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선 카탈로그 — 1,186척의 배 뒤에 숨은 그리스 신화 ㉛ : 오르메니온, 라피타이
┃ 들어가며

앞선 로크리스(Locris)에서는 대홍수에서 살아남은 데우칼리온과 퓌라의 혈통을 따라 오푸스의 오래된 왕통으로 들어갔다. 그 길에서 아킬레우스 곁에 있던 파트로클로스의 집안과 아르고호에 올랐던 오일레우스가 다시 나타났고, 마침내 그의 아들 작은 아이아스가 동부 로크리스의 여러 도시에서 모인 40척의 검은 배를 이끌고 트로이로 향했다.
이제 함선 카탈로그는 다시 테살리아(Thessaly) 안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 왕가만 따라가면 끝나지 않는다. 먼저 아이올로스(Aeolus)의 혈통에서 갈라진 오르메니온 왕가를 따라가면, 아킬레우스의 스승으로 이미 여러 번 만났던 포이닉스(Phoenix)가 자신의 고향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그가 아버지와 갈등을 겪고 프티아로 떠난 뒤 왕가에 남은 다른 가지에서는 에우뤼퓔로스(Eurypylus)가 태어나고, 그는 오르메니온을 비롯한 테살리아의 여러 지역에서 40척의 함선을 이끌게 된다.
하지만 이번 편의 더 긴 이야기는 그 다음에 기다리고 있다. 테살리아에는 오래전부터 라피타이(Lapiths)라 불리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고, 그들의 계보를 거슬러 올라가면 아폴론(Apollo)과 페네이오스강(Peneus River), 라피타이의 시조 라피테스를 지나 익시온과 페이리토오스의 왕가에 도착한다. 그리고 이 집안 주변에는 우리가 앞에서 따로따로 만났던 이름들이 이상할 만큼 많이 모여 있다. 테세우스(Theseus)가 다시 등장하고, 켄타우로스들과의 유명한 전쟁이 벌어지며, 어떤 무기로도 죽일 수 없어 결국 나무 아래 눌려 땅속에 묻힌 카이네우스(Caeneus)도 이 라피타이의 영웅이었다.
라피타이의 싸움은 켄타우로스와의 전쟁으로 끝나지도 않는다. 다음 세대에 이르면 카이네우스의 아들 코로노스가 이끄는 라피타이는 인근의 도리아인들과 다시 충돌하고, 처음에는 자신들의 힘으로 상대를 몰아붙인다. 그러나 궁지에 몰린 도리아인의 왕이 도움을 청하면서 지금까지 전혀 다른 이야기에서 따라왔던 한 영웅이 이 전쟁 안으로 들어온다. 그렇게 라피타이 왕가의 역사는 켄타우로마키아와 테세우스의 이야기, 헤라클레스의 시대까지 한꺼번에 겹쳐지기 시작한다.
「함선 카탈로그 — 1,186척의 배 뒤에 숨은 그리스 신화 ㉛ : 오르메니온, 라피타이」에서는 먼저 아이올로스에서 갈라진 오르메니온 왕가를 따라 에우뤼퓔로스의 40척까지 살펴보고, 이어 라피타이의 시조에서 익시온과 페이리토오스, 카이네우스와 코로노스의 두 가지를 따라가려고 한다. 서로 다른 라피타이 왕가에서 살아남은 후손들이 어떻게 폴뤼포이테스(Polypoetes)와 레온테우스(Leonteus)라는 두 지휘관으로 다시 만나고, 마침내 또 하나의 40척을 이끌고 트로이로 향하는지까지 이어가 보자.
┃ 아이올로스에서 에우뤼퓔로스까지 이어지는 오르메니온 왕가

대홍수에서 살아남은 데우칼리온과 퓌라의 아들 헬렌에게서는 도로스·크수토스·아이올로스가 태어났다. 그 가운데 아이올로스(Aeolus)는 테살리아와 그 주변 여러 지역으로 뻗어가는 큰 혈통의 시작이 된다. 우리가 앞에서 크레테우스와 살모네우스, 시시포스 등 다른 아이올로스의 자식들을 따라 여러 왕가로 내려간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에우뤼퓔로스에게 도착하기 위해 따라갈 아들은 케르카포스(Cercaphus)이다. 이 케르카포스는 로도스의 태양신 헬리오스 계통에서 나오는 동명의 케르카포스와는 다른 인물이며, 여기에서는 헬렌의 아들 아이올로스의 아들로 등장한다. 케르카포스의 아들에게서 오르메니온 왕가가 시작된다.
