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로제의 수수께끼 / 에드거 앨런 포 / 이상적 흐름과 현실적 조건의 만남
┃ 도서 정보

| 제목 | 모르그 가의 살인 / 마리 로제의 수수께끼: 모르그가의 살인 사건의 후속편 |
| 저자 | 에드거 앨런 포 |
| 번역가 | 권진아 |
| 출판사 / 시리즈 | 시공사/ 에드거 앨런 포 전집: 추리.공포 단편선 |
| 출간일 | 2018.11.23 |
| 페이지 | 536p |
| 장르 | 고전문학 · 추리소설 · 미스터리 · 단편소설 |
| 국가 | 미국 |
| ISBN | 9788952794864 |
| Original Title | The Mystery of Marie Rogêt: A Sequel to “The Murders in the Rue Morgue” |
| Original Author | Edgar Allan Poe |
| Original Date | 1842~1843 |
┃ 들어가며
에드거 앨런 포의 「마리 로제의 수수께끼: 모르그가의 살인 사건의 후속편」은 이상적 흐름과 현실적 조건의 만남을 말하는 작품이다. 현실과 이상의 관계에 관심이 많은 노발리스의 『윤리론』에서 가져온 제사는 뒤팽의 추론이 성공할 가능성뿐만 아니라 그 추론이 끝내 현실과 일치하지 못할 가능성까지 품고 있다. “현실 사건과 나란히 대응하는 일련의 이상적 사건들이 있다. 둘은 좀처럼 일치하지 않는다. 인간과 상황들이 보통 이상적 사건의 추이를 바꾸기 때문에 그 추이는 불완전해 보이고 그 결과도 똑같이 불완전해진다. 종교개혁도 그런 식이다. 프로테스탄트주의 대신 루터주의가 온 것이다.” 일반적으로 제사는 작품의 분위기나 주제를 암시하기 위해 인용해 놓은 문장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제사의 내용 자체가 작품의 핵심과 연결되므로 제사가 품은 의미가 더욱 중요해진다. 그러면 이 제사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 작가 소개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1809~1849)는 미국의 소설가이자 시인, 문학평론가로, 현대 추리소설과 심리 공포소설의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인간의 광기와 불안, 죽음과 죄의식을 탐구했으며, 치밀한 논리와 상징적 서술을 결합한 작품들을 남겼다. 「모르그가의 살인 사건」에서 탐정 오귀스트 뒤팽을 처음 등장시켰으며, 「마리 로제의 수수께끼」와 「도둑맞은 편지」로 이어지는 세 편의 작품을 통해 추리소설의 초기 형식을 확립했다. 대표작으로 「검은 고양이」, 「어셔가의 붕괴」, 「고자질하는 심장」 등이 있다.
┃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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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그 가의 살인/ 마리 로제 수수께끼/ 검은 고양이/ 황금 벌레/ 라이지아/ 소용돌이 속으로의 하강/ 고자쟁이 심장/ 도둑맞은 편지/ 밀회/ 병 속의 수기/ 윌리엄 윌슨/ 베르니스/ 어셔가의 몰락/ 아몬티야도 술통/ 구덩이와 추/ 래기드 산 이야기/ 군중 속의 남자/ 모렐라/ 네가 범인이다/ 길쭉한 상자/ 에이러스와 차미언의 대화/ 메첸거슈타인/ 적사병의 가면극/ 생매장/ 심술의 악령/ M. 발데마르 사건의 진실/ 절름발이 개구리
해설/ 에드거 앨런 포 연보
┃ 줄거리
에드거 앨런 포의 「마리 로제의 수수께끼」는 파리에서 발생한 젊은 여성의 의문스러운 죽음을 둘러싼 추리소설이다. 향수 가게에서 일하던 마리 로제가 실종된 뒤 센강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자, 경찰은 수사에 나서고 신문들은 저마다 사건의 진상을 추측하며 상반된 주장을 쏟아낸다. 사건이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가운데, 탐정 오귀스트 뒤팽은 신문에 보도된 증언과 단서들을 검토하며 기존의 추론에 숨겨진 모순을 하나씩 짚어 나간다.
┃ 작품 해석
에드거 앨런 포의 「마리 로제의 수수께끼: 모르그가의 살인 사건의 후속편」은 「모르그가의 살인 사건」과 「도둑맞은 편지」와 함께 뒤팽 3부작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그러나 제목과 달리 「모르그가의 살인 사건」에서 다룬 범죄가 이어지는 이야기는 아니다. 뒤팽과 화자가 다시 등장하고 전작에서 보여준 추론 방식을 새로운 사건에 적용한다는 의미에서 속편으로 지칭한다. 이 작품의 특징은 1841년에 실제 뉴욕에서 발생했던 메리 로저스 살인 사건을 다루면서 소설적 연속성을 위하여 배경을 파리로 옮겨 서술했다는 점이다.
