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선 카탈로그 — 1,186척의 배 뒤에 숨은 그리스 신화 : 아르고스

┃ 들어가며

일리아스 호메로스 1,186척의 배 뒤에 숨은 그리스 신화를 소개하는 함선 일러스트

앞선 일곱 편에서는 데우칼리온(Deucalion)​퓌라(Pyrrha)​의 아들 헬렌(Hellen)​에게서 갈라진 도로스(Dorus)·​크수토스(Xuthus)·아이올로스(Aeolus)의 혈통을 따라갔다. 그 길은 여러 그리스인의 이름과 왕가를 지나 크레테(Crete) 아테나이(Athens), ​라케다이몬(Lacedaemon)이타케(Ithaca), ​보이오티아(Boeotia)미니아이의 오르코메노스(Orchomenus of the Minyans)에서 출항한 함선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일리아스』 2권의 함선 목록을 채운 모든 지역이 헬렌의 후손에게서 나온 것은 아니다. 이제 첫 번째 거대한 계보를 벗어나 아르고스의 강과 땅에서 시작된 더 오래된 혈통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 출발점에 있는 인물이 강의 신 이나코스(Inachus)​이다. 그의 후손 포로네우스(Phoroneus)​니오베(Niobe)​를 거쳐 태어난 아르고스(Argus)​는 자신의 이름을 땅에 남겼고, 그 아들들에게서 왕권과 도시, 헤라 숭배와 이오의 이야기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갈라졌다. 이 가운데 에크바소스(Ecbasus)​의 가지를 따라가면 백 개의 눈을 가진 아르고스 파놉테스(Argus Panoptes)​를 지나 헤라의 여사제 이오(Io)​에게 도착한다. 하나의 지역에서 시작된 혈통이 이오의 방랑과 함께 그리스의 경계를 넘어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오는 아르고스(Argos)​를 떠나 이집트(Egypt)​에 도착했고, 그의 후손은 에파포스(Epaphus)​리비아(Libya), ​벨로스(Belus)다나오스(Danaus)를 거치며 여러 세대 동안 그리스 밖에서 이어졌다. 그러나 그 길의 끝에서 다나오스는 쉰 딸을 이끌고 다시 아르고스로 돌아온다. 한 여성이 떠난 고향으로 수 세대 뒤 그의 후손들이 귀환하면서, 이나코스에게서 시작한 혈통은 긴 원을 그려 다시 아르고스의 왕좌와 만난다. 이 과정에서 사람의 이름은 땅과 집단의 이름이 되고, 떠난 혈통은 새로운 이름을 지닌 채 오래된 고향으로 되돌아온다.

다나오스의 딸들에게서 갈라진 가지들은 트로이 전쟁의 시작과 귀환에도 깊이 들어간다. 아미모네(Amymone)​의 후손 팔라메데스(Palamedes)​오디세우스(Odysseus)​의 거짓 광기를 밝혀 그를 원정에 끌어들이고, 팔라메데스의 죽음은 아버지 나우플리오스(Nauplius)​가 그리스 함대의 귀환을 파괴하는 복수로 이어진다. 한편 다나오스의 다른 딸들은 헬렌의 후손인 아카이오스(Achaeus)​의 집안과 혼인한다. 앞선 일곱 편에서 따라온 헬렌의 혈통과 이번에 새로 시작한 이나코스의 혈통은 서로 분리된 두 세계가 아니라 아르고스에서 이미 하나로 얽혀 있었던 셈이다.

이번 편에서는 이나코스에게서 출발해 이오의 방랑과 다나오스의 귀환을 지나, 여러 갈래로 나뉜 아르고스의 왕권이 디오메데스(Diomedes)·​스테넬로스(Sthenelus)·에우뤼알로스(Euryalus)가 이끄는 80척의 함대로 모이는 과정까지 따라간다. 『일리아스』가 아르고스의 세 지휘관과 아홉 지역을 몇 줄로 부르기까지, 그 뒤에서는 수많은 추방과 귀환, 형제의 전쟁과 혼인, 광기와 치료, ​테바이(Thebes)를 둘러싼 두 세대의 전쟁이 먼저 지나가야 했다. 강의 신 한 사람에게서 시작한 계보가 어떻게 아르고스의 땅과 왕가를 만들고 마침내 트로이를 향한 80척의 배가 되는지 살펴보자.


