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선 카탈로그 — 1,186척의 배 뒤에 숨은 그리스 신화 ④ : 보이오티아, 퓔로스
┃ 들어가며

앞선 편에서는 아이올로스의 첫째와 둘째 아들 크레테우스(Cretheus)와 시시포스(Sisyphus)의 혈통을 따라갔다. 크레테우스의 후손 에우멜로스(Eumelus)는 페라이·보이베·글라퓌라이·이올코스의 11척을 이끌고 그리스 연합군에 참가했고, 시시포스의 후손 사르페돈(Sarpedon)과 글라우코스(Glaucus)는 반대로 리키아군을 이끌고 트로이 편에 섰다. 같은 아이올로스에게서 갈라진 두 혈통이 몇 세대 뒤 전쟁의 서로 다른 진영에 도착한 것이다.
이번에는 셋째 아타마스(Athamas)와 넷째 살모네우스(Salmoneus)의 가지로 넘어간다. 이 두 혈통은 앞선 두 가지보다도 더 복잡하게 여러 신화와 왕가를 통과한다. 한쪽에서는 황금양털과 디오니소스, 바다의 신과 경기 전승이 이어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튀로를 중심으로 이올코스와 퓔로스의 두 왕가가 갈라진다.
이 두 가지를 따라가면 함선 카탈로그에 도착하는 방식도 서로 다르다는 점이 보인다. 아타마스의 경우에는 그의 혈통이 직접 트로이 전쟁의 지휘관으로 내려가기보다, 그가 왕으로 자리 잡았던 보이오티아(Boeotia)라는 지역이 몇 세대 뒤 50척의 함선을 보낸다. 반면 살모네우스의 가지는 딸 튀로(Tyro)와 넬레우스(Neleus)를 거쳐 네스토르(Nestor)에게 직접 이어지고, 퓔로스의 90척으로 연결된다.
함선 카탈로그를 이렇게 거꾸로 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리아스』 2권에서는 지역 이름과 함선의 수가 빠르게 지나가지만, 그 이름 뒤를 몇 세대만 거슬러 올라가면 서로 따로 알고 있던 신화들이 같은 혈통과 혼인, 이동 안에서 다시 만난다. 어느 경우에는 왕가가 지휘관으로 이어지고, 어느 경우에는 왕가가 자리 잡았던 땅 자체가 함선을 보내는 지역으로 남는다.
특히 이번 두 가지에서는 같은 아이올로스의 혈통을 따라가면서도 함선 카탈로그에 도착하는 방식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아타마스의 경우에는 수많은 신화가 보이오티아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흩어지고 다시 만나며, 살모네우스의 경우에는 한 여성인 튀로를 통해 이올코스와 퓔로스라는 두 왕가가 실제 혈통으로 갈라진다. 같은 계보를 읽고 있지만 한쪽은 지역의 기억으로, 다른 한쪽은 왕가의 후손으로 전쟁에 도착하는 셈이다.
따라서 「함선 카탈로그 — 1,186척의 배 뒤에 숨은 그리스 신화 ④ : 보이오티아·퓔로스」에서는 아이올로스의 셋째와 넷째 아들 아타마스와 살모네우스의 혈통을 따라가며, 서로 다른 방식으로 보이오티아의 50척과 퓔로스의 90척에 도착하는 과정을 살펴보려고 한다.
┃ 셋째 아타마스, 황금양털과 디오니소스가 갈라진 집안

아이올로스의 아들 아타마스(Athamas)는 보이오티아에서 왕으로 자리 잡는다. 그는 먼저 네펠레(Nephele)와 결혼하여 프릭소스(Phrixus)와 헬레(Helle)를 낳고, 이후 테바이를 세운 카드모스(Cadmus)와 하르모니아(Harmonia)의 딸 이노(Ino)와 결혼하여 레아르코스(Learchus)와 멜리케르테스(Melicertes)를 낳는다.
따라서 이 혼인으로 헬렌 → 아이올로스에서 내려온 아타마스의 왕가와 카드모스가 세운 테바이 왕가가 직접 연결된다. 이 연결은 단순한 혼인으로 끝나지 않고 곧 황금양털과 디오니소스, 이스트미아 경기까지 여러 신화로 갈라진다.