케르카포스에게서 태어난 아들이 오르메노스(Ormenus)이다. 따라서 여기까지는 헬렌 → 아이올로스 → 케르카포스 → 오르메노스로 내려온다. 오르메노스는 테살리아의 한 지역에 자리를 잡아 왕이 되었고, 그의 이름에서 오르메니온(Ormenion)이라는 도시 이름이 나왔다. 여기서부터는 이름이 아주 비슷하니 분명히 구분해두는 편이 좋다. 오르메노스는 사람이고, 오르메니온은 그가 세운 것으로 전해지는 도시이다.
오르메노스에게서는 아뮌토르(Amyntor)와 에우아이몬(Euaemon)이라는 두 아들이 태어난다. 이 가운데 먼저 살펴볼 사람은 아뮌토르이다. 아뮌토르는 아버지 오르메노스의 뒤를 이어 왕가의 한 갈래를 이루었고, 그에게서 포이닉스(Phoenix)가 태어난다. 이 포이닉스는 새로운 인물이 아니다. 앞에서 아킬레우스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이미 만났던 그의 스승이며, 『일리아스』 9권에서 오디세우스와 큰 아이아스와 함께 아킬레우스를 설득하러 찾아갔던 바로 그 노인이다. 그런데 그가 왜 프티아에서 펠레우스와 함께 살고 있었는지를 거슬러 올라가면, 원래 그의 집안은 지금 우리가 따라가고 있는 오르메니온 왕가에 닿아 있었다. 『일리아스』에서 포이닉스 자신도 아버지를 오르메노스의 아들 아뮌토르라고 밝힌다.
포이닉스가 고향을 떠나게 된 이유는 아버지 아뮌토르와의 심각한 갈등 때문이었다. 아뮌토르는 자신의 아내를 두고 다른 여자를 가까이했고, 포이닉스의 어머니는 남편의 마음을 그 여자에게서 떼어놓기 위해 아들에게 그 여성과 관계하라고 요구한다. 포이닉스는 결국 어머니의 요구를 따랐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뮌토르는 크게 분노하여 에리뉘스들에게 자신의 아들이 후손을 남기지 못하도록 저주해 달라고 빈다. 포이닉스 역시 분노하여 한때 아버지를 죽일 생각까지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제지당하고, 결국 아버지의 집을 떠나는 쪽을 선택한다. 가족들은 그가 달아나지 못하도록 아홉 날 동안 지켜보았지만, 열흘째 되는 날 포이닉스는 집을 빠져나와 오르메니온의 왕가를 떠난다.
고향에서 달아난 포이닉스가 도착한 곳이 프티아(Phthia)였다. 그곳의 왕은 우리가 이미 오랫동안 따라왔던 아킬레우스의 아버지 펠레우스(Peleus)였다. 펠레우스는 아버지와 갈라져 온 포이닉스를 받아들였고, 단순히 손님으로 머물게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사람으로 삼아 돌로피아인(Dolopians)들을 다스리는 왕으로 세운다. 이후 어린 아킬레우스(Achilles)의 양육까지 포이닉스에게 맡기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단순한 왕과 신하를 넘어 사실상 아버지와 아들에 가까워진다. 포이닉스 자신도 『일리아스』 9권에서 어린 아킬레우스를 품에 안아 먹이고 돌보았던 일을 회상하며 자신에게 친아들이 없었기 때문에 아킬레우스를 자신의 아들처럼 여겼다고 말한다.
그래서 포이닉스가 훗날 아가멤논의 사절단에 포함되어 아킬레우스를 설득하러 가는 장면도 단순히 ‘현명한 노장이 조언한다’는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아가멤논의 제안을 먼저 전한 오디세우스의 말을 아킬레우스가 거부하자, 포이닉스는 자신의 과거와 아킬레우스를 길러낸 이야기를 꺼내며 그에게 분노를 거두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바로 이 자리에서 얼마 전 우리가 지나온 멜레아그로스의 이야기까지 들려준다. 멜레아그로스가 분노하여 전투에서 빠졌다가 너무 늦게 돌아오는 바람에 처음 제시되었던 보상을 얻지 못한 이야기를 들며, 아킬레우스도 같은 길을 걷지 말라고 설득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칼뤼돈에서 지나온 멜레아그로스의 이야기가 사실은 이 오르메니온 출신 포이닉스의 입을 통해 『일리아스』 안에서 아킬레우스에게 전달되고 있었던 셈이다.
포이닉스가 오르메니온을 떠난 일은 그의 개인적인 삶만 바꾸지 않았다. 오르메노스 → 아뮌토르 → 포이닉스로 이어질 수 있었던 한 가지가 프티아로 빠져나가면서, 오르메니온에 남은 다른 왕통의 중요성이 커진다. 바로 오르메노스의 또 다른 아들 에우아이몬의 가지이다. 에우아이몬에게서 태어난 아들이 우리가 지금 찾고 있는 에우뤼퓔로스(Eurypylus)이고, 포이닉스가 떠난 뒤 이 계통이 오르메니온의 왕권을 이어 트로이 전쟁 세대까지 내려오게 된다.