┃ 이나코스에서 시작된 아르고스의 또 다른 혈통

암소로 변한 이오가 아버지 이나코스에게 자신의 정체를 알리는 장면
아버지에게 정체를 알리는 이오(Io Recognised by Her Father), 빅토르 오노레 얀선스(Victor Honoré Janssens), 17세기 후반, 출처 : Wikimedia Commons

대홍수에서 살아남은 데우칼리온(Deucalion)퓌라(Pyrrha)의 후손을 따라가면 헬렌(Hellen)과 그의 세 아들 도로스(Dorus)·크수토스(Xuthus)·아이올로스(Aeolus)에게서 여러 그리스인의 이름과 왕가가 갈라져 나왔다. 그러나 『일리아스』 2권의 함선 목록에 등장하는 모든 지역을 이 혈통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아르고스(Argos)미케네(Mycenae)로 이어지는 세계를 이해하려면 이제 헬렌의 가문을 잠시 떠나, 전혀 다른 오래된 혈통의 시작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 시작에 있는 인물이 이나코스(Inachus)이다. 이나코스는 오케아노스(Oceanus)테튀스(Tethys)의 아들로, 아르고스 지방을 흐르는 이나코스 강의 이름과 연결되는 강의 신이다. 그는 자신의 누이이기도 한 오케아니스 멜리아(Melia)와의 사이에서 포로네우스(Phoroneus)아이기알레우스(Aegialeus)를 낳았다. 아이기알레우스는 자식 없이 죽었고, 그의 이름에서 한때 그 지역을 아이기알리아(Aegialia)라고 불렀다는 전승이 남는다. 반면 포로네우스의 혈통은 이후 아르고스와 펠로폰네소스(Peloponnese)의 수많은 신화로 계속 이어진다.

포로네우스는 훗날 펠로폰네소스라 불리게 되는 넓은 땅을 다스렸다. 님프 텔레디케(Teledice)와의 사이에서는 아들 아피스(Apis)와 딸 니오베(Niobe)를 낳는다. 아피스는 자신의 세력을 넓혀 이 땅을 자신의 이름을 따 아피아(Apia)라고 불렀지만, 점차 폭군으로 변했다. 결국 텔크시온(Telchion)텔키스(Telchis)라는 인물들이 그를 제거하기 위한 음모를 꾸며 아피스를 죽였다. 두 사람에 대해서는 이 대목에서 별다른 이야기가 전해지지 않으며, 아피스 역시 자식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혈통은 여기에서 끊어진다. 따라서 이 혈통을 다음 세대로 이어주는 사람은 그의 누이 니오베였다.

이 니오베는 우리가 흔히 아는 자식들을 자랑하다 아폴론(Apollo)아르테미스(Artemis)에게 자식들을 잃는 테바이(Thebes)의 니오베와는 다른 인물이다. 포로네우스의 딸 니오베는 제우스(Zeus)와 관계해 아르고스(Argus)를 낳는다. 여기에서 처음 등장하는 아르고스(Argus)는 지역 이름이 아니라 인물의 이름이다. 니오베와 제우스 사이에서 태어난 아르고스는 왕이 되어 펠로폰네소스의 일부를 다스렸고, 그의 이름을 따라 그 땅 역시 아르고스(Argos)라고 불리게 되었다. 따라서 이 계보는 이나코스 → 포로네우스 → 니오베와 제우스 → 아르고스로 이어지며, 사람의 이름이 다시 지역의 이름으로 남은 경우에 해당한다. 이 아르고스는 이오(Io)를 감시한 백 개의 눈을 가진 아르고스 파놉테스(Argus Panoptes)와는 다른 인물이다. 파놉테스 역시 같은 아르고스 계통에서 몇 세대 뒤에 등장하기 때문에 두 인물을 구분해 둘 필요가 있다.


┃ 아르고스의 네 아들, 하나의 왕가에서 갈라진 여러 길

백 개의 눈을 가진 아르고스가 암소로 변한 이오를 지키는 동안 헤르메스가 피리를 연주하는 장면
메르쿠리우스, 아르고스와 이오(Mercury, Argus and Io), 아브라함 블루마르트(Abraham Bloemaert), 약 1592년, 출처 : Wikimedia Commons

아르고스는 에우아드네(Evadne)와 결혼하여 에크바소스(Ecbasus), 피라스(Piras), 에피다우로스(Epidaurus), 크리아소스(Criasus) 네 아들을 낳았다. 이들의 이름은 한 줄에 나란히 놓여 있지만 이후의 행로는 서로 다르다. 한 사람의 이름은 오래된 헤라(Hera) 숭배의 흔적으로 남고, 한 사람은 지역의 이름으로 이어지며, 다른 한 사람은 아르고스의 왕위를 계승한다. 그리고 마지막 한 가지를 따라가면 훗날 이오의 신화와 만나게 된다. 아르고스라는 이름 아래 묶여 있던 세계가 이 세대부터 여러 방향으로 갈라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먼저 피라스(Piras)피라수스(Peirasus)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그는 티륀스(Tiryns)에 오래된 헤라의 목상을 봉헌했으며, 훗날 아르고스인들이 티륀스를 파괴하자 그 목상은 아르고스의 헤라이온(Heraion)으로 옮겨졌다. 피라스의 가지는 긴 영웅담으로 이어지지 않지만, 그의 이름은 아르고스 왕가의 초기 세대가 티륀스와 헤라 숭배에 연결되어 있었음을 보여준다.