먼저 네펠레의 자식 프릭소스와 헬레에게서 황금양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노는 두 아이를 제거하려고 파종할 곡식을 몰래 볶게 하여 씨앗이 싹트지 못하게 만들고, 기근이 일어나자 프릭소스를 제우스에게 희생해야 재앙이 끝난다는 거짓 신탁이 전달되도록 만든다. 결국 프릭소스가 제물로 바쳐질 위기에 놓이자 어머니 네펠레가 황금털의 숫양을 보내 두 아이를 구한다. 프릭소스와 헬레는 숫양의 등에 올라 동쪽으로 날아가지만 헬레는 바다를 건너던 중 떨어져 죽는다. 이후 이 바다는 그녀의 이름을 따라 헬레스폰토스(Hellespont)라 불리게 된다.
살아남은 프릭소스는 콜키스에 도착해 아이에테스의 보호를 받고 그의 딸 칼키오페(Chalciope)와 결혼한다. 프릭소스는 자신을 구해준 숫양을 제우스에게 제물로 바친 뒤 황금양털을 아이에테스에게 넘기고, 아이에테스는 이를 아레스의 숲에 있는 나무에 걸어둔다. 바로 이 황금양털이 훗날 펠리아스가 이아손에게 가져오라고 요구하면서 아르고호 원정의 목적물이 된다. 즉 아타마스 집안에서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사용된 숫양의 가죽이 다음 세대에는 크레테우스 집안의 왕권 다툼을 해결하기 위한 원정의 목적물로 바뀌는 것이다.
프릭소스와 칼키오페 사이에서는 아르고스(Argus), 멜라스(Melas), 프론티스(Phrontis), 퀴티소로스(Cytisorus)가 태어난다. 특히 아르고스는 다시 아르고호 원정과 연결된다. 프릭소스가 콜키스로 가져간 황금양털을 되찾으러 가는 배를 다시 프릭소스의 아들이 만드는 구조가 된다. 아타마스의 가지에서 콜키스로 건너간 물건과 사람의 혈통이 크레테우스의 가지에서 시작된 아르고호 원정과 다시 한 점에서 합쳐지는 것이다.
이 흐름에서 흥미로운 점은 황금양털이 한 집안의 비극에서 출발했지만 곧 다른 집안의 영웅 서사를 움직이는 물건으로 변한다는 점이다. 프릭소스에게 황금털의 숫양은 죽음을 피하기 위한 탈출 수단이었다. 그러나 몇 세대가 지나면 그 숫양의 가죽은 펠리아스가 이아손을 제거하기 위해 요구하는 불가능한 과제가 된다. 같은 물건이 한 세대에서는 생존을 위한 도구였다가 다음 세대에서는 왕권 다툼을 움직이는 장치가 되는 것이다.
더구나 콜키스에 도착한 프릭소스의 후손까지 아르고호 원정에 다시 연결되면서, 황금양털을 가져간 집안과 그것을 되찾으러 가는 집안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도 않다. 아타마스와 크레테우스는 모두 아이올로스의 아들이었고, 두 갈래로 흩어진 형제의 혈통은 황금양털이라는 하나의 물건을 중심으로 다시 만난다. 함선 카탈로그를 거꾸로 읽을 때 이런 반복적인 합류가 계속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이노와 디오니소스, 왕가의 비극이 바다의 신으로 이어지다

아타마스의 두 번째 아내 이노의 가지에서는 전혀 다른 신화가 열린다. 이노의 여동생 세멜레(Semele)는 제우스의 아이를 임신했지만 헤라의 계략으로 제우스의 신적인 모습을 직접 보게 된 뒤 죽는다. 제우스는 죽어가는 세멜레의 몸에서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꺼내 자신의 허벅지에 넣어 키우고, 때가 되어 디오니소스(Dionysus)를 다시 태어나게 한다. 그 뒤 디오니소스는 이노와 아타마스의 집에서 보호받는다. 이노가 디오니소스를 돌보게 된 것은 우연히 맡은 아이가 아니라 죽은 여동생 세멜레의 아들을 보호하는 일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헤라는 디오니소스를 숨겨 키운 일을 알아차리고 아타마스와 이노에게 광기를 내린다. 아타마스는 맏아들 레아르코스를 사슴으로 착각해 사냥하여 죽이고, 이노는 멜리케르테스를 데리고 바다로 몸을 던진다. 바다에 뛰어든 뒤 이노는 레우코테아(Leucothea), 멜리케르테스는 팔라이몬(Palaemon)이라는 신적인 이름을 얻고 둘은 폭풍을 만난 항해자들을 돕는 존재가 된다. 이노와 멜리케르테스의 이야기가 육지의 왕가 비극으로 끝나지 않고 바다의 보호신으로 변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앞서 지나온 시시포스의 가지가 다시 들어온다. 시시포스는 죽은 멜리케르테스를 기리기 위해 이스트미아 경기를 세운 인물로 연결된다. 따라서 아이올로스의 둘째 아들 시시포스와 셋째 아들 아타마스의 가지는 여기에서 다시 만난다. 시시포스 → 코린토스, 아타마스 → 이노 → 멜리케르테스 → 팔라이몬 → 이스트미아 경기가 코린토스 지협에서 하나로 연결되는 것이다.