이 작품에서 뒤팽은 아쉽게도 직접 범행 현장을 조사하거나 목격자를 심문하지 않는다. 대신 뒤팽은 신문들이 마리의 실종과 시신 발견을 둘러싼 정황을 보도하면서 내놓은 추측과 증언을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한다. 그 과정에서 신문들이 표면적으로 제시한 사실뿐만 아니라 기자들이 어떤 근거와 논리로 결론을 도출했는지 분석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그 결과 그는 신문 기자들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사실과 추측을 혼동하거나 하나의 가능성을 유일한 진실로 받아들이는 오류를 지적한다.
그런데 뒤팽의 추론이 진행될수록 흥미로운 문제가 발생한다. 수많은 신문이 내놓은 기사에서 사건을 해결할 결정적인 단서를 찾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 더 시야를 넓혀 다른 사건을 다룬 기사들까지 살펴보기로 한다. 하나는 마리의 죽음과 비슷한 시기에 발생했던 집단 폭행 사건으로 언뜻 관련이 있어 보이고, 다른 하나는 배가 사라진 것에 관한 기사여서 오히려 이 사건과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뒤팽은 추론을 통하여 이 두 사건의 연관성을 뒤집어 버린다. 즉, 서로 다른 사건들 사이에서 무엇을 연결하고 무엇을 분리할 것인지 판단하면서 새로운 사건의 흐름을 구성하는 것이다.
지식의 역사에서 가장 많고 가장 값진 발견들이 부수적이고 우연적인 사건에 힘입어 이루어졌다는 것, 그래서 앞으로의 발전을 생각할 때 우연한 발명, 평범한 예상에서 완전히 벗어난 발명들을 그저 많이 정도가 아니라 가장 많이 고려하는 게 마침 필요해졌다는 것, 이것이 지식의 역사가 유구하게 보여준 바일세. — 에드거 앨런 포, 『모르그 가의 살인』, 시공사
그러나 여기에는 포가 숨겨 놓은 또 다른 문제가 남아 있다. 뒤팽이 사건과의 연관성을 인정한 사라진 배가 마리의 죽음과 관련된 단서라는 사실 또한 뒤팽의 주장일 뿐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검증 과정이 제시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추론에서도 배가 사라졌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어도, 그 배가 살인에 사용되었는지, 누가 가져갔으며 왜 가져갔는지는 밝혀지지 않는다. 결국 신문 기자들이 여러 사실을 연결하여 사건을 설명했던 것처럼 뒤팽 역시 제한된 정보를 바탕으로 하나의 가능성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작품은 뒤팽이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전하지만, 그 단서를 추적하고 추론을 검증하는 구체적인 과정은 생략한다. 따라서 독자는 그의 설명이 사건의 실제 경위와 어디까지 일치하는지 직접 확인할 수 없다.
상상을 계속해보세. 다음 날 아침 이 친구는 자기가 매일 들르는 곳, 일 문제로 자주 들를 수밖에 없는 곳에 그 배가 끌려와 묶여 있는 것을 보고 형언할 수 없이 공포에 질리게 돼. 다음 날 밤, 방향타를 달라고 할 엄두도 못 내고 배를 치워버리지. 자, 방향타 없는 그 배는 어디에 있을까? — 에드거 앨런 포, 『모르그 가의 살인』, 시공사
여기서 작품의 첫머리에 등장한 노발리스의 제사가 의미를 얻는다. 제사에서 말하는 이상적 사건의 흐름이란 반드시 좋은 사건이나 도덕적 사건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원리나 목적에 따라 전개되었을 때 예상할 수 있는 사건의 흐름을 말한다. 그러나 이상적인 흐름이 현실에서 그대로 실현되는 일은 드물다. 그 과정에 개입하는 인간과 상황이 사건의 방향을 바꾸기 때문이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시작한 일이 예상하지 못한 결과에 도달하거나, 논리적으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사건이 실제로는 전혀 다른 경위로 발생하는 것도 이러한 차이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이상과 현실은 서로 완전히 분리된 세계가 아니라 같은 사건을 두고도 서로 다른 흐름과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관계에 놓여 있다.
이러한 문제는 「마리 로제의 수수께끼」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에서도 발견된다. 이 작품에는 하나의 죽음을 둘러싼 세 가지 사건의 흐름이 존재한다. 실제 뉴욕에서 발생한 메리 로저스의 죽음, 그 사건을 파리로 옮겨 포가 소설로 재구성한 마리 로제의 죽음, 그리고 그 소설 속에서 뒤팽이 추론을 통해 복원한 사건이다. 세 사건은 같은 출발점에서 비롯되었지만 반드시 같은 경위와 결과를 공유하지는 않는다. 현실의 사건이 소설로 옮겨지는 과정에는 작가의 선택과 구성이 개입하고, 소설 속 사건이 뒤팽의 추론으로 복원되는 과정에는 제한된 정보와 논리적 판단이 개입한다. 그렇다면 실제로 일어난 사건과 포가 재구성한 사건, 뒤팽이 복원한 사건은 과연 하나의 동일한 사건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세 사건이 같은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그 과정에서 누락되거나 달라진 조건이 있다면 서로 다른 결과에 도달할 수도 있다.