다음은 에피다우로스(Epidaurus)이다. 이 이름은 뒤로 갈수록 사람보다 지역의 이름으로 더 익숙해진다. 에피다우로스의 출신을 두고는 여러 지역이 서로 다른 계보를 전했지만, 아르고스 계통의 전승에서는 그를 바로 아르고스의 아들로 둔다. 중요한 것은 이 이름이 여기서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훗날 『일리아스』 2권의 함선 카탈로그에서 디오메데스(Diomedes)가 이끄는 아르고스 세력권 가운데 에피다우로스가 다시 등장한다. 지금은 한 왕자의 이름에 불과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는 군사를 보내는 하나의 지역이 되어 트로이(Troy) 원정에 참여한다. 아르고스의 아들 하나가 지명으로 남고, 그 지명이 다시 일리아스(Iliad)의 함선 목록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셈이다.

세 번째 크리아소스(Criasus)는 아버지 아르고스의 자리를 이어 왕이 된다. 다른 형제들의 가지가 여러 지역과 신화로 갈라져 나가는 동안에도 아르고스의 왕권은 끊어지지 않고 이어졌다. 그러나 크리아소스의 후손은 『일리아스』의 함선 카탈로그로 이어지는 주요 계보와 만나지 않는다. 여기에서는 그의 왕위 계승만 확인한 뒤, 다시 에크바소스(Ecbasus)의 혈통을 따라 이오에게로 넘어가면 된다.

이제 마지막으로 에크바소스(Ecbasus)의 계통을 따라가면 이야기가 훨씬 멀리 뻗는다. 에크바소스에게는 아게노르(Agenor)라는 아들이 있었고, 아게노르에게서 다시 아르고스라는 이름의 아들이 태어났다. 앞에서 니오베와 제우스 사이에서 태어난 왕 아르고스와 이름은 같지만 다른 인물이다. 이 두 번째 아르고스가 바로 아르고스 파놉테스(Argus Panoptes), 모든 것을 보는 아르고스이다.

파놉테스는 흔히 이오를 지키던 감시자로 기억되지만, 그 이전부터 이미 강력한 존재로 묘사된다. 그의 몸 전체에는 눈이 있었고, 아르카디아(Arcadia)를 황폐하게 만들던 황소를 죽여 그 가죽을 입고 있었다. 아르카디아인들의 가축을 빼앗던 사튀로스도 죽였으며, 길을 지나던 사람들을 해치던 에키드나(Echidna)를 잠든 사이에 죽였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앞에서 포로네우스의 아들 아피스를 살해했던 자들에게 복수한 인물 역시 이 파놉테스이다. 포로네우스 세대에서 잠깐 등장했던 아피스의 죽음이 몇 세대가 지난 뒤 같은 가문의 후손에게서 다시 회수되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파놉테스에게서 지금까지의 아르고스 왕가가 이오의 이야기와 연결된다. 파놉테스가 아소포스(Asopus)의 딸 이스메네(Ismene)와 결합하여 이아소스(Iasus)를 낳고, 이 이아소스가 이오(Io)의 아버지가 되는 전승도 있다. 즉 여기까지의 흐름을 풀어 쓰면, 왕 아르고스의 아들 에크바소스에게서 아게노르가 태어나고, 아게노르에게서 백 개의 눈을 가진 또 다른 아르고스가 태어나며, 그 아르고스의 아들 이아소스에게서 마침내 이오가 태어나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더 이상 아르고스 안에 머물지 않는다. 이오가 아르고스를 떠나면서 이 가문의 혈통도 그리스 바깥으로 길게 이동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여러 세대 뒤, 그 후손인 다나오스(Danaus)가 다시 아르고스로 돌아온다. 아르고스에서 출발한 혈통이 멀리 돌아 다시 아르고스로 귀환하는 긴 순환이 이제 시작된다.


┃ 아르고스를 떠난 이오, 이집트에서 다시 시작된 혈통

긴 방랑 끝에 이집트 카노포스에 도착한 이오를 여신 이시스가 맞이하는 고대 로마 벽화
카노포스에서 이오를 맞이하는 이시스(Isis Receiving Io at Canopus), 작자 미상(Unknown), 서기 35~60년경, 폼페이 이시스 신전 출토, 출처 : Wikimedia Commons

이아소스의 딸 이오(Io)는 헤라를 섬기는 여사제였다. 그러나 제우스가 이오에게 마음을 두면서 그녀의 삶은 완전히 뒤틀린다. 이오는 암소의 모습이 되고, 헤라는 그녀를 감시하도록 백 개의 눈을 가진 아르고스 파놉테스를 붙인다. 앞에서 여러 괴물을 죽이며 이름을 남겼던 파놉테스가 바로 여기에서 다시 등장하는 것이다. 제우스의 명령을 받은 헤르메스(Hermes)가 파놉테스를 죽이면서 이오는 감시에서 벗어나지만, 그것으로 고통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헤라는 이번에는 등에를 보내 이오를 끊임없이 몰아붙였고, 이오는 고향 아르고스에서 점점 멀어지기 시작한다.