아타마스 자신도 이 사건 이후 보이오티아에 계속 머물지 못한다. 그는 추방된 뒤 오랜 방랑 끝에 새로운 땅에 정착하고 그곳을 자신의 이름을 따라 아타만티아(Athamantia)라 부른다. 아타마스의 혼인 이야기는 여기에서 한 번 더 비극으로 이어진다. 아타마스는 이노가 죽었다고 생각한 뒤 휩세우스의 딸 테미스토(Themisto)와 결혼한다. 두 사람 사이에서는 레우콘(Leucon), 에뤼트리오스(Erythrius), 스코이네우스(Schoeneus), 프토오스(Ptous)가 태어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아타마스는 이노가 실제로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녀를 다시 궁정으로 데려온다. 테미스토는 아타마스가 이노를 다시 데려왔다는 사실은 알지만 궁정 안의 여인 가운데 누가 이노인지는 알아보지 못한다. 남편을 다시 빼앗겼다고 생각한 그녀는 이노의 자식들을 죽이기로 결심한다. 테미스토는 자신의 아이들에게는 흰옷을, 이노의 아이들에게는 검은옷을 입혀 밤중에 구별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하지만, 이노는 옷을 반대로 입힌다. 결국 테미스토는 검은옷을 입은 아이들을 이노의 자식이라고 생각해 죽이지만 실제로 죽인 것은 자신의 자식들이었다. 뒤늦게 진실을 알게 된 테미스토 역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아타마스의 집안에서 반복되는 것은 단순히 불행한 죽음만이 아니다. 매번 왕가의 다음 세대를 없애려는 시도가 가족 내부에서 일어나고, 그 결과는 오히려 신화의 범위를 더 넓힌다. 프릭소스와 헬레의 탈출에서는 황금양털과 콜키스가 열리고, 레아르코스와 멜리케르테스의 죽음에서는 레우코테아와 팔라이몬이라는 바다의 신이 생겨난다. 왕가 안에서 벌어진 파괴가 계속 다른 지역과 다른 신화로 빠져나가는 출구가 되는 셈이다.
이렇게 놓으면 아타마스의 집안에서는 비슷한 형태의 비극이 반복된다. 처음에는 이노가 네펠레의 자식 프릭소스와 헬레를 제거하려 했고, 뒤에는 헤라가 내린 광기 때문에 아타마스가 이노의 아들 레아르코스를 죽이며 이노와 멜리케르테스는 바다로 몸을 던진다. 그리고 또 다른 이야기에서는 테미스토가 앞선 아내의 자식들을 죽이려다가 자신의 자식들을 죽인다. 새로운 아내가 앞선 아내의 자식들을 제거하려 했던 사건이 다음 혼인에서 다시 반복되지만 이번에는 그 칼날이 자신의 자식들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 아타마스의 땅 보이오티아, 50척을 트로이로 보내다

따라서 아타마스의 가지에서는 하나의 혈통이 곧장 트로이 전쟁의 지휘관에게 내려가기보다 여러 영웅 신화의 중요한 길이 한꺼번에 열린다. 네펠레 → 프릭소스·헬레 → 황금양털 → 콜키스 → 프릭소스의 아들 아르고스 → 아르고호 원정이 이어지고, 다른 쪽에서는 이노 → 세멜레의 아들 디오니소스 양육 → 헤라의 광기 → 레아르코스와 멜리케르테스의 죽음 → 레우코테아와 팔라이몬 → 이스트미아 경기 → 시시포스가 연결된다.