두 사건의 정황에 조금만 사소한 변화를 주어도 두 사건의 방향이 완전히 틀어져버려 아주 심각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 에드거 앨런 포, 『모르그 가의 살인』, 시공사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뒤팽이 범인을 찾아냈다고 하더라도 사건을 완전히 해결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범인의 정체와 범행 방법, 동기를 밝혀냈다는 사실이 사건에 개입한 모든 조건을 복원했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범인이 왜 그날 그 장소에 있었는지, 피해자와 어떤 우연으로 마주쳤는지,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선택과 상황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모두 밝혀낼 수 있을까? 범인의 진술과 목격자의 증언,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를 종합하면 사건의 주요 경위는 알아낼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발견하지 못한 우연과 인간의 의도까지 빠짐없이 복원할 수는 없다. 따라서 사건을 해결했다는 것은 사건을 구성한 모든 진실을 밝혀냈다는 의미라기보다 우리가 사건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데 필요한 만큼의 사실을 확보했다는 의미에 가까워진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문제가 현대 문명에서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은 과거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CCTV와 유전자 분석, 통신 기록과 디지털 포렌식은 과거에 밝혀내기 어려웠던 사건의 진상을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면서 현실에 개입하는 조건 역시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는 인간의 직접적인 행동과 주변 환경이 사건에 영향을 주었다면, 오늘날에는 알고리즘의 판단과 정보통신망, 자동화된 시스템과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정보까지 인간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하나의 기술이 다른 기술과 연결되고, 한 사람의 행동이 수많은 사람과 시스템에 영향을 주면서 사건을 구성하는 관계는 더욱 복잡해진다.
여기서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인간은 현실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문명을 발전시켰지만, 그 문명의 발전 자체가 현실에 새로운 조건과 우연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우리가 관찰하고 기록할 수 있는 정보가 증가하는 만큼 그 정보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 역시 늘어난다. 특히 연결되는 요소가 많아질수록 가능한 상호작용은 급격하게 증가할 수 있다. 인간이 사건을 분석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동안 분석해야 할 현실 자체도 더욱 복잡해지는 셈이다. 따라서 기술의 발전으로 사건의 진상을 더 정확하게 밝혀낼 수 있다는 사실이 사건에 작용한 모든 원인과 조건을 완전히 복원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문명의 발전은 인간이 현실을 이해하는 능력을 확장시키는 동시에 이해해야 할 현실의 범위까지 끊임없이 넓혀 놓는다.
결국 「마리 로제의 수수께끼」에서 노발리스의 제사는 추론의 성공과 실패를 넘어 인간이 현실을 이해하는 방식 자체를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는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수많은 사실 가운데 서로 연결할 수 있는 것들을 선택하여 하나의 설명을 완성한다. 그러나 그 설명이 아무리 정교해도 현실에서 작용한 모든 조건을 포함할 수는 없다. 더구나 문명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선택과 행동에 개입하는 요소들은 더욱 다양해지고, 서로 다른 조건들이 만들어 내는 관계 역시 복잡해진다. 인간은 진실에 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지식과 기술을 발전시키지만, 그 발전으로 만들어진 문명은 다시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 낸다. 결국 우리가 사건의 진실에 가까워지는 능력을 키우는 동안에도 진실을 구성하는 현실의 조건들은 끊임없이 늘어나고, 진실에 도달하기 위한 길은 더욱 복잡해진다.
┃ 결론
우리는 어떤 사건의 진실이 밝혀졌다는 소식을 들으면 그 사건이 해결되었다고 생각한다. 범인이 밝혀지고 범행 동기와 과정이 확인되면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낸 사실들이 사건의 전부일까? 하나의 사건이 발생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선택과 우연이 개입했으며, 그 가운데 얼마나 많은 조건이 끝내 발견되지 않은 채 사라졌을까? 우리가 진실이라고 부르는 것은 현실에서 일어난 모든 일이 아니라 그중 확인할 수 있었던 일부일지도 모른다.
에드거 앨런 포의 「마리 로제의 수수께끼」는 이상적 흐름과 현실적 조건의 만남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생각하게 만든다. 뒤팽의 추론이 옳을 가능성을 부정할 이유는 없지만, 그가 알지 못하는 현실적 조건이 존재할 가능성 역시 사라지지 않는다. 이는 인간의 추론이 무의미하다는 뜻이 아니라 아무리 정교한 설명이라도 현실의 모든 조건을 담아낼 수는 없다는 의미다. 어쩌면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은 현실의 모든 원인을 빠짐없이 복원하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사실들을 통해 사건을 조금씩 이해해 나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진실을 완전히 소유할 수 없다고 해서 진실을 향한 노력이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