이오의 방랑은 그리스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녀는 일리리아(Illyria)하이모스산(Mount Haemus)을 지나 바다를 건넜고, 스키타이(Scythia)킴메리아(Cimmeria) 일대를 거쳐 유럽(Europe)아시아(Asia)의 넓은 지역을 떠돈 끝에 마침내 이집트(Egypt)에 도착한다. 이오가 이집트에 이르러 인간의 모습을 되찾고 나일강가에서 제우스의 아들 에파포스(Epaphus)를 낳았다. 이때 아르고스에서 시작된 혈통은 처음으로 그리스 밖에 뿌리를 내리게 된다.

그러나 에파포스 역시 태어나자마자 평온하게 자라지는 못한다. 헤라는 쿠레테스(Curetes)들에게 에파포스를 납치해 숨기게 했고, 이오는 다시 아들을 찾아 길을 떠난다. 시리아(Syria)까지 돌아다닌 끝에 비블로스(Byblos) 왕의 아내가 에파포스를 기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어 아이를 되찾고, 다시 이집트로 돌아온다. 이후 이오는 이집트를 다스리던 텔레고노스(Telegonus)와 결혼한다. 이오의 개인적인 방랑은 여기서 끝나지만, 그녀가 낳은 에파포스의 혈통은 오히려 이제부터 여러 지역으로 퍼지기 시작한다.

에파포스는 성장하여 이집트의 왕이 되고, 나일강(Nile)의 딸 멤피스(Memphis)와 결혼한다. 그는 아내의 이름을 따라 도시 멤피스를 세웠다고 전해지며, 두 사람 사이에서는 리비아(Libya)라는 딸이 태어난다. 이 역시 사람의 이름이 다시 땅의 이름으로 남는 구조이다. 아르고스에서 아르고스라는 사람의 이름이 지역의 이름이 되었던 것처럼, 이번에는 에파포스의 딸 리비아의 이름이 하나의 넓은 지역을 설명하는 이름으로 이어진다.

리비아는 포세이돈(Poseidon)과 결합하여 쌍둥이 형제 아게노르(Agenor)벨로스(Belus)를 낳는다. 여기서 혈통은 다시 둘로 갈라진다. 아게노르는 페니키아(Phoenicia)로 가서 그곳의 왕이 되고, 그의 후손들은 훗날 에우로페(Europa)카드모스(Cadmus) 등으로 이어지는 또 하나의 거대한 신화 계통을 만든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따라갈 쪽은 이집트에 남은 벨로스이다.

벨로스는 이집트의 왕이 되어 나일강의 딸 앙키노에(Anchinoe)와 결혼하고, 여기서 다시 쌍둥이 형제 아이귑토스(Aegyptus)다나오스(Danaus)가 태어난다. 벨로스는 다나오스를 리비아에, 아이귑토스를 아라비아(Arabia)에 자리 잡게 했다. 이후 아이귑토스는 주변 지역을 정복하여 자신의 이름을 따 이집트라고 불렀다는 전승까지 붙는다. 사람의 이름이 땅의 이름이 되는 장면이 이 계보에서 반복되는 셈이다.

그러나 벨로스의 두 아들에게서 갈라진 혈통은 곧 서로 충돌하기 시작한다. 아이귑토스에게는 아들 쉰 명이 있었고, 다나오스에게는 딸 쉰 명이 있었다. 두 형제 사이의 왕권 갈등은 다음 세대의 혼인 문제까지 번졌고, 다나오스는 마침내 딸들을 모두 데리고 이집트를 떠난다. 그들이 향한 곳은 다나오스의 먼 조상 이오가 떠나왔던 아르고스였다.

이렇게 보면 이오의 이동은 단순한 유랑이 아니다. 아르고스에서 출발한 이오의 혈통이 이집트에 뿌리를 내리고, 에파포스와 리비아, 벨로스를 거쳐 여러 세대를 지난 뒤 다나오스에게서 다시 아르고스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떠났던 사람이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떠난 사람의 후손이 수 세대 뒤 고향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그리고 다나오스가 아르고스에 도착하는 순간, 앞에서 따로 흐르고 있던 아르고스 왕가의 이야기와 이오의 후손 이야기가 다시 한 장소에서 만난다.


┃ 다나오스의 귀환과 다시 이어진 아르고스 왕가

저승에서 밑 빠진 항아리에 끝없이 물을 붓는 다나오스의 딸들을 그린 작품
다나오스의 딸들(The Daughters of Danaus), 페르낭 사바테(Fernand Sabatté), 약 1900년, 출처 : Wikimedia Commons

다나오스는 쉰 딸을 이끌고 이집트를 떠나 마침내 먼 조상 이오의 고향인 아르고스에 도착한다. 당시 아르고스를 다스리던 왕은 겔라노르(Gelanor)였으며, 다나오스는 결국 그에게서 왕권을 넘겨받아 이 지역의 지배자가 된다. 그가 나라를 차지한 뒤 주민들이 그의 이름을 따라 다나오이(Danaoi)라 불리게 되었다. 이오의 혈통은 여러 세대 동안 이집트와 리비아를 거친 뒤 다나오스를 통해 다시 아르고스의 왕좌로 돌아온 것이다.