이렇게 놓고 보면 아타마스의 집안에서 벌어진 사건들은 한 왕가 안에서 끝나는 비극들이 아니다. 프릭소스가 콜키스로 가져간 황금양털은 다음 세대에 크레테우스의 후손 이아손을 움직이고, 이노가 보호한 디오니소스의 이야기는 다시 세멜레와 카드모스의 테바이 왕가로 이어진다. 바다에 몸을 던진 멜리케르테스가 팔라이몬이 되면 이번에는 시시포스와 코린토스 지협의 이스트미아 경기까지 들어온다. 아이올로스의 셋째 아들 하나를 따라갔을 뿐인데 앞에서 지나온 크레테우스와 시시포스의 가지가 다시 이 집안 안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여기에 테미스토와의 마지막 혼인까지 더해지면서 아타마스의 집안은 황금양털과 아르고호 원정, 디오니소스 신화, 코린토스의 경기 이야기가 서로 만나는 거대한 접점이 된다. 그래서 이 가지에서 중요한 것은 특정한 한 후손을 찾아 곧장 트로이 전쟁까지 내려가는 것만이 아니다. 아타마스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여러 혈통과 신화가 보이오티아라는 공간에서 겹쳐지고 다시 다른 지역으로 흩어지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
그리고 바로 그 보이오티아가 몇 세대 뒤 『일리아스』의 함선 카탈로그에 직접 등장한다. 트로이 전쟁이 벌어질 때 보이오티아군은 페넬레오스와 레이토스 등을 지휘관으로 세워 50척의 함선을 보낸다. 호메로스는 여기에서 함선의 숫자만 적는 데 그치지 않고 각 배에 120명이 탔다고까지 덧붙인다. 계산하면 보이오티아에서 출발한 병력만 약 6,000명에 이르는 셈이다.
이 숫자를 앞에서 살펴본 아타마스의 이야기와 함께 놓으면 함선 카탈로그의 지역명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보이오티아는 단순히 병사 6,000명을 보내는 군사 지역이 아니라, 아타마스와 네펠레, 프릭소스와 헬레, 이노와 디오니소스의 이야기가 겹쳐 있던 오래된 신화의 무대이기도 하다. 함선 카탈로그에서 몇 줄로 지나가는 하나의 지역 뒤에 이미 여러 세대의 왕가와 신화가 쌓여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아타마스의 혈통이 페넬레오스나 레이토스에게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것이 오히려 함선 카탈로그를 계보로 읽을 때 나타나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어떤 지역은 한 왕가의 후손이 그대로 지휘관이 되어 트로이로 향하지만, 어떤 지역은 오래된 왕가와 신화가 자리 잡았던 땅 자체가 기억을 이어받아 몇 세대 뒤 함선을 보내는 장소로 남는다. 아타마스의 가지에서 보이오티아의 50척은 바로 그런 경우이다.
이런 방식으로 보면 함선 카탈로그의 지역 이름은 단순한 지리 정보가 아니다. 왕가가 바뀌고 몇 세대의 인물이 지나간 뒤에도 신화의 무대였던 장소는 그대로 남는다. 아타마스가 다스렸던 보이오티아에서는 이미 프릭소스와 헬레의 탈출, 이노와 디오니소스의 보호, 멜리케르테스의 죽음 같은 사건들이 겹쳐 있었다. 트로이 전쟁의 병사들이 출항할 때에는 그 인물들이 이미 오래전의 존재가 되었지만, 그들이 살았던 지역의 이름은 그대로 함선 목록에 남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보이오티아의 50척은 앞에서 본 이올코스의 11척이나 뒤에서 볼 퓔로스의 90척과 조금 다르게 읽힌다. 이올코스와 퓔로스에서는 왕가의 계보를 따라가면 비교적 직접적으로 지휘관에게 도착하지만, 보이오티아에서는 먼저 그 땅에 축적된 신화를 읽고 나서야 함선 카탈로그의 지역 이름으로 돌아오게 된다. 함선의 숫자는 같아 보여도 그 뒤에 붙어 있는 신화의 구조는 서로 다른 셈이다.
┃ 넷째 살모네우스, 튀로에게서 이올코스와 퓔로스가 갈라지다

아이올로스의 아들 살모네우스(Salmoneus)는 테살리아를 떠나 엘리스로 내려가 자신의 도시를 세운다. 그는 점차 스스로를 제우스와 같은 존재로 여기기 시작했고, 수레 뒤에 청동 솥을 매달아 천둥소리를 흉내 내고 횃불을 던져 번개처럼 보이게 했다.
살모네우스가 흉내 낸 것은 단순히 제우스의 외형이 아니었다. 천둥과 번개는 제우스의 권위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표지였고, 살모네우스는 인간이 만든 소리와 불빛으로 그것을 재현하려 했다. 청동 솥을 끌어 천둥소리를 만들고 횃불을 던져 번개처럼 보이게 한 행동은 인간 왕이 신의 힘을 모방해 자신의 권위를 신적인 수준까지 끌어올리려는 시도였던 셈이다.