┃ 에우아이몬의 아들 에우뤼퓔로스, 오르메니온 왕가를 이어받다

포이닉스가 아버지 아뮌토르와 갈등을 겪은 뒤 오르메니온을 떠나 프티아의 펠레우스에게 들어가면서, 오르메노스에게서 갈라진 또 다른 아들 에우아이몬(Euaemon)의 가지가 오르메니온에 남는다. 에우아이몬은 오르메노스의 아들이며 아뮌토르와 형제였고, 그의 아들이 바로 이번에 따라갈 에우뤼퓔로스(Eurypylus)이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왕통은 아이올로스 → 케르카포스 → 오르메노스 → 에우아이몬 → 에우뤼퓔로스로 이어진다. 옆으로 갈라진 오르메노스 → 아뮌토르 → 포이닉스의 가지가 프티아로 떠났다면, 에우아이몬과 에우뤼퓔로스의 가지는 오르메니온에 남아 트로이 전쟁 세대까지 왕가를 이어간 셈이다.
에우아이몬의 아들 에우뤼퓔로스는 헬레네가 혼인할 무렵 스파르타에 모여든 구혼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여러 지역의 왕자와 영웅들이 헬레네와의 혼인을 바라며 모였고, 에우뤼퓔로스 역시 오르메니온 왕가를 대표하는 젊은 지배자로 그 자리에 들어간다. 결국 헬레네는 메넬라오스의 아내가 되었지만, 에우뤼퓔로스 역시 다른 구혼자들과 함께 훗날 헬레네의 혼인이 위협받을 경우 선택된 남편을 돕는 약속에 묶이게 된다. 따라서 파리스가 헬레네를 데리고 트로이로 떠난 뒤 그리스의 여러 왕가가 다시 소집되었을 때, 에우뤼퓔로스가 자기 영지의 군대를 이끌고 원정에 참가하는 배경에도 이 오래된 혼인 문제가 놓여 있었다.
여기에서 이름 하나를 다시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에우뤼퓔로스라는 이름을 가진 인물은 그리스 신화에 여러 명 있으며, 트로이 전쟁과 직접 연결되는 동명이인도 하나 더 있다. 전쟁 후반에 트로이군을 돕기 위해 오는 미시아의 에우뤼퓔로스는 앞에서 헤라클레스의 아들로 만났던 텔레포스의 아들이다. 지금 우리가 따라가는 사람은 그와 전혀 다른 인물로, 에우아이몬의 아들이며 그리스군 편에서 출정한 테살리아의 에우뤼퓔로스이다. 둘은 이름과 트로이 전쟁이라는 무대만 같을 뿐 왕가도 부모도 진영도 다르므로, 이번 함선 카탈로그에서 에우뤼퓔로스라고 하면 계속 에우아이몬의 아들을 가리킨다고 생각하면 된다.
에우뤼퓔로스가 다스리던 세력의 중심에는 조상 오르메노스의 이름과 연결되는 오르메니온(Ormenion)이 있었다. 앞에서 이름이 비슷해 헷갈리기 쉬웠던 것처럼, 오르메노스는 사람이고 오르메니온은 땅이다. 오르메노스가 세운 것으로 전해지는 이 도시는 그의 아들 에우아이몬과 손자 에우뤼퓔로스에게 이어진 왕가의 중심지가 되었다. 오르메니온의 정확한 위치는 후대에도 서로 다르게 비정되었지만, 『일리아스』에서 중요한 것은 위치를 현대 지도 위에 한 점으로 확정하는 일이 아니라 이 지역이 에우뤼퓔로스의 지배권 안에 있었고 그의 군대가 여기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일리아스』는 에우뤼퓔로스의 세력을 열거할 때 가장 먼저 오르메니온을 부른다.
에우뤼퓔로스의 세력은 오르메니온 한 도시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일리아스』는 그의 군대를 열거하면서 먼저 오르메니온을 부른 뒤, 휘페레이아(Hypereia) 지역의 이름난 샘, 그리고 아스테리온(Asterion)과 티타노스(Titanus)라는 테살리아의 지역을 차례로 언급한다. 여기에서 아스테리온은 크레테의 왕이나 미노타우로스에게 붙은 같은 이름과는 관계없는 지명이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사람과 장소가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구분해 둘 필요가 있다. 티타노스 역시 티탄 신족을 가리키는 이름이 아니라 이 지역의 지명이며, 『일리아스』는 그곳의 희고 밝은 봉우리를 함께 묘사한다. 이 네 지역에서 모인 병력 전체를 에우아이몬의 아들 에우뤼퓔로스가 지휘하였다.