그러나 다나오스가 차지한 아르고스는 물이 부족한 땅이었다. 오래전 이나코스가 아르고스의 소유권을 두고 다툰 헤라와 포세이돈 가운데 헤라의 편을 들자, 분노한 포세이돈이 이 지역의 샘들을 말려버렸다고 전해진다. 다나오스는 물을 구하기 위해 딸들을 내보냈고, 그 가운데 아미모네(Amymone)는 사슴을 향해 창을 던졌다가 잠들어 있던 사튀로스를 건드린다. 사튀로스가 아미모네를 덮치려 하자 포세이돈이 나타나 그를 쫓아내고, 이후 아미모네에게 레르나(Lerna)의 샘을 알려준다. 두 사람 사이에서는 나우플리오스(Nauplius)가 태어난다. 나우플리오스는 훗날 팔라메데스의 아버지가 되어 트로이 원정과 오디세우스(Odysseus)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트로이 원정에 참가할 영웅들이 소집되었을 때 오디세우스는 전쟁에 나가지 않기 위해 미친 사람처럼 행동했다. 그러나 팔라메데스는 그 행동이 거짓임을 알아차렸다. 팔라메데스가 페넬로페(Penelope)의 품에서 어린 텔레마코스(Telemachus)를 빼앗아 죽이려는 듯 행동하자, 아들의 생명을 걱정한 오디세우스가 결국 자신의 광기가 거짓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다른 전승에서는 텔레마코스를 오디세우스가 몰던 쟁기 앞에 놓았다고도 전한다. 어느 경우든 팔라메데스 때문에 위장이 드러난 오디세우스는 결국 트로이 원정에 참가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일은 두 사람 사이에 깊은 원한을 남긴다.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오디세우스는 프리아모스(Priam)가 팔라메데스에게 보낸 것처럼 꾸민 반역 문서를 만들고, 그의 숙소에 금을 숨겨두었다. 편지와 금이 발견되자 팔라메데스는 트로이군과 내통한 반역자로 몰렸고, 결국 그리스군에게 돌에 맞아 죽는다. 아들의 죽음을 알게 된 나우플리오스는 그리스군에게 책임을 묻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아가멤논(Agamemnon) 역시 팔라메데스의 죽음에 가담했다.

나우플리오스는 이후 아들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시작한다. 그는 그리스 영웅들의 고향을 돌며 남편들이 트로이에서 다른 여성들을 데려올 것이라는 말을 퍼뜨려 여러 아내들이 남편을 배신하도록 만들었다. 이 전승에서 클뤼타임네스트라(Clytemnestra)아이기스토스(Aegisthus)와, 디오메데스의 아내 아이기알레이아(Aegialia)스테넬로스(Sthenelus)의 아들 코메테스(Cometes)와 관계를 맺고, 이도메네우스(Idomeneus)의 아내 메다(Meda)레우코스(Leucus)와 연결된다. 우리가 앞에서 각각 미케네 100척, 아르고스 80척, 크레타 80척으로 보았던 지휘관들의 집안이 나우플리오스의 복수에서 다시 한꺼번에 얽히는 셈이다.

복수는 전쟁이 끝난 뒤에도 계속된다. 그리스 함대가 트로이에서 귀환하던 밤, 나우플리오스는 에우보이아(Euboea)카페레우스 곶(Cape Caphereus)에 거짓 봉화를 밝혔다. 귀환하던 선박들은 이를 안전한 항구를 알리는 불빛으로 착각해 해안으로 접근했다가 암초에 부딪혔고, 많은 병사들이 목숨을 잃었다. 따라서 아미모네에게서 시작된 이 가지는 단순한 방계 혈통으로 끝나지 않는다. 아미모네 → 나우플리오스 → 팔라메데스의 계보는 오디세우스를 트로이 원정에 끌어들이는 사건에서 시작해 팔라메데스의 죽음과 나우플리오스의 복수, 그리고 전쟁이 끝난 뒤 귀환하는 그리스 함대의 난파까지 이어진다.

다나오스의 딸들에게서 갈라진 혈통은 아르고스 내부에만 머물지 않았다. 앞에서 헬렌의 아들 크수토스에게서 이어진 아카이오스(Achaeus)의 두 아들 아르칸드로스(Archander)아르키텔레스(Architeles) 역시 프티오티스(Phthiotis)에서 아르고스로 내려와 다나오스의 사위가 된다. 아르칸드로스는 다나오스의 딸 스카이아(Scaea)와, 아르키텔레스는 아우토마테(Automate)와 결혼했다. 두 형제는 이후 아르고스와 라케다이몬(Lacedaemon)에서 세력을 얻으면서 이 지역 사람들에게 아카이오이(Achaeans)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따라서 이후 헬렌과 크수토스에게서 갈라졌던 아카이오스의 혈통은 여기에서 다나오스의 딸들과 혼인하며, 앞에서 서로 별개의 계보로 보였던 헬렌계와 이나코스계가 아르고스에서 다시 결합한다.