사람들에게 자신을 제우스처럼 숭배하라고 요구한 끝에 결국 진짜 제우스의 벼락을 맞아 죽는다. 그러나 살모네우스의 혈통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알키디케와의 사이에서 딸 튀로(Tyro)를 두었고, 튀로는 훗날 살모네우스의 형제인 크레테우스의 집에서 자란다.
그런데 살모네우스의 이야기는 본인의 파멸보다 그 뒤에 남은 딸 튀로 때문에 훨씬 오래 이어진다. 제우스를 흉내 내다 죽은 왕의 혈통에서 오히려 포세이돈과 직접 연결되는 자식들이 태어나고, 그 자식들이 각각 이올코스와 퓔로스의 왕가를 만든다. 살모네우스 개인의 이야기는 신에 대한 오만으로 끝나지만, 그의 계보는 그 죽음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계속 살아남는 것이다.
크레테우스의 집에서 자란 튀로는 강의 신 에니페우스를 사랑했고, 포세이돈이 에니페우스의 모습으로 나타나 그녀와 관계해 펠리아스(Pelias)와 넬레우스(Neleus)를 낳는다. 이후 튀로는 자신의 삼촌 크레테우스와 결혼해 아이손·페레스·아뮈타온을 낳는다. 이렇게 아이올로스에게서 갈라졌던 살모네우스의 혈통과 크레테우스의 혈통이 튀로를 통해 다시 하나로 합쳐진다.
이 결합은 훗날 아르고호 원정의 출발점까지 만든다. 포세이돈에게서 태어난 펠리아스는 이올코스의 왕위를 차지하고, 크레테우스에게서 태어난 아이손의 아들이 바로 이아손이다. 따라서 펠리아스와 이아손은 전혀 남남이 아니라 같은 튀로의 혈통에서 갈라진 집안끼리 왕위를 두고 충돌한 관계이다.
튀로가 포세이돈과의 사이에서 낳은 쌍둥이 펠리아스와 넬레우스는 성장한 뒤 서로 다른 길을 걷는다. 펠리아스는 이올코스의 왕권을 차지해 앞에서 살펴본 이아손과 아르고호 원정의 직접적인 원인을 만들고, 형제와 다툰 넬레우스는 이올코스를 떠나 메세네로 간다. 넬레우스는 그곳에서 퓔로스(Pylos)를 세우고 왕이 된다. 따라서 살모네우스의 딸 튀로에게서 갈라진 두 아들은 한쪽에서는 이올코스와 아르고호 원정을, 다른 한쪽에서는 『일리아스』의 주요 지휘관 네스토르가 다스리는 퓔로스 왕가를 만들어낸다.
따라서 이 가지에서 살모네우스 자신은 트로이 전쟁과 직접적인 관련이 거의 없지만, 그의 딸 튀로는 함선 카탈로그 전체를 읽을 때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 튀로에게서 태어난 펠리아스는 아르고호 원정을 일으키고, 넬레우스는 퓔로스로 이동해 네스토르의 왕가를 만든다. 살모네우스의 짧은 왕 이야기를 지나고 나면 곧바로 두 개의 거대한 영웅 서사가 갈라져 나오는 셈이다.
┃ 페로와 멜람푸스, 퓔로스에서 아르고스와 테바이로

넬레우스는 암피온의 딸 클로리스(Chloris)와 결혼하여 딸 페로(Pero)와 여러 아들을 낳는다. 그 아들 가운데에는 네스토르(Nestor)와 페리클뤼메노스(Periclymenus)가 있다. 페리클뤼메노스는 포세이돈에게서 여러 모습으로 변신하는 능력을 받은 인물이며, 네스토르는 훗날 트로이 전쟁에 참가하는 퓔로스의 왕이 된다. 따라서 넬레우스의 자식들 가운데 한쪽은 퓔로스 왕가를 그대로 이어가지만, 다른 한쪽은 혼인을 통해 전혀 다른 지역의 왕가로 뻗어나간다. 그 갈림길에 있는 인물이 딸 페로이다.