이렇게 보면 에우뤼퓔로스의 40척 역시 갑자기 함선 목록에서 솟아난 숫자가 아니다. 대홍수 이후 헬렌의 아들 아이올로스에게서 갈라진 혈통이 케르카포스 → 오르메노스로 내려오고, 오르메노스의 두 아들 가운데 아뮌토르의 가지에서는 포이닉스가 태어나 프티아로 떠났으며, 다른 아들 에우아이몬의 가지에서는 에우뤼퓔로스가 태어나 오르메니온 왕가에 남았다. 그리고 트로이 전쟁을 앞두고 헬레네의 옛 구혼자였던 에우뤼퓔로스가 오르메니온·휘페레이아·아스테리온·티타노스의 사람들을 모아 40척의 검은 배를 이끌고 출정한다. 『일리아스』 2권에서도 이 네 지역의 병력과 에우아이몬의 아들 에우뤼퓔로스를 묶은 뒤 정확히 40척으로 이 가지를 닫는다.
┃ 아폴론과 페네이오스강에서 갈라진 라피타이의 혈통

라피타이의 오래된 혈통을 따라가려면 먼저 아폴론(Apollo)과 테살리아를 흐르는 강의 신 페네이오스(Peneus)에게로 올라가야 한다. 페네이오스에게는 스틸베(Stilbe)라는 딸이 있었고, 아폴론은 이 스틸베와의 사이에서 라피테스(Lapithes)와 켄타우로스(Centaurus)를 낳았다고 전해진다. 여기에서 라피테스는 훗날 테살리아의 라피타이족에게 자신의 이름을 남기는 시조가 된다. 따라서 라피타이라는 이름 역시 처음부터 어떤 민족의 이름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라피테스라는 인물의 이름이 다시 사람들의 이름으로 남은 경우이다.
라피테스는 성장한 뒤 테살리아의 페네이오스강 주변에 자리 잡았고, 그의 혈통에서 여러 라피타이 왕가가 갈라져 나온다. 그에게서는 페리파스(Periphas)가 태어나고, 페리파스에게서는 다시 안티온(Antion)이 태어난다. 따라서 여기까지는 아폴론과 스틸베 → 라피테스 → 페리파스 → 안티온으로 내려온다. 그리고 이 안티온이 바로 앞으로 살펴볼 익시온의 아버지로 놓이는 계보 가운데 하나이다. 익시온의 아버지는 다른 이야기에서는 플레기아스나 아레스 등으로도 전해지지만, 라피타이 왕가를 이어가는 계보에서는 안티온과 페리멜레의 아들 익시온으로 놓으면 이후의 혈통이 가장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런데 익시온의 어머니 페리멜레(Perimele) 역시 갑자기 등장하는 여인이 아니다. 페리멜레는 아뮈타온(Amythaon)의 딸이며, 아뮈타온은 앞에서 여러 번 만났던 크레테우스(Cretheus)의 아들, 크레테우스는 다시 아이올로스의 아들이다. 따라서 익시온에게서는 아버지 쪽으로는 아폴론과 라피테스의 혈통이, 어머니 쪽으로는 아이올로스의 혈통이 들어온다. 바로 앞에서 에우뤼퓔로스의 왕가를 아이올로스에서 내려왔는데, 다음 40척을 이끄는 라피타이 왕가에서도 다른 방향으로 다시 아이올로스 계통이 합쳐지는 셈이다.
이 두 가지가 만나는 지점에서 익시온(Ixion)이 태어난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번에 따라갈 가장 기본적인 시작은 아폴론과 스틸베 → 라피테스 → 페리파스 → 안티온 → 익시온이고, 익시온의 어머니 페리멜레 쪽에서는 아이올로스 → 크레테우스 → 아뮈타온 → 페리멜레 → 익시온이라는 또 하나의 선이 들어온다. 라피타이의 왕 익시온은 이렇게 두 오래된 계통이 만난 자리에서 등장하며, 그의 아들 세대에 이르면 곧 페이리토오스와 테세우스, 그리고 라피타이와 켄타우로스의 유명한 전쟁으로 이어진다.
익시온은 성장한 뒤 라피타이의 왕이 되었고, 데이오네우스(Deioneus)의 딸 디아(Dia)와 결혼한다. 데이오네우스는 익시온의 장인이 되는 인물이다. 익시온은 디아와 혼인하면서 장인에게 혼인 예물을 주기로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러자 데이오네우스는 약속한 대가를 받기 위해 익시온의 말들을 가져가 버렸고, 익시온은 겉으로는 화해하는 척하면서 장인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다.
그러나 익시온은 이미 함정을 준비해 두고 있었다. 그는 땅을 파고 그 안에 불붙은 숯과 장작을 넣은 뒤 위를 가려두었고, 집을 찾아온 데이오네우스를 그 구덩이로 밀어 넣어 죽인다. 단순히 원수를 죽인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장인이자 손님으로 집에 들어온 사람을 속여 죽인 것이었기 때문에 이 행위는 친족 살해와 손님에 대한 의무 위반을 동시에 건드린 중대한 죄가 된다. 주변의 사람들도 익시온의 행동을 꺼려 누구도 그를 정화하려 하지 않았고, 익시온은 살인의 오염을 안은 채 점점 미쳐간다.