다나오스가 아르고스에 자리를 잡은 뒤에도 형 아이귑토스의 아들들은 그를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았다. 쉰 명의 아들은 아르고스까지 따라와 두 집안의 적대관계를 끝내자며 다나오스의 쉰 딸과 혼인하기를 요구했다. 다나오스는 그들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결국 혼인을 받아들였고, 두 집안의 자식들을 짝지어 주었다. 그 가운데 장녀 히페름네스트라(Hypermnestra)는 아이귑토스의 아들 륑케우스(Lynceus)와 결혼한다. 아미모네 역시 이 혼인에 포함되었지만, 다나오스는 결혼식 날 모든 딸에게 단검을 나누어 주며 신랑들이 잠들었을 때 죽이라고 명령했다.

그날 밤 마흔아홉 명의 딸은 아버지의 명령을 따랐지만 히페름네스트라만은 륑케우스를 살려주었다. 그 이유는 륑케우스가 그녀의 처녀성을 존중했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다나오스는 명령을 거역한 딸을 감금했으나 결국 두 사람의 혼인을 인정했다. 나머지 딸들은 살해한 남편들의 머리를 레르나에 묻고 몸은 도시 앞에 장사했으며, 제우스의 명령에 따라 아테나(Athena)와 헤르메스에게 정화받는다. 이후 다나오스는 다른 딸들을 경기의 승자들과 혼인시켰다고 전해진다.

이 사건으로 이오의 후손이 아르고스로 돌아온 긴 순환은 단순한 귀환을 넘어 새로운 왕통으로 이어진다. 다나오스의 뒤를 이어 아르고스의 왕이 된 사람은 살아남은 륑케우스였고, 륑케우스와 히페름네스트라 사이에서는 아바스(Abas)가 태어난다. 따라서 이오에게서 시작해 이집트와 리비아를 지나 다시 아르고스로 돌아온 혈통은 다나오스와 히페름네스트라, 륑케우스를 거쳐 다시 아르고스의 왕가가 된다.

아바스는 아글라이아(Aglaea)와의 사이에서 다시 쌍둥이 아크리시오스(Acrisius)프로이토스(Proetus)를 낳는다. 이 형제는 어머니의 뱃속에서부터 다투었다고 할 만큼 사이가 나빴고, 성장한 뒤에는 결국 아르고스의 왕위를 두고 전쟁을 벌였다. 아크리시오스가 승리하여 프로이토스를 몰아내자 프로이토스는 리키아(Lycia)로 가서 그곳 왕가의 딸과 혼인한 뒤 장인의 군대를 얻어 돌아왔다. 결국 두 형제는 아르고스 지역을 나누어 아크리시오스는 아르고스를, 프로이토스는 티륀스를 다스리게 되었으며, 프로이토스가 차지한 티륀스의 성벽을 키클롭스(Cyclopes)들이 쌓았다. 하나의 왕통은 이 쌍둥이 세대에서 다시 두 갈래로 갈라진다.


┃ 프로이토스와 세 딸, 셋으로 나뉜 아르고스의 왕권

일리아스 함선 카탈로그의 펠로폰네소스 권역을 빨간색으로 표시한 지도

아바스의 쌍둥이 아들 가운데 프로이토스(Proetus)는 형제 아크리시오스에게 패해 아르고스에서 쫓겨난 뒤 리키아로 향했다. 그곳에서 이오바테스(Iobates)의 딸과 결혼하고 장인의 도움을 받아 군대를 이끌고 돌아온 프로이토스는 전쟁 끝에 두 형제는 아르고스 지역을 나누어 갖는다. 아크리시오스가 아르고스를 차지한 반면 프로이토스는 티륀스(Tiryns)를 다스렸으며, 그의 성벽을 키클롭스들이 쌓았다. 하나였던 아르고스 왕권이 이 형제의 세대에서 처음으로 아르고스와 티륀스라는 두 중심으로 갈라진 셈이다.

프로이토스와 스테네보이아(Stheneboea) 사이에서는 뤼시페(Lysippe), 이피노에(Iphinoe), 이피아나사(Iphianassa) 세 딸이 태어났다. 세 자매가 성장하자 모두 광기에 사로잡혔는데, 그 이유를 두고 전승은 다르다. 헤시오도스 계통에서는 디오니소스(Dionysus)의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른 이야기에서는 세 자매가 헤라의 목상을 업신여겼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이들은 아르고스 전역을 떠돌다가 아르카디아와 펠로폰네소스 곳곳까지 헤매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광기는 다른 여성들에게까지 번져갔다.