페로에게 많은 구혼자가 몰려들자 넬레우스는 그녀와 결혼하려는 사람에게 퓔라코스(Phylacus)가 가진 소 떼를 가져오라는 조건을 건다. 페로와 결혼하고 싶었던 비아스(Bias)는 자신의 형제이자 예언자인 멜람푸스(Melampus)에게 도움을 청한다. 문제는 이 소 떼를 얻는 일이 단순한 가축 탈취가 아니라는 점이다. 멜람푸스는 자신이 소를 훔치려다 붙잡혀 오랫동안 감옥에 갇히게 될 것까지 알고 있으면서도 결국 형제를 위해 퓔라케로 향한다.
예상대로 멜람푸스는 소를 훔치려다 붙잡혀 감옥에 갇힌다. 거의 1년이 지났을 무렵 그는 지붕 속 벌레들이 들보를 거의 다 갉아먹었다고 말하는 소리를 듣는다. 멜람푸스가 방을 옮겨달라고 요구한 직후 감옥이 무너지면서 그의 예언 능력이 인정된다. 이 장면에서 멜람푸스가 가진 힘은 단순히 미래를 맞히는 능력만이 아니다. 그는 인간이 듣지 못하는 동물과 작은 생물의 소리를 알아듣고, 그 정보를 인간 세계의 사건으로 바꾸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의 능력은 곧 퓔라코스 집안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된다. 퓔라코스의 아들 이피클로스(Iphiclus)는 자식을 낳지 못하고 있었고, 멜람푸스는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해 주는 조건으로 소 떼를 얻는다. 이후 이피클로스에게서는 포다르케스(Podarces)가 태어나고, 멜람푸스는 약속받은 소를 이끌고 퓔로스로 돌아간다. 결국 넬레우스가 내걸었던 불가능해 보이던 혼인 조건이 멜람푸스의 예언과 치유 능력을 거치면서 해결되는 것이다.
그 소를 넬레우스에게 건네면서 비아스는 마침내 페로와 결혼한다. 그런데 이 혼인은 퓔로스 왕가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비아스와 페로에게서는 탈라오스(Talaus)가 태어나고, 그 뒤 혈통에서 아드라스토스(Adrastus)와 에리퓔레(Eriphyle)가 나온다. 즉 넬레우스의 딸 하나가 혼인을 통해 퓔로스 왕가의 혈통을 아르고스 쪽으로 옮겨 놓은 셈이다.
에리퓔레는 예언자 암피아라오스(Amphiaraus)와 결혼하며, 이 집안은 훗날 ‘테바이를 공격한 일곱 장수’와 그 다음 세대의 에피고노이 전쟁까지 깊숙이 들어간다. 앞에서는 살모네우스의 딸 튀로에게서 펠리아스와 넬레우스가 갈라지면서 이올코스와 퓔로스라는 두 왕가가 만들어졌다면, 이번에는 넬레우스의 딸 페로에게서 다시 한 가지가 빠져나가 아르고스와 테바이의 전쟁 신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 가지가 함선 카탈로그의 퓔로스 병력과 직접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점은 같은 넬레우스의 자식들이 얼마나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는지를 보여준다는 데 있다. 네스토르는 퓔로스에 남아 왕위를 이어가지만, 페로의 혈통은 비아스와의 혼인을 통해 아르고스로 이동하고 다시 테바이 전쟁의 계보 안으로 들어간다. 한 왕가 안에서 같은 세대의 남매가 서로 전혀 다른 신화권으로 갈라지는 것이다.
따라서 페로의 혼인은 퓔로스 왕가의 한 혼인 사건이 아니라 퓔로스 → 페로·비아스 → 아르고스 → 아드라스토스·에리퓔레 → 테바이 전쟁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통로가 된다. 넬레우스의 자식 가운데 페로의 가지가 다른 지역의 신화로 흘러나가는 동안, 네스토르의 가지는 퓔로스에 남는다. 그리고 바로 다음 세대에서 헤라클레스가 퓔로스를 공격하면서 이 왕가는 거의 전멸하고, 살아남은 네스토르가 훗날 90척의 함선을 이끌고 트로이로 향하게 된다.
┃ 헤라클레스의 퓔로스 공격, 살아남은 네스토르의 90척

이후 넬레우스의 왕가에 결정적인 파괴를 가져오는 사람이 헤라클레스(Heracles)이다. 헤라클레스는 퓔로스로 진격해 도시를 공격하고, 이 전쟁에서 넬레우스와 대부분의 아들들이 죽는다. 특히 포세이돈에게서 변신 능력을 받은 페리클뤼메노스는 여러 모습으로 변해 싸우지만 결국 헤라클레스에게 죽는다. 네스토르만은 당시 게레니아인들 사이에서 자라고 있었기 때문에 살아남는다.