여기서 익시온의 이야기는 이상한 방향으로 한 번 더 뒤집힌다. 인간들은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제우스가 익시온을 불쌍히 여겨 직접 정화해 주고 올림포스에까지 받아들인다. 자기 장인을 죽이고도 신들의 식탁에 초대받은 셈인데, 익시온은 여기에서 두 번째로 경계를 넘는다. 자신을 구해준 제우스에게 감사하기는커녕 이번에는 헤라에게 욕망을 품기 시작한 것이다.
제우스는 익시온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그가 실제로 헤라에게 손을 뻗는지를 시험하기 위해 구름으로 헤라와 똑같은 모습을 만든다. 이 구름이 바로 네펠레(Nephele)이다. 익시온은 그것을 진짜 헤라라고 생각하고 관계했고, 그 결과 자신의 욕망을 숨길 수도 없게 된다. 자신을 정화하고 신들의 자리까지 허락한 제우스의 아내에게 접근한 것이 확인되자 이번에는 더 이상 용서가 없었다. 제우스는 익시온을 수레바퀴에 묶어 끝없이 돌게 만들었고, 익시온은 죽은 뒤에도 그 형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로 남는다.
그리고 여기서 켄타우로스 이야기가 라피타이 왕가 안으로 직접 들어온다. 익시온과 구름 네펠레의 결합에서 태어난 존재가 다시 켄타우로스 계통과 연결되고, 그 후손들이 훗날 라피타이와 같은 땅에서 살아가게 된다. 그러니까 페이리토오스의 결혼식에서 갑자기 어디선가 켄타우로스들이 나타나 라피타이와 싸우는 것이 아니다. 라피타이와 켄타우로스는 익시온의 이야기 단계에서부터 이미 서로 얽혀 있는 집단이다.
┃ 익시온의 아들 페이리토오스와 테세우스

익시온은 디아와의 사이에서 페이리토오스(Pirithous)를 낳는다. 다만 페이리토오스의 아버지를 두고는 이야기가 하나로 고정되어 있지 않다. 대부분의 계보에서는 익시온의 아들로 이어지지만, 『일리아스』의 함선 카탈로그에서는 훗날 그의 아들 폴뤼포이테스를 소개하면서 페이리토오스를 제우스가 낳은 사람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혈통을 따라갈 때에는 익시온과 디아의 아들 페이리토오스를 기본으로 두되, 『일리아스』가 그에게 제우스의 아들이라는 별도의 혈통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은 나중에 함선 카탈로그에 도착했을 때 다시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성장한 페이리토오스는 아버지 익시온의 뒤를 이어 테살리아의 라피타이 왕이 된다. 그리고 그의 이름에는 거의 언제나 테세우스(Theseus)가 함께 따라붙는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지역을 다스리는 왕이었지만 영웅담에서는 가장 가까운 친구 가운데 하나로 묶인다. 우리가 앞에서 칼뤼돈의 멧돼지 사냥 참가자들을 볼 때도 익시온의 아들 페이리토오스와 아테네의 테세우스가 나란히 들어 있었고, 이후 두 사람은 서로의 위험한 모험에 계속 동행한다. 그러므로 페이리토오스의 이야기에서 테세우스가 갑자기 결혼식 손님으로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서로의 싸움에 함께 참여하는 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페이리토오스가 결혼한 여인은 힙포다메이아(Hippodamia)였다. 여기에서도 이름을 구분해 둘 필요가 있다. 앞에서 펠롭스의 이야기에 등장했던 오이노마오스의 딸 힙포다메이아와는 다른 사람이다. 지금 등장하는 힙포다메이아는 페이리토오스의 아내가 되는 테살리아의 힙포다메이아이며, 이야기마다 그녀의 아버지 이름은 조금씩 다르게 전해진다. 중요한 것은 이 결혼에서 태어나는 아들이 바로 뒤에서 트로이 전쟁의 지휘자가 되는 폴뤼포이테스(Polypoetes)라는 점이다. 즉 지금 우리가 따라가는 가지는 익시온 → 페이리토오스와 힙포다메이아 → 폴뤼포이테스로 내려간다.
페이리토오스와 힙포다메이아의 결혼식이 열리자 라피타이뿐 아니라 켄타우로스들도 잔치에 초대된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켄타우로스들은 라피타이와 전혀 상관없는 외부의 괴물 집단이 아니었다. 바로 앞에서 익시온이 제우스가 만든 구름 네펠레와 관계하면서 켄타우로스의 계통이 생겨났으므로, 페이리토오스의 집안과는 익시온을 사이에 둔 친족 관계로 이해되었다. 그래서 결혼식 이야기에서도 페이리토오스가 그들을 초대한 이유를 친족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쪽은 익시온의 인간 왕가에서 이어진 라피타이이고, 다른 한쪽은 익시온과 네펠레의 사건에서 생겨난 켄타우로스들이므로, 두 집단은 같은 테살리아에 살면서 처음부터 서로 얽혀 있었던 셈이다.
