌 에버렛의 『제임스』는 원작처럼 헉과 짐이 각자의 사정으로 집을 떠나면서 시작한다. 서로 다른 이유로 도망친 두 사람은 미시시피강에서 우연히 만나 함께 자유를 찾아 나선다. 자유주에 도착하면 해방될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만, 육지 어디에서도 흑인 노예인 짐에게 자유는 허락되지 않는다. 둘은 고통과 즐거움을 함께 나누며 살아가지만 어느 순간 둘은 모종의 사건으로 헤어지게 된다. 이후 짐은 아버지가 백인인 노먼을 만나게 되고 가족을 사기 위해 노먼에게 역설적인 제안을 한다. 백인처럼 보이는 노먼에게 자신을 팔아달라고.


┃ 작품 해석

퍼시벌 에버렛의 『제임스』는 단순히 짐의 본래 이름을 드러낸 것처럼 보이지만, 작품 속에서는 훨씬 깊은 의미를 품는다. 영어권에서 제임스는 흔히 어린 시절의 친근함과 귀여움을 담아 짐이나 지미라 부른다. 그러나 이 애칭이 가족이 아닌 외부인에게까지 고착된다면 그것은 친근함이 아니라 정체성의 축소로 변한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 속 짐은 자유를 얻고도 끝내 짐으로만 남지만, 이 작품 속 그는 마지막에 스스로 제임스라 선언하며 주체성을 확립한다. 그 순간 독자는 강렬한 전율을 느끼게 된다.

이미 밝혔듯이 이 작품은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 침묵을 요구받은 짐에게 모든 발언권을 준 작품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원작의 짐이 가진 생각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단순히 독자가 알아서 그의 마음을 헤아려야 했을 뿐. 그러나 이 작품은 그의 목소리로 진행되며, 독자는 노예 짐이 아니라 삶의 지혜를 지닌 한 어른의 생각을 들을 수 있다. 즉, 노예이지만 타인에 대한 연민을 품을 수 있으며, 관대함을 가질 수도 있다. 또한 가족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도 드러낼 수 있다.

이 작품 속 짐은 글을 읽고 쓸 수 있을 뿐 아니라 판사의 서재에서 철학서를 몰래 훔쳐 읽기도 한다. 물론 이런 설정은 시대적 사실성과 맞지 않아 일부 독자에게는 오히려 마이너스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연민의 대상으로만 이해되던 인물이 철학적 언어를 던지는 순간 그 간극은 시대적 이질감이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거리를 좁히는 경험으로 변한다. 즉, 이 장치는 그 시대를 살지 않은 현대 독자에게 짐을 더욱 ‘사람’으로 느끼게 하는 에버렛의 기묘한 장치로 기능한다.

예로 헉은 짐에게 알라딘 램프의 지니에게 빌 소원에 관하여 물어본다. 이때 당연하게 가족과의 만남과 자유를 요구하리라는 예상을 깨고 그는 두려움으로 소원 빌기를 거부하며 ‘철학자 키르케고르라면 무슨 소원을 빌까?’하는 생각을 한다. 결국 이 순간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짐의 내면을 드러내는 중요한 장치이기도 하다. 작품 곳곳에서 키르케고르가 여러 차례 언급되는 만큼, 짐이 왜 이 철학자에게 사로잡혀 있는지 살핀 후 소원 빌기를 거부한 이유를 알아보자.

키르케고르는 실존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며 인간의 불안과 선택, 그리고 신 앞에서 홀로 서는 단독자를 강조했다. 짐이 이 철학자에게 매료된 까닭은 노예라는 신분으로 늘 불안 속에 놓여 있었고, 스스로의 선택으로 삶을 바꿀 수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자유를 갈망하면서도 감히 빌 수 없는 상황은 키르케고르가 말한 불안과 도약의 문제와 겹쳐진다. 따라서 소원을 거부한 그의 태도는 단순한 고집이 아니라 자유를 누려보지 못한 존재가 선택 앞에 선 불안을 드러낸 것이다.


당신에게는 철학자 레이날처럼 자연적 자유에 대한 생각이 있어요.
우리는 모두 인간이기 때문에 그런 자유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 거죠.
하지만 자연적 자유가 사회적, 문화적 압박을 받게 되면 시민적 자유가 되고, 시민적 자유는 계급과 상황 여하에 달리게 돼요

―퍼시벌 에버렛, 『제임스』, 문학동네, p.73


또 다른 장치로 짐은 겉으로는 백인들이 강요한 흑인 방언을 흉내 내지만, 내면 서술에서는 정제된 언어와 사유를 보여준다. 이러한 언어의 이중 구조는 언어 권력의 힘을 말한다. 일상적인 언어를 박탈하는 행위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서 타인과 관계 맺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가능성을 빼앗는다. 이는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권리를 지키기 위한 첫 단계부터 거세하는 것과 같다. 에버렛은 원작에는 없는 언어의 이중 구조 장치를 도입하여 발화 권력의 불평등을 드러내고 백인들의 편의로 지워졌던 평등을 작품 속으로 불러온다.


“노예로 산다는 건 말이야. 주인이 말하는 건 무엇이든 해야 하는 거야?”
주인이 말하는 건 뭐든지여.” 내가 말했다.
“그리고 언제든지여. 주인이 ‘뛰어’라구 하면, ‘얼마나 높이여’라구 말해야 하구, ‘침을 뱉어라’라구 하면 ‘얼마나 멀리여?’라구 물어야 하져”
“어떻게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소유할 수 있어?”

―퍼시벌 에버렛, 『제임스』, 문학동네, p.62


에버렛이 던지는 가장 강력한 질문은 노먼과 또 다른 존재에서 찾을 수 있다. 노먼은 흑인 어머니와 백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고 다른 인물은 백인 어머니에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둘은 모두 백인의 외형을 지녔다. 두 사람 모두 백인의 외형을 지녔지만 전자의 경우 자녀 역시 예외 없이 노예가 되었고, 후자의 경우는 어머니의 노력에 따라 완벽한 백인으로 살아갈 수 있었다. 여기서 우리는 묻게 된다. 흑인이기에 인간이 아닌 노예라면 같은 외모를 지닌 백인은 그 뿌리를 모를 때 어떻게 인간과 노예로 나눌 수 있는가?

이를 노먼이 완벽하게 재연한다. 그도 도망자인 노예 신분이지만 그는 다른 주에서 백인으로서 대우를 받는 아이러니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또 다른 인물은 자신의 주에서도 다른 주에서도 언제나 백인으로서 대우를 받는다. 저자는 이 아이러니를 통하여 피부색에 따른 신분제의 허상을 고발한다. 또한 노예제의 폭력성이 단순히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타인을 구분하는 시선에 있음을 드러낸다. 이는 역사 속에 묻힌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의 시선과 폭력을 견뎌야 하는 존재는 현대에도 즐비하기 때문이다.


┃ 결론

2025년 퓰리처상 수상작인 퍼시벌 에버렛의 『제임스』는 단순히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재해석한 작품에 그치지 않는다. 에버렛은 헉의 동행자로만 남아 있던 짐에게 허클베리 핀 속 짐의 진짜 목소리를 돌려주는 동시에,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장치를 의도적으로 비틀어 넣어 작품을 19세기에서 21세기로 불러낸다. 그 결과 소설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하나의 경고장을 내민다. 말로는 다양성을 외치면서도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배척과 멸시가 이어지는 현대 사회는 노예제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결국 이 작품이 던지는 차별에 대한 메시지는 충격적이게도 과거가 아니라 오늘날 우리의 현실을 겨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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