이 공격은 단순히 한 도시의 패배로 끝나지 않는다. 넬레우스가 세운 왕가의 남성 후손 대부분이 한꺼번에 사라지면서 퓔로스 왕통 자체가 거의 끊길 상황이 된다. 특히 여러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었던 페리클뤼메노스까지 헤라클레스에게 죽는다는 점은 이 공격이 평범한 전쟁이 아니라 이전 세대의 영웅들과 왕가가 한꺼번에 정리되는 사건이었다는 인상을 준다.
따라서 훗날 『일리아스』에서 유난히 오래된 세대의 생존자로 등장하는 네스토르는 단순히 장수한 노인이 아니라, 헤라클레스가 자신의 집안을 거의 전멸시킨 사건을 살아남은 마지막 아들이기도 하다. 이 사건은 네스토르가 왜 『일리아스』에서 다른 영웅들보다 훨씬 오래된 과거를 끊임없이 회상하는 인물인지도 이해하게 한다. 그는 아가멤논이나 디오메데스와 같은 세대의 왕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앞선 영웅시대의 사건들을 직접 겪은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네스토르는 이후 아낙시비아(Anaxibia)와 결혼하여 여러 자녀를 둔다. 아들들 가운데 안틸로코스(Antilochus)와 트라쉬메데스(Thrasymedes)는 아버지와 함께 트로이 전쟁의 세대로 내려온다. 따라서 퓔로스 왕가는 네스토르 한 사람만 트로이로 가는 것이 아니라 그의 아들 세대까지 함께 전쟁에 들어가는 집안이다.
호메로스가 네스토르의 지휘 아래 묶는 지역은 퓔로스, 아레네, 알페이오스의 여울에 있는 트뤼온, 아이퓌, 퀴파리세이스, 암피게네이아, 프텔레오스, 헬로스, 도리온이다. 그리고 도리온을 언급하는 순간 호메로스는 다시 하나의 오래된 신화를 끼워 넣는다. 트라키아의 음유시인 타뮈리스(Thamyris)가 오이칼리아에서 돌아오다가 이곳에서 무사 여신들에게 노래로 도전했고, 그 오만 때문에 노래의 능력을 빼앗겼다는 이야기이다. 함선 카탈로그는 지역 이름만 나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도리온이라는 지명 하나에서도 다시 별개의 신화가 튀어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네스토르가 『일리아스』에서 끊임없이 과거의 영웅들을 이야기하는 모습도 조금 다르게 보인다. 그는 단순히 나이가 많은 조언자가 아니라, 자신보다 앞선 세대의 영웅들이 싸우고 죽던 시대와 현재의 트로이 전쟁을 동시에 알고 있는 인물이다. 아킬레우스나 디오메데스에게 옛 영웅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것도 그가 바로 그 오래된 세계의 마지막 생존자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 지역들을 이끄는 지휘관은 게레니아의 기마병 네스토르이며, 호메로스가 그에게 배정한 함선은 90척이다. 따라서 아이올로스의 아들 살모네우스에게서 시작한 가지는 딸 튀로를 거쳐 포세이돈의 아들 넬레우스로 이어지고, 넬레우스가 퓔로스를 세운 뒤 헤라클레스에게 왕가가 거의 파괴되는 사건을 지나 살아남은 네스토르에게 도착한다. 그리고 그 네스토르가 마침내 퓔로스와 주변 지역의 90척을 이끌고 트로이로 향한다.
이렇게 왕가의 거의 전부가 사라진 뒤에도 퓔로스가 다시 90척의 대규모 함대를 보낼 수 있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네스토르는 파괴된 왕가의 생존자로 끝나지 않고, 다시 지역의 왕으로 자리 잡아 다음 세대의 아들들과 함께 트로이 전쟁에 참가한다. 한 세대 전 헤라클레스의 공격으로 무너졌던 왕가가 몇 세대 뒤 다시 거대한 함대를 이끌고 전쟁에 등장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살모네우스의 혈통은 두 번이나 트로이 전쟁 이전의 거대한 영웅 서사로 갈라진다. 튀로의 아들 펠리아스에게서는 이아손과 아르고호 원정이 시작되고, 다른 아들 넬레우스에게서는 헤라클레스의 퓔로스 공격 → 네스토르의 생존 → 퓔로스 90척이 이어진다. 한 여성의 쌍둥이 아들에게서 갈라진 두 왕가가 한쪽에서는 아르고호를 출항시키고, 다른 한쪽에서는 몇 세대 뒤 트로이로 향하는 대규모 함대를 만들어낸 것이다.