문제는 잔치에서 술이 돌기 시작하면서 벌어진다. 켄타우로스들은 포도주에 익숙하지 않았고, 술을 지나치게 마신 뒤 통제를 잃기 시작한다. 그 가운데 에우뤼티온(Eurytion)이 신부 힙포다메이아에게 달려들었고, 다른 켄타우로스들도 결혼식에 참석한 여성들에게 손을 대기 시작한다. 축하를 위해 모였던 혼인 잔치는 순식간에 싸움터로 변한다. 페이리토오스와 라피타이들은 무기를 들었고,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해 있던 테세우스 역시 싸움에 뛰어들어 켄타우로스들과 맞선다. 이때 벌어진 싸움이 그리스 신화에서 반복해서 묘사되는 켄타우로마키아(Centauromachy), 즉 라피타이와 켄타우로스의 전쟁이다.
이 전투에는 또 우리가 앞에서 한 번 지나온 인물이 들어온다. 라피타이 가운데 카이네우스(Caeneus)가 있었다. 카이네우스는 처음에는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포세이돈과의 사건 이후 어떤 무기에도 상처받지 않는 남성이 되기를 원했고, 그 소원이 이루어진 인물이다. 켄타우로스와의 싸움에서도 칼이나 창으로 그를 죽일 수 없자 켄타우로스들은 다른 방법을 택한다. 여러 명이 거대한 전나무와 나무들을 들어 카이네우스를 계속 내리치고, 결국 그를 나무 아래에 깔아 땅속으로 밀어 넣는다. 찌르거나 베어 죽일 수 없는 상대를 아예 무게로 땅에 묻어버린 것이다.
결혼식에서 시작된 충돌은 그날의 난투로만 끝나지 않았다. 라피타이와 켄타우로스의 싸움은 이후 두 집단 사이의 전쟁으로 확대되었고, 페이리토오스가 이끄는 라피타이들은 결국 켄타우로스들을 펠리온산(Mount Pelion)에서 몰아낸다. 쫓겨난 켄타우로스들은 테살리아 바깥으로 흩어졌고, 그 가운데 일부는 아르카디아의 폴로에산(Mount Pholoe)까지 내려간다. 그러면 우리가 헤라클레스의 에뤼만토스 멧돼지 과업에서 만났던 장면과 다시 연결된다. 헤라클레스가 폴로스의 술을 열었다가 수많은 켄타우로스와 싸우게 되었던 바로 그 아르카디아의 켄타우로스들 뒤에도, 더 거슬러 올라가면 페이리토오스의 결혼식에서 시작되어 테살리아에서 밀려난 켄타우로스들의 이동이 놓여 있는 것이다.
그래서 헤라클레스 이야기에서 켄타우로스들이 왜 아르카디아의 폴로에산에 그렇게 많이 모여 있었는지도 이제 앞뒤가 붙는다. 우리는 그때 폴로스와 케이론, 네소스를 각각 따라갔지만, 라피타이의 역사를 뒤집어 보면 켄타우로스 전체가 애초부터 그 지역에 있던 것은 아니었다. 테살리아의 펠리온 주변에서 라피타이와 함께 살아가다가 페이리토오스 세대의 전쟁으로 밀려난 일부가 남쪽으로 이동했고, 같은 영웅 시대 안에서 헤라클레스의 이야기와 다시 충돌한다. 앞에서 따로 보였던 헤라클레스의 켄타우로스 전투와 지금의 라피타이 전쟁이 사실 하나의 이동 경로 위에서 이어지는 셈이다.
그리고 이 결혼에서 태어난 사람이 폴뤼포이테스이다. 재미있는 것은 『일리아스』가 그의 출생 시점을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함선 카탈로그에서 폴뤼포이테스를 소개할 때 그의 어머니 힙포다메이아가 페이리토오스가 켄타우로스들에게 복수하던 바로 그날 그를 낳았다고 연결한다. 그러므로 폴뤼포이테스는 단순히 라피타이 왕의 아들이 아니라, 라피타이와 켄타우로스의 가장 유명한 충돌이 벌어진 세대에서 태어나 그 왕가를 다음 세대로 이어받은 인물이다.