이때 등장하는 사람이 예언자 멜람푸스(Melampus)이다. 멜람푸스는 이올코스(Iolcus)를 세운 크레테우스(Cretheus)의 아들 아미타온(Amythaon)페레스(Pheres)의 딸 이도메네(Idomene) 사이에서 태어난 인물로, 약물과 정화 의식을 이용한 치료법을 처음 고안한 사람으로 묘사된다. 그는 프로이토스에게 세 딸을 치료해 주는 대신 왕국의 3분의 1을 요구했다. 프로이토스는 처음에는 지나치게 큰 대가라고 생각해 거절했지만, 세 딸의 광기가 더욱 심해지고 다른 여성들까지 집을 버리고 떠돌기 시작하자 결국 멜람푸스의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멜람푸스는 조건을 하나 더 붙였다. 자신의 형제 비아스(Bias)에게도 자신과 같은 만큼의 땅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더 미루었다가는 요구가 더 커질 것을 두려워한 프로이토스는 이것까지 받아들였다. 멜람푸스는 젊은이들을 모아 광기에 빠진 여성들을 산에서 시키온(Sicyon)까지 몰아가며 정화 의식을 행했고, 그 과정에서 장녀 이피노에는 죽었지만 뤼시페와 이피아나사는 제정신을 되찾았다. 이후 프로이토스는 살아남은 두 딸을 멜람푸스와 비아스에게 각각 혼인시켰다.

프로이토스에게는 이후 메가펜테스(Megapenthes)라는 아들도 태어난다. 그러나 이 집안의 왕권은 더 이상 프로이토스의 직계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세 딸의 광기를 치료하기 위해 내어준 땅 때문에 아르고스 안에는 멜람푸스와 비아스의 두 가문이 함께 자리 잡았고, 이후의 아르고스 영웅들은 이 갈라진 왕통 속에서 등장하게 된다.

이 사건의 결과는 단순히 세 공주의 광기가 치료되었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프로이토스가 치료의 대가로 왕국의 일부를 내주면서 아르고스 지역의 왕권은 다시 셋으로 나뉘게 된다. 프로이토스 자신의 가문 외에 멜람푸스와 비아스의 가문이 새로운 지배 세력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리고 이 세 갈래 가운데 비아스는 페로(Pero)와 결혼하여 탈라오스(Talaus)를 낳는다. 그런데 탈라오스가 결혼한 뤼시마케(Lysimache)는 바로 멜람푸스의 아들 아바스의 딸이다. 즉 프로이토스에게서 각각 왕권을 받은 비아스와 멜람푸스 두 형제의 혈통이 바로 다음 세대에서 혼인으로 다시 합쳐진다. 탈라오스와 뤼시마케 사이에서는 아드라스토스(Adrastus), 파르테노파이오스(Parthenopaeus), 프로낙스(Pronax), 메키스테우스(Mecisteus), 아리스토마코스(Aristomachus)에리퓔레(Eriphyle)가 태어난다.

이 가운데 아드라스토스(Adrastus)가 다시 중요한 중심이 된다. 아드라스토스의 딸 데이퓔레(Deipyle)아이톨리아(Aetolia)에서 아르고스로 망명해 온 튀데우스(Tydeus)와 결혼하고, 두 사람 사이에서 디오메데스(Diomedes)가 태어난다. 튀데우스는 아드라스토스가 이끈 ‘테바이를 공격한 일곱 장수’ 가운데 한 사람이었지만 그 전쟁에서 죽는다. 그리고 한 세대 뒤 디오메데스는 아버지들의 패배를 갚기 위해 일어난 에피고노이(Epigoni)의 테바이 원정에 참가한다. 그런데 디오메데스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탈라오스의 또 다른 아들 메키스테우스(Mecisteus)에게서는 에우뤼알로스(Euryalus)가 태어난다. 에우뤼알로스 역시 에피고노이의 테바이 원정에 참가했고, 훗날 트로이 원정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즉 비아스에게서 갈라진 왕가에서 이미 디오메데스와 에우뤼알로스, 두 명의 트로이 원정 지휘자가 나오는 것이다.

아드라스토스 집안과 연결된 또 다른 인물도 있다. ‘테바이를 공격한 일곱 장수’ 가운데 하나였던 카파네우스(Capaneus)의 아들이 스테넬로스(Sthenelus)이다. 스테넬로스 역시 디오메데스와 함께 에피고노이 원정에 참가하여 아버지 세대가 실패했던 테바이를 공격한다. 따라서 디오메데스, 스테넬로스, 에우뤼알로스는 트로이에 가기 전에 이미 아버지들의 전쟁을 이어받아 함께 싸운 같은 세대의 전사들이었다. 그리고 『일리아스』 2권의 함선 카탈로그에 이 세 사람이 그대로 함께 나타난다. 디오메데스가 총지휘를 맡고, 카파네우스의 아들 스테넬로스와 메키스테우스의 아들 에우뤼알로스가 함께 아르고스 군을 이끈다. 그들의 세력권은 아르고스와 티륀스뿐 아니라 헤르미오네(Hermione), 아시네(Asine), 트로이젠(Troezen), 에이오나이(Eionae), 에피다우로스, 아이기나(Aegina), 마세스(Mases)까지 포함하며 모두 80척의 함선을 보낸다.