┃ 결론
아이올로스의 셋째 아들 아타마스(Athamas)와 넷째 아들 살모네우스(Salmoneus)의 혈통은 모두 여러 갈래로 흩어졌지만, 결국 『일리아스』의 함선 카탈로그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다만 두 가지가 함선에 도착하는 방식은 서로 달랐다. 아타마스의 집안에서는 프릭소스(Phrixus)와 헬레(Helle)가 황금털의 숫양을 타고 동쪽으로 향했고, 살아남은 프릭소스가 콜키스에 남긴 황금양털은 훗날 이아손과 아르고호 원정의 목적물이 되었다. 다른 한쪽에서는 이노(Ino)를 통해 디오니소스의 신화가 들어오고, 이노와 멜리케르테스는 바다의 신 레우코테아와 팔라이몬으로 이어진다. 아타마스의 집안 하나에서 황금양털과 아르고호 원정, 디오니소스와 이스트미아 경기까지 여러 신화가 서로 연결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가지는 한 지휘관의 혈통으로 곧장 내려가지는 않는다. 대신 아타마스가 왕으로 자리 잡았던 보이오티아(Boeotia)가 몇 세대 뒤 함선 카탈로그에 등장한다. 『일리아스』 2권에서 보이오티아군은 페넬레오스와 레이토스 등을 지휘관으로 세워 50척의 함선을 트로이로 보낸다. 혈통 자체보다 그 왕가가 자리 잡았던 지역이 함선 목록에 남은 경우이다.
반면 살모네우스의 가지에서는 혈통이 보다 직접적으로 이어진다. 그의 딸 튀로(Tyro)에게서 태어난 쌍둥이 펠리아스와 넬레우스(Neleus)는 각각 다른 왕가를 만든다. 펠리아스는 이올코스에 남아 아르고호 원정의 원인을 만들고, 넬레우스는 퓔로스로 이동해 새로운 왕가를 세운다. 그 퓔로스 왕가는 이후 헤라클레스(Heracles)의 공격으로 거의 전멸하지만, 네스토르(Nestor)가 살아남아 왕통을 이어간다. 그리고 『일리아스』 2권에서 네스토르는 퓔로스와 주변 지역의 90척을 이끌고 트로이로 향한다. 살모네우스의 가지는 튀로 → 넬레우스 → 네스토르 → 퓔로스 90척으로 직접 이어지는 셈이다.
결국 이번 두 가지를 통해 보이는 것은 함선 카탈로그가 단순한 왕가의 족보도, 단순한 지역 목록도 아니라는 점이다. 어떤 혈통은 몇 세대 동안 왕위를 이어가며 그대로 함선의 지휘관에게 도착하고, 어떤 혈통은 중간에 다른 신화로 흩어진 뒤 자신들이 살았던 땅의 이름만 남긴다. 그래서 함선의 숫자만 따라가면 보이지 않던 차이가 계보를 거꾸로 올라갈 때 비로소 드러난다.
따라서 「함선 카탈로그 — 1,186척의 배 뒤에 숨은 그리스 신화 ④ : 보이오티아·퓔로스」에서 확인한 것은 함선 카탈로그의 지역과 지휘관이 반드시 같은 방식으로 계보에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아타마스의 가지에서는 보이오티아라는 지역이 50척으로 남고, 살모네우스의 가지에서는 네스토르라는 후손이 퓔로스의 90척을 이끈다. 그리고 두 가지는 서로 따로 떨어져 있지도 않았다. 아타마스의 집안에서 콜키스로 건너간 황금양털은 크레테우스의 후손 이아손을 움직였고, 살모네우스의 딸 튀로에게서 태어난 펠리아스 역시 그 원정의 직접적인 원인을 만들었다. 아이올로스의 자식들은 서로 다른 왕가를 만들었지만, 그 신화는 계속 서로의 가지 안으로 들어와 다시 연결된다.
이제 아이올로스의 일곱 아들 가운데 네 가지를 지나왔다. 남은 데이온(Deion), 마그네스(Magnes), 페리에레스(Perieres)의 혈통 역시 다른 지역과 왕가로 뻗어나가며 함선 카탈로그의 다음 집단들과 다시 만나게 된다.