┃ 카이네우스에서 코로노스, 그리고 레온테우스로 라피타이 40척

페이리토오스의 결혼식에서 켄타우로스들과 싸웠던 라피타이 가운데 카이네우스가 있었다. 앞에서 잠깐 만났던 것처럼 카이네우스는 처음에는 카이니스(Caenis)라는 여성이었고, 이후 포세이돈에게 어떤 무기에도 상처받지 않는 남성의 몸을 원해 카이네우스가 되었다. 그런데 이 카이네우스 역시 아무 계보 없이 갑자기 나타난 인물은 아니다. 그의 아버지는 엘라토스(Elatus)라는 라피타이 왕족이었다. 여기서 엘라토스는 앞에서 아르카디아 왕가를 따라가며 만났던 아르카스의 아들 엘라토스와는 다른 인물이다. 같은 이름이지만 이번의 엘라토스는 테살리아의 라피타이 계통에 속한다.
카이네우스는 페이리토오스와 같은 세대의 라피타이 영웅이었고, 켄타우로스와의 전쟁에서 특히 강력한 인물로 기억된다. 칼과 창으로는 그의 몸을 상하게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켄타우로스들은 결국 나무기둥과 전나무를 쌓아 눌러버리는 방법을 택했다. 『일리아스』 1권에서도 네스토르는 자신이 젊었을 때 함께 싸웠던 옛 영웅들을 떠올리며 페이리토오스·드뤼아스·카이네우스·엑사디오스·폴뤼페모스·테세우스를 한꺼번에 부르고, 이들이 산에 살던 켄타우로스들과 싸워 그들을 크게 무찔렀다고 회상한다. 그러므로 카이네우스는 후대에 켄타우로마키아에 끼워 넣어진 주변 인물이 아니라, 『일리아스』 자체가 기억하고 있는 라피타이의 이전 세대 영웅 가운데 하나이다.
그리고 카이네우스에게서 코로노스(Coronus)가 태어난다. 코로노스 역시 테살리아의 라피타이 왕으로 성장했으며, 그의 세력은 기르톤(Gyrton)을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이름도 조금 뒤 함선 카탈로그에서 다시 보게 된다. 폴뤼포이테스와 레온테우스가 이끄는 군대의 도시 가운데 바로 기르톤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즉 함선 목록에서 한 줄짜리 지명으로 보이는 기르톤 역시 레온테우스의 아버지 코로노스가 다스리던 라피타이 왕가의 중심지와 연결된다.
그런데 코로노스의 시대에도 라피타이는 싸움을 멈추지 않는다. 이번 상대는 켄타우로스가 아니라 도리아인이었다. 당시 올림포스산(Mount Olympus) 주변에 살던 라피타이의 왕이 코로노스였고, 그 인근의 도리아인들은 아이기미오스(Aegimius)라는 왕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두 집단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자 라피타이는 병력에서 우세했고, 궁지에 몰린 아이기미오스는 결국 헤라클레스(Heracles)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헤라클레스는 왕국의 일부를 대가로 도리아인을 돕기로 하고 전쟁에 뛰어들었으며, 라피타이를 무너뜨리고 코로노스까지 죽인다. 그러니까 우리가 앞에서 열두 과업과 여러 전쟁을 따라가며 이미 만났던 헤라클레스가 여기에서도 다시 라피타이 왕가의 역사에 끼어든다.
이 사건은 뒤로 더 멀리 이어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헤라클레스가 도와준 아이기미오스는 이후 헤라클레스의 아들 휠로스(Hyllus)와도 연결되고, 훗날 헤라클레이다이와 도리아인의 귀환 이야기에서 다시 중요한 인물이 된다. 하지만 지금은 그 길까지 따라갈 필요는 없다. 함선 카탈로그에서 필요한 것은 코로노스의 집안이 이 전쟁으로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그의 아들 레온테우스(Leonteus)가 다음 세대까지 살아남아 트로이 전쟁에 참가하기 때문이다.
레온테우스는 따라서 카이네우스의 손자이자 코로노스의 아들이다. 『일리아스』는 그를 소개할 때 아예 이 계보를 짧게 압축해 카이네우스의 아들 코로노스의 아들 레온테우스라고 부른다. 여기에 레온테우스를 ‘아레스의 후손’이라는 표현으로 꾸미지만, 지금 우리가 따라온 가까운 혈통에서 중요한 것은 엘라토스 → 카이네우스 → 코로노스 → 레온테우스라는 라피타이 왕가의 선이다.
그리고 레온테우스 역시 헬레네의 구혼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앞에서 같은 40척을 공동 지휘하게 될 폴뤼포이테스도 구혼자 명단에 들어가므로, 두 사람 모두 트로이 원정에 참가하는 배경에는 헬레네의 혼인 문제가 놓여 있다. 하나는 익시온과 페이리토오스의 왕가에서 내려온 폴뤼포이테스, 다른 하나는 카이네우스와 코로노스의 왕가에서 내려온 레온테우스이다. 서로 다른 라피타이 가지가 트로이 전쟁 세대에서 두 지휘관으로 다시 합쳐지는 것이다.