이렇게 프로이토스의 세 딸에게서 시작된 사건은 몇 세대 뒤 『일리아스』의 함선 카탈로그까지 이어진다. 세 공주의 광기를 치료한 대가로 멜람푸스와 비아스가 아르고스의 왕권에 들어왔고, 두 가문은 다시 혼인으로 결합했다. 그 후손들은 테바이를 둘러싼 두 세대의 전쟁을 거쳐 디오메데스와 에우뤼알로스의 세대에 이르렀으며, 카파네우스의 아들 스테넬로스와 함께 아르고스 군의 지휘부를 이루었다. 프로이토스가 왕국의 일부를 내어준 사건은 수 세대 뒤 트로이 원정에 나서는 아르고스의 정치적·혈통적 구조로 이어진 것이다.


┃ 결론

이나코스(Inachus)​에게서 시작한 아르고스(Argos)​의 혈통은 한 방향으로 곧게 내려오지 않았다. 포로네우스(Phoroneus)​니오베(Niobe)​를 지나 태어난 아르고스(Argus)​의 집안은 여러 아들에게서 갈라졌고, 그 가운데 이오(Io)​의 가지는 아르고스를 떠나 이집트(Egypt)​리비아(Libya)​까지 뻗어 나갔다. 그러나 다나오스(Danaus)​와 쉰 딸이 다시 아르고스로 돌아오면서 떠났던 혈통은 오래된 고향의 왕권을 차지했다. 이오의 방랑은 한 사람의 고통으로 끝나지 않고, 몇 세대 뒤 후손들이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거대한 순환을 만들었다.

다나오스의 귀환 뒤에도 아르고스는 하나의 왕가로 안정되지 않았다. 륑케우스(Lynceus)​히페름네스트라(Hypermnestra)​에게서 이어진 왕통은 아바스(Abas)​의 쌍둥이 아크리시오스(Acrisius)​프로이토스(Proetus)​에게서 다시 갈라졌고, 프로이토스의 세 딸에게 닥친 광기는 멜람푸스(Melampus)​비아스(Bias)​의 집안을 아르고스 왕권 안으로 끌어들였다. 치료의 대가로 나뉜 영토는 두 형제의 후손들이 혼인하면서 다시 연결되었고, 그 결합에서 아드라스토스(Adrastus)​에리퓔레(Eriphyle), ​메키스테우스(Mecisteus)를 비롯한 새로운 세대가 태어났다. 아르고스의 왕권은 분열될 때마다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다른 혈통을 받아들이며 더 복잡한 구조로 바뀌었다.

그 구조에서 나온 사람들이 테바이를 공격한 일곱 장수(Seven against Thebes)​에피고노이(Epigoni)​였다. 아드라스토스의 사위 튀데우스(Tydeus)​는 첫 번째 테바이 전쟁에서 죽었고, 그의 아들 디오메데스(Diomedes)​는 아버지들의 패배를 갚는 두 번째 원정에 참가했다. 메키스테우스의 아들 에우뤼알로스(Euryalus)​카파네우스(Capaneus)​의 아들 스테넬로스(Sthenelus)​도 같은 전쟁을 통과했다. 트로이 원정에서 처음 만난 것처럼 보이는 세 지휘관은 이미 한 세대 전의 죽음과 복수를 함께 짊어지고 테바이 성벽 앞에서 싸운 전우들이었다.

마침내 『일리아스』의 함선 목록에서 디오메데스와 스테넬로스, 에우뤼알로스는 아르고스(Argos)​티륀스(Tiryns), ​헤르미오네(Hermione)아시네(Asine), ​트로이젠(Troezen) 에이오나이(Eionae), 에피다우로스(Epidaurus), 아이기나(Aegina)마세스(Mases)의 병력을 이끌고 80척의 배 앞에 선다. 이 함대에는 이나코스의 강에서 시작된 오래된 아르고스 왕가와 이집트를 돌아온 다나오스의 혈통, 멜람푸스와 비아스가 나누어 가진 왕권, 테바이의 두 전쟁에서 살아남은 아들들의 시간이 함께 실려 있다. 아르고스 80척은 하나의 왕이 소유한 단순한 함대가 아니라 여러 차례 갈라지고 다시 결합한 아르고스의 신화적 계보가 하나의 함대 안에서 만난 결과이다.

그러나 아바스의 쌍둥이에게서 갈라진 길 가운데 이번 편에서 끝까지 따라온 것은 프로이토스의 가지였다. 다른 한쪽에는 딸 다나에(Danaë)​를 청동 방에 가둔 아크리시오스와 그 신탁을 넘어 태어난 페르세우스(Perseus)​가 남아 있다. 이 혈통을 따라가면 티륀스와 나뉘었던 아르고스의 왕권은 새로 세워진 미케네(Mycenae)​로 이동하고, 페르세우스의 후손들은 헤라클레스(Heracles)​에우뤼스테우스(Eurystheus), ​아트레우스(Atreus)아가멤논(Agamemnon)의 시대로 이어진다. 아르고스의 80척 뒤에서 끝난 이번 길은 다음 편에서 미케네의 100척으로 다시 열린다.


일리아스 2권 함선 카탈로그의 펠로폰네소스 지역을 빨간색으로 구분한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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