이제 두 집안을 나란히 놓을 수 있다. 한쪽은 익시온 → 페이리토오스 → 폴뤼포이테스, 다른 한쪽은 엘라토스 → 카이네우스 → 코로노스 → 레온테우스이다. 그리고 『일리아스』 2권에서 이 둘은 아르기사(Argissa), 기르톤, 오르테(Orthe), 엘로네(Elone), 흰 도시 올로오손(Oloosson)의 병력을 함께 이끈다. 앞에서 코로노스의 중심지로 만났던 기르톤이 여기에서 그대로 다시 등장하고, 서로 다른 라피타이 왕가에서 내려온 두 후손이 같은 지역의 군대를 묶어 지휘하게 된다. 『일리아스』는 폴뤼포이테스를 먼저 소개한 뒤 레온테우스를 공동 지휘자로 세우고, 두 사람에게 40척의 검은 배를 붙인다.
┃ 결론
이번 테살리아의 두 함대를 따라오면 같은 40척이라는 숫자 뒤에 전혀 다른 두 왕가의 역사가 놓여 있었다는 사실이 보인다. 먼저 오르메니온에서는 아이올로스의 혈통이 케르카포스와 오르메노스로 내려왔고, 오르메노스의 두 아들 아뮌토르와 에우아이몬에게서 다시 두 갈래로 나뉘었다. 아뮌토르의 아들 포이닉스는 아버지와의 갈등 끝에 고향을 떠나 프티아의 펠레우스에게 들어가 아킬레우스를 길렀고, 에우아이몬의 아들 에우뤼퓔로스는 오르메니온에 남아 왕가를 이어받았다. 그렇게 한쪽 가지는 아킬레우스의 삶 속으로 들어갔고, 다른 한쪽 가지는 오르메니온과 휘페레이아, 아스테리온과 티타노스의 사람들을 모아 40척의 함선으로 트로이 원정에 참가했다.
그 다음에 만난 라피타이의 이야기는 훨씬 더 많은 신화와 얽혀 있었다. 아폴론과 스틸베에게서 라피테스가 태어나고, 그의 혈통은 페리파스와 안티온을 지나 익시온에게 이어졌다. 익시온은 자신의 장인을 죽인 뒤 제우스에게 정화되었지만 다시 헤라에게 욕망을 품어 수레바퀴에 묶였고, 그의 이야기에서 생겨난 켄타우로스의 계통은 다음 세대 페이리토오스의 결혼식에서 라피타이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그 자리에는 테세우스가 있었고, 어떤 무기로도 죽일 수 없어 결국 나무 아래 눌려 땅속에 묻힌 카이네우스도 있었다.
그리고 라피타이의 싸움은 켄타우로마키아에서 끝나지 않았다. 카이네우스의 아들 코로노스가 왕이 된 뒤에는 도리아인과의 전쟁이 벌어졌고, 처음에는 라피타이가 우세했지만 궁지에 몰린 도리아인의 왕 아이기미오스가 헤라클레스를 불러들이면서 전세가 완전히 뒤집혔다. 헤라클레스는 라피타이를 무너뜨리고 코로노스까지 죽였지만, 그 왕가 역시 여기에서 끊어지지 않았다. 코로노스의 아들 레온테우스가 살아남아 다음 세대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트로이 전쟁의 세대에 이르면 라피타이의 서로 다른 두 왕가가 다시 나란히 선다. 익시온과 페이리토오스의 가지에서는 폴뤼포이테스가 나오고, 카이네우스와 코로노스의 가지에서는 레온테우스가 나온다. 두 사람은 아르기사와 기르톤, 오르테와 엘로네, 올로오손의 병력을 함께 이끌며 하나의 함대로 묶인다. 켄타우로스와 싸우고, 헤라클레스에게 왕을 잃고도 살아남은 라피타이의 두 혈통이 결국 다음 세대의 공동 지휘자들로 다시 만난 것이다.
「함선 카탈로그 — 1,186척의 배 뒤에 숨은 그리스 신화 ㉛ : 오르메니온, 라피타이」에서 따라온 길은 그래서 두 번의 40척으로 닫힌다. 하나는 오르메니온 왕가에서 나온 에우뤼퓔로스의 40척이고, 다른 하나는 폴뤼포이테스와 레온테우스가 함께 이끄는 라피타이의 40척이다. 같은 테살리아에서 출발한 두 함대 뒤에는 아킬레우스의 스승 포이닉스와 익시온의 수레바퀴, 페이리토오스의 결혼식과 켄타우로마키아, 땅속에 묻힌 카이네우스와 헤라클레스에게 쓰러진 코로노스까지 서로 다른 시대의 이야기들이 겹쳐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가지가 함선 카탈로그의 짧은 몇 줄 안에서 다시 모여, 두 개의 40척으로 트로이를